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서울’ 정원 줄이자는 지방대…서울권 대학 “절대 못 줄여"

중앙일보

입력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자조합 등 시민사회단체 구성원들이 11일 오후 대전시청 앞 보라매공원에서 '지방대학 위기 정부대책 및 고등교육정책 대전환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자조합 등 시민사회단체 구성원들이 11일 오후 대전시청 앞 보라매공원에서 '지방대학 위기 정부대책 및 고등교육정책 대전환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눠 대학 정원을 줄이기로 한 교육부 계획을 두고 지방 대학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경기·인천 대학과 함께 평가받는 서울 소재 대학이 사실상 정원 감축 압박을 피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일 교육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체계적 대학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을 발표했다.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에 대학 정원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영·호남 등 비수도권뿐 아니라 수도권도 하나의 권역으로 묶어 평가해 30~50% 대학이 정원 감축 권고 대상이 된다.

올해 신입생 충원율이 100%에 육박하는 수도권에도 타 지역과 같은 기준을 제시한 이유를 교육부는 '고통 분담'이라고 밝혔다. 발표 당시 정종철 교육부 차관은 “이번 방안은 국가와 지역의 동반성장과 균형발전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글로벌 경쟁을 해야 하는 대학들은 학부보다는 대학원 중심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미달 사태' 지방대 "서울권 따로 평가·감축해야"

지난 10일 전북 전주시의 한 대학교 앞에서 우산을 쓴 학생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0일 전북 전주시의 한 대학교 앞에서 우산을 쓴 학생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지방 대학들은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한다. 전남지역의 한 대학 관계자는 "지역 사회의 핵심 역할을 하는 대학들이 기울어가는 건 ‘인서울 대학’으로의 쏠림 현상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상 경기·인천 대학만 감축하게 하고, 인서울 대학 정원 축소라는 핵심은 피해갔다"며 "서울권을 따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는 지역의 우수 학생이 진학하던 지방대도 신입생 미달 사태가 일어나면서 지역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교육계에 따르면 경북대는 올해 모집인원 4624명 중 4055명을 모집해 최종 등록률이 98.5%에 그쳤다. 전남의 대표 대학인 전남대는 4207명 중 4067명을 모집했다. 올해 신입생 등록률이 20%p가량 떨어진 전북의 원광대는 구성원들이 총장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2020~2021년 일반대학의 시도별 신입생 충원율' 표 [유기홍 의원실 제공]

'2020~2021년 일반대학의 시도별 신입생 충원율' 표 [유기홍 의원실 제공]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는 "예전부터 생존이 어려웠던 소규모·하위권 지방대는 이미 성인학습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해 등록률을 높였다"며 "오히려 인서울 대학에 유능한 학생을 뺏긴 지방 거점 국립대나 유명 사립대가 위기"라고 전했다.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신입생 충원율이 90%에 못 미친 지역 소재 국·공립대학은 4곳에 이른다.

교육부는 권역 내에서 유리한 지역이 생기는 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송근현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과장은 "권역별 평가는 수도권 집중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송 과장은 "대도시와 다른 광역자치단체를 묶어서 평가하는 건 다른 지역도 같다"며 "경남권도 상대적으로 충원율이 높은 부산과 묶인 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인서울 대학 '안도'…"등록금 인상 안되면 못 줄여"

지난 3월 23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지난 3월 23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정원 감축을 우려하던 서울권 대학들은 교육부 발표에 안도하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정원 감축은 유지 충원율(입학 후 일정 기간 등록한 학생 비율)을 기준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100%에 가까운 서울권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애초에 경쟁력 있는 인서울 대학을 줄이려 하는 게 넌센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수도권 정원 감축과 관련해 지방대 위기 문제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균형 있게 적정규모 인원 감축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반발해 36개 서울 4년제 대학 총장으로 이뤄진 서울총장포럼은 지난 18일 "정원 감축이 이뤄진다면, 정부 차원의 재정 보전 방안 마련과 더불어 각종 규제 철폐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지방대 반발이 이어지면서 교육부의 추가 압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대학에 발주하는 사업에서 '정원 감축 규모'를 평가에 넣는 식으로 감축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 서울 사립대 관계자는 "예전에는 총장이 업적을 쌓으려고 정원을 내주고, 사업을 따냈지만, 이젠 장기적으로 손해라는 인식이 퍼졌다"며 "13년째 동결된 등록금 인상을 허용해주지 않으면 절대 정원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