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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점 만점에 7.85…전문가 10인, 한미동맹 복원에 박수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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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2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ㆍ미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공동성명과 설명서(팩트시트) 등을 토대로 국내 외교ㆍ안보 전문가 10인에게 평가를 요청했다. 이번 회담의 성과를 0~10점 척도(5점이 중간점)로 계량화해 평가했을 때 전문가 10인이 매긴 점수의 평균은 7.85점이었다. 한ㆍ미동맹의 중요성과 끈끈함을 재확인한 동시에 양국 간 협력 범위를 첨단과학기술과 기후변화 등으로 확대하며 한ㆍ미동맹이 포괄적인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진화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많았다. 단 한반도의 최고 현안인 북핵 문제에 대해선 상징적ㆍ원론적 측면의 메시지만 나왔을 뿐 북한 비핵화를 진전시킬 수 있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은 도출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공존했다. 화려한 외연에 비해 내실은 다소 부족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다음은 전문가들의 총평. (가나다순)

김재신 전 외교통상부 차관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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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정상회담은 없다’는 문구 이상으로 많은 분야에서 다양한 성과를 얻은 회담이다. 특히 한·미 미사일 지침 폐기나 해외 원전시장 공동진출 등은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인데 성과를 거뒀다고 본다. 회담 내용뿐 아니라 형식 면에서도 미·일 정상회담과 달리 한·미 정상이 마스크 없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전 세계에 보이면서 코로나19 사태 종식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심어줬다. 다만 회담 성과에 만족하는 데서 그칠 게 아니라 회담을 통해 규정한 내용의 후속 조치를 확실하게 챙겨야 한다. 예를 들어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를 달성하기로 한 것은 의무 이행이 더 중요하다. 코로나19 백신 생산 허브 및 반도체·배터리 협력 역시 약속이 현실화할 수 있도록 꾸준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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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첨단과학기술 분야 파트너십에 합의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의 문명사적 전환기에 핵심 신흥기술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우리의 과학 기술과 산업을 첨단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이는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향후 첨단 기술이 정치ㆍ외교ㆍ군사ㆍ안보ㆍ경제와 융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북 정책 분야는 실질적 내용이 없었다. 판문점 선언이나 싱가포르 성명 강조는 본질이 아니다. 북한 비핵화를 진전시킬 특단의 유인책이나 압박책이 필요한데, 이제까지 해오던 방식으로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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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정상회담은 주고받기다. 우리는 바이든 행정부가 계획하는 대중 견제 및 첨단기술 분야의 공급망 구축에 동참하는 대신 대북정책의 유연한 입장과 한·미 미사일 지침 폐지, 한국군에 대한 백신 제공을 얻었다. 대북정책에서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선언을 언급한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를 배려한 상징적 표현이며, 그렇다고 남북 경협과 종전선언 등의 내용까지 통째로 지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바이든 대통령은 두 선언의 내용 중 북한의 비핵화 약속에 더 방점을 찍을 것이라고 본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비핵화 문제를 협의하겠다는 분명한 약속이 없으면 북·미 정상회담 또한 없다고 밝힌 것은 기존의 완고한 기조를 재확인하는 메시지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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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비록 노골적인 대중 전선에 가담하지는 않았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압박 정책은 정교하면서 집요하다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공동성명에서의 대만 문제 언급도 한국으로선 거부하기 벅찬 모양새다. 향후 대중 관계에 새로운 변수들이 몰려오고 있어 한국 외교의 큰 숙제다. 이번 회담은 미국의 강한 대중국 동참 압박과 한국 정부의 북한에 대한 집착이 빚어낸 접점을 잘 보여줬다. 삼성, LG, SK가 없었으면 생색도 못 내고 미국의 압력에 일방적으로 흔들리는 깃털처럼 보일 뻔했다. 중국은 아직 노골적인 반감을 표하진 않지만 생각이 복잡해졌을 것이다. 