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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자외선 쏟아지는 눈부신 여름, 차단제·선글라스로 눈 화상 예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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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눈부심은 병적인 시력 이상을 알리는 신호다. 눈을 이루는 각막·동공·홍채·수정체·망막 등을 안구 조직에 상처·염증이 생기면 점차 눈의 조절력이 약해지거나 망막 시신경이 손상된다. 안구 내부에서 빛이 초점에 맺히지 않고 산란한다. 눈부심으로 사물 식별 능력이 떨어져 시각 정보를 뇌까지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이런 상태가 지속하면 영구적인 시력 장애를 겪을 수 있다. 일시적으로 시야가 흐릿해졌다 다시 잘 보인다고 안심하지 말아야 한다. 요즘처럼 해가 떠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햇살이 강해지는 여름엔 눈부심이 더 심해진다. 눈부심이 생기는 원인과 대응법에 대해 알아본다.

햇빛 반사 심한 바닷가에선 각별히 주의해야

눈은 햇빛 속 자외선에 취약하다. 한번에 강한 자외선에 노출되면 눈도 피부처럼 화상을 입는다. 바로 광각막염이다. 햇빛 반사로 눈부심이 심한 여름 바닷가 해변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자외선 강도가 매우 높아 1~2시간만 무방비 상태로 있어도 안구 가장 바깥쪽 표면에 위치한 눈 각막 상피세포가 벗겨진다. 각막 화상을 입는 순간에는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하지만 반나절 정도 지나면 눈부심·이물감·작열감·눈물 흘림 등 증상이 나타난다. 심하지 않다면 안대로 눈을 가리고 하루이틀 정도 쉬면서 눈을 안정시키면 저절로 낫는다. 만약 가렵다고 눈을 비비면 손에 묻어 있던 각종 세균·바이러스가 눈 점막으로 침투할 수 있어 주의한다. 2차 세균 감염으로 눈 염증이 더 심해지고 영구적인 시력 저하를 겪을 수 있다. 자외선 지수가 높은 날에 외출할 땐 선글라스나 챙이 넓은 모자·양산 등으로 최대한 눈을 보호한다.

시력 지키는 눈부심 대응법 #여름 해변 자외선 강도 매우 높아 #1~2시간 방심해도 광각막염 위험 #경증 땐 안대로 눈 가리고 쉬도록

시력 교정 수술 후엔 자외선 더욱 차단

라식·라섹 등 시력 교정 수술을 받은 직후에도 눈부심이 생긴다. 시력 교정을 위해 불가피하게 레이저로 각막을 일부 절개해 생긴 상처로 눈이 매우 예민해진 상태다. 수술 경계 부위의 각막 상처로 빛을 받아들이는 각막의 광학적인 미묘한 오차가 생기고 빛의 파장이 왜곡돼 눈부심을 겪는다. 눈부심은 주변이 밝은 낮보다 밤에 더 심하다. 시력은 좋아도 눈부심, 빛 번짐 등으로 정상적인 시각 기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각막 상처가 회복되고 시력이 안정화되는 3~6개월 정도 후엔 눈부심 증상이 점차 완화된다. 다만 여름에 시력 교정 수술을 고려한다면 선글라스 등으로 자외선 차단에 특히 신경 쓴다. 각막 염증으로 상처가 매끈하게 아물지 않고 덧나면 눈부심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안구건조증 심해지면빛 민감성 높아져

안구건조증은 눈부심을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이다. 중증 안구건조증으로 진행하면 단순히 시야가 침침하고 눈이 뻑뻑한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안구 표면이 매우 건조해져 빛·바람·미세먼지·담배 연기 등 다양한 눈 자극에 약해진다. 특히 각막에 있는 신경이 손상돼 빛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진다. 햇빛보다 약한 실내조명에도 견디기 힘들어한다. 밤에도 불을 켜지 않고 어둡게 지내는 식이다. 요즘엔 스마트폰·컴퓨터·TV 같은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이 늘면서 안구건조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눈을 보호하는 눈물층이 불안정해지면서 시야가 뿌옇게 흐려진다. 인공눈물을 넣어도 일상이 불편하다면 적극적인 안구건조증 치료를 받는다. 안구건조증이 개선되면 눈부심 등 눈 자극도 완화된다.

눈 저산소증 유발하는렌즈 착용 짧게

말랑말랑한 소프트렌즈도 주의한다. 우리 몸에서 유일하게 외부에 노출된 점막인 안구에 밀착해 덮는 렌즈는 일종의 이물질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기 직전까지 하루 12시간 이상 렌즈를 착용한 채로 지내면서 각막으로 산소를 전달·공급하는 것을 방해한다. 결국 저산소증으로 눈 각막·결막이 붓는다. 눈 염증 위험도 증가한다. 렌즈 착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누적된 안구 표면 자극으로 눈곱이 잘 끼고 가렵다. 수분을 빨아들이는 렌즈 특성도 한몫한다. 눈물층 형성을 방해해 안구건조증을 동반한 눈부심이 생긴다. 렌즈는 가능한 덜 착용하는 것이 눈 건강에 유리하다. 길어도 하루 6~8시간 이상 렌즈를 착용하지 않는다. 또 렌즈를 꼈을 때 충혈·이물감 등 눈 자극이 심하다면 눈에서 즉시 렌즈를 제거한다.

갑자기 눈부심 심하면포도막염 검사

눈부심을 일으키는 자가면역 질환도 있다. 포도막염이다. 눈에서 빛을 조절하는 홍채·모양체·맥락막으로 이뤄진 부위인 포도막에 생긴 염증이다. 포도막염으로 동공의 확장·수축 반응이 느려지면서 빛 조절이 어렵다. 조금만 밝아도 눈부심을 호소하고, 어두운 곳에서는 야간 야맹증으로 사물을 인식하지 못한다. 포도막염은 빠른 치료가 중요하다. 염증이 생긴 지 불과 2~3일 만에 포도막에 생긴 염증이 망막·유리체·각막 등 주변 안구 조직으로 퍼진다. 눈 염증으로 유리체가 혼탁해지고 안압이 오르면서 백내장·녹내장 등 합병증으로 악화한다. 홍채의 영구적 손상으로 눈부심 후유증이 평생 남거나 실명으로 진행할 수 있다. 스테로이드 등으로 염증을 빠르게 없애야 눈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포도막염 재발이 잦다면 척추·관절·구강·피부 염증 상태를 살피는 혈액검사를 추가로 받는다. 포도막염은 면역 체계 이상으로 혈액 속 면역 세포가 포도막으로 이동해 염증을 유발하는 병이다. 눈뿐 아니라 다른 부위에도 언제든지 염증이 생길 수 있다. 주기적인 검진으로 강직 척추염, 류머티즘 관절염, 베체트병, 건선 같은 다른 자가면역 질환의 발병 여부를 점검한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도움말=김경우 중앙대병원 안과 교수, 김균형 센트럴서울안과 원장, 황규연 김안과병원 안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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