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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하늘이 내린 보약’ 녹용, 발효 과정 거치니 효능·흡수율 극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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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식은 세계에서 건강 음식으로 통한다. ‘K푸드’는 이미 한류의 큰 줄기로 자리 잡았다. K푸드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힘은 발효다. 우리에겐 전통·역사와 함께 삶에 뿌리 깊이 스며 있는 발효의 가치가 웰빙의 지향점과 맞아떨어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발효는 일정한 온도·습도·시간·제조법이 빚어낸 건강 솔루션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생긴 각종 미생물과 효소가 재료의 가치를 높인다.

발효 녹용의 건강학 #당 생겨 쓴맛 줄고 풍미 살려 #항산화 효소 늘어 노폐물 정화 #농약·중금속의 독성 떨어뜨려

발효의 활용 범위는 음식에만 그치지 않는다. 한약재의 효능까지 업그레이드시킨다. 이미 ‘하늘이 내린 원료’로 불리는 녹용이 발효를 거치면 어떨까. 체내 흡수율과 유효 성분의 함량은 높아지고 풍미까지 더해진다.

녹용은 『동의보감』에 “크게 소모된 몸의 기운을 북돋워 재생력과 면역력을 강화하고 생성된 기운을 끌어올려 힘이 나게 해준다”고 적혀 있다. 또 중국 명나라 약학서 『본초강목』은 “정과 수, 음과 혈을 보하며 병후 원기 회복, 허약한 사람, 폐결핵, 폐 기능 강화에 좋다”고 설명한다. 한마디로 원기 회복에 있어 더할 나위 없는 한약재다. 이뿐만 아니라 근골격계·비뇨·생식기 건강에도 도움된다. 서초아이누리한의원 황만기 원장은 “녹용은 본초학에서 신양(腎陽)을 보태주는 보양약”이라며 “신(腎)이 주관하는 기관인 근골격계·비뇨·생식기 전반에 좋다”고 말했다. 또한 녹용은 호흡기 감염에 작용하는 효능도 있어 잦은 감기에 시달리는 아이나 비염, 축농증이 있는 사람에게도 처방된다.

발효 시 성분 추출률 탕전 방식의 2배

이러한 다양하고 탁월한 효능 때문에 녹용은 임금의 장수 비결로 통한다. 조선 21대 임금 영조와 중국 청나라 6대 황제 건륭제는 녹용이 주원료로 포함된 보약을 챙긴 것으로 유명하다. 평균 수명이 채 50세가 되지 않던 당시에 각각 83세, 89세까지 살 정도로 장수했다.

녹용은 그 자체로 좋은 한약재지만 발효하면 가치가 극대화된다. 사실 발효는 옛날부터 음식뿐 아니라 한약을 만드는 하나의 방법으로 쓰였다. 한약재를 적당한 조건에서 발효시켜 원래의 성질과 효능이 효소 등 미생물에 의해 변화해 증강되거나 새로운 효능이 생기도록 한 것을 ‘발효 한약’이라고 한다.

녹용을 발효하면 무엇이 달라질까. 발효는 다섯 가지 측면에서 녹용의 가치를 높인다. 우선 쓴맛이 줄고 풍미가 좋아진다. 발효 과정에서 체내 흡수율이 떨어지는 한약 내 전분이 효소에 의해 분해되고 당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둘째, 유효 성분의 흡수율이 높아진다. 녹용을 발효하면 세포 간 결합이 끊어진다. 입자가 더 잘게 쪼개져 체내 흡수가 더 잘 되는 형태가 된다. 즉 세포 속 유효 성분까지 추출할 수 있다. 실제로 탕전 방식은 추출률이 40~50%에 그치지만 발효하면 추출률이 90% 이상으로 높아진다.

셋째,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효소의 부가적 효과다. 특히 항산화 효소가 많이 생기는데 이는 피부 개선, 노화 예방, 혈액 및 체내 노폐물 정화에 좋다. 넷째, 녹용의 효능이 극대화한다. 발효는 80도 이하에서 진공 감압으로 농축하는 과정이다. 약효가 휘발되는 것이 억제돼 수십 배로 고농축된 녹용을 얻을 수 있다. 다섯째, 농약과 중금속에 대한 안전성이 제고된다. 발효 시 거치는 미생물 발효와 두 차례에 걸친 정밀 여과 과정이 농약 성분과 중금속 등 독성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강글리오사이드 함량 89% 증가

발효로 인한 녹용의 업그레이드 효과는 수치로 확인된다.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녹용의 대표적인 유효 성분인 강글리오사이드 함량은 일반 녹용보다 높다. 발효 전 녹용에 7.9㎍/mL 들었던 강글리오사이드의 함량은 발효 후 14.9㎍/mL로 88.6% 증가했다.

강글리오사이드는 체내 노폐물과 콜레스테롤을 흡착해 체외로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신경세포, 특히 뇌 회백질에 풍부하다. 녹용이 뇌세포 발달과 혈행 개선, 면역력 향상에 도움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게다가 조골세포 등 성장 촉진에 관여하는 판토크린 함량도 발효 전 211.1㎍/mL에서 발효 후 276.8㎍/mL로 31% 증가했다.

발효 녹용은 장내 유산균 비율도 높인다. 경희대 약대 연구팀의 쥐 실험 연구에 따르면 장내 유산균 비율이 일반 쥐는 16%, 녹용을 투여한 쥐는 26%였지만 발효 녹용을 투여한 쥐는 장내 유산균 비율이 37%에 달했다.

면역력 증진에도 발효 녹용은 효과적이다. 연구를 통해 발암 억제 효과가 확인됐다. 경희대 약대 연구진은 대장암에 걸린 쥐를 세 개 군으로 나눠 각각 사료에 녹용 추출물과 발효 녹용 추출물을 섞어 8주 동안 섭취하도록 하고 나머지 군에는 사료만 줬다. 그 결과, 대장암 발생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다섯 가지 이상의 병소 생성 억제 효과가 발효 녹용 투여군에서 가장 우수했다. 발효 녹용이 대식세포의 기능을 촉진하고 염증 반응을 증진하는 면역 체계(보체계)의 활성화를 도운 것이다. 일반 녹용에는 이 같은 활성 유도 인자가 없다. 연구진은 “녹용이 발효 과정을 거치면서 생리활성 물질이 보다 많이 추출되고 새로운 생리활성 물질이 생성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발효 녹용의 효과는 발효 시 어떤 종균을 사용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 종균은 균사체의 밀도가 낮아 발효가 잘 진행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버섯 균사체에서 선별한 독특한 종균(바실루스 리체니포르미스)으로 발효시킬 때 기대하는 효능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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