한국의 대미 편향을 견제하기 위해 시진핑 주석의 방한도 더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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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대에서 외교 공간을 확장하고 있는 바이든 정부의 시도에 맞춰 한·미 간 협력 범위를 백신·반도체·미래 어젠다(기후변화) 등으로 넓혀 나가는 것은 한국의 국익과 위상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 미·중 사이에서 위치 선정이 어려운 현실에서 인류 보편적 원칙에 입각한 한·미 협력은 한국 외교의 정당성 확보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한국 외교가 북한 문제에 종속된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보편적 외교 전략과 대북정책의 균형을 맞춰 정상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임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북한 문제를 본인의 어젠다처럼 다뤘는데, 바이든 대통령에 북한은 국가의 어젠다이고 한·미 간의 어젠다라는 사실을 잘 보여줬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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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미 동맹이 위기인가 정상인가는 결국 미국 대통령이 누구냐에 상당 부분 달려있다는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다만 한ㆍ미동맹이 복원됐다고 해서 지금도 진행 중인 동맹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고민과 논의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동맹 관계라 할지라도 우리가 줄 것이 있어야 얻을 수도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재확인한 자리였다. 기술과 투자를 주고 대북특사와 미사일 규제 해제, 한국군 백신을 얻어낸 회담이었다. 한국 전쟁 참전 용사 옆에 양국 대통령이 함께 무릎을 꿇고 사진을 찍은 장면도 역사적 교훈의 의미가 크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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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집요하고 정밀한 한ㆍ미ㆍ일 협력 체제 구축과 인도ㆍ태평양 전략에 한국이 호응할 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줬다. 다만 당장 한ㆍ일 관계를 풀려면 미국 측의 적극적인 중재가 필요한데, 이를 얻어내지는 못했다. 미국 주도의 한ㆍ미ㆍ일 협력 강화와 미국이 중재하는 한ㆍ일 관계 해법 모색은 다른 문제인데, 후자에 대해선 회담 후 기자회견 등에서도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았다. 일본이 한국의 과거사 해법 제안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중재가 필요한데, 다음 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ㆍ미ㆍ일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한ㆍ일 관계 회복 문제도 비중 있게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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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성명에서 중국을 지목하거나 중국의 문제적 행동을 거론하지 않으면서도 국제사회가 지향하는 가치를 한ㆍ미가 공유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제 한ㆍ미 간의 선택이 갖는 영향력이 더는 양자적 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현실적 인식이 공동성명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 지침 폐지만 하더라도 한ㆍ미의 결정이지만 중국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미ㆍ중 간 갈등이 추상적 관념이 아니라 손에 잡히는 현실이 된 지금으로선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게 실제 정책 운용 측면에서 쉽지 않다는 점이 확인된 측면이 있다. 그만큼 동맹의 중요성, 포괄적 발전 필요성은 더 부각됐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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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한ㆍ미 외교ㆍ국방(2+2) 장관 회의를 돌이켜 봤을 때 이번 회담의 성과는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 한국은 백신 지원과 대북 정책에서 미국의 적극적이고 포용적인 자세를 희망했다. 백악관은 미ㆍ중 패권 경쟁 구도 속에서 인도태평양 전략 및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한국의 동참과 한ㆍ미ㆍ일 협력 강화를 바랐다. 모든 면에서 각자 원하는 바를 얻었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우선 백신 공급과 대북 제재완화에 대한 확실한 계획은 발표되진 않았다. 또 지난달 미ㆍ일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서 중국이 네 차례 등장했던 것과 달리 이번 회담의 공동성명에선 빠졌다. 한ㆍ미가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 등에 대해 입장을 발표했지만 향후 이 사안을 어떻게 다뤄갈지는 두고 볼 일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센터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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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담은 한·미동맹 강화를 통해 국내 정치적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도와 한국을 대중 견제에 동참하도록 만들기 위한 바이든 대통령의 속내가 맞아떨어진 ‘바게닝’이었다. 다만 한ㆍ미ㆍ일 협력에 대해선 원칙론만 강조했을 뿐 그 이상의 구체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점에선 미국의 고민이 엿보인다. 미국이 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빚는 한ㆍ일 관계를 직접 중재하는 건 어렵다는 점은 장기적으로 안보 문제에 대한 한ㆍ미ㆍ일 협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미ㆍ일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과 달리 한ㆍ미 정상회담에선 '한반도 비핵화'라고 표현한 것은 한ㆍ일 간 입장 차이가 한ㆍ미ㆍ일 간 대북 공조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유지혜·정진우·박현주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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