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결혼 반지 없는 결혼식 올린 어느 커플의 사연

중앙일보

입력 2021.05.23 15:00

[더,오래] 민은미의 내가 몰랐던 주얼리(74)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에게 반지는 가장 신경 써서 준비하게 되는 예물이다. A씨도 예비남편 B씨와 같은 디자인의 결혼반지를 신중하게 골랐다. A씨는 다이아몬드 1캐럿이 세팅된 반지를 B씨는 0.5캐럿이 세팅된 결혼반지를 주문했다. 하지만 A-B커플은 결혼식에서 결혼반지를 착용하지 못했다. 일부러 착용하지 않은 게 아니라, 착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주문했던 반지의 사이즈가 작아서 A씨의 경우 손가락 중간에서 더 이상 들어가지 않았고, 신랑도 마찬가지였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반지를 판매했던 소매점에서 측정한 반지호수와 반지를 만드는 공장의 반지호수가 달라서 반지가 작게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들의 반지는 다이아몬드가 세팅되어 있어 사이즈를 늘리는 수리도 불가능했고 결국 반지를 새로 만들었다. 하지만 결혼식까지 새 반지가 완성되지 않아 '결혼반지 없는 결혼식'이 되어버렸다.

2019년 보급한 KS규격 링/봉 게이지. 2020년 보급한 봉 게이지. [사진 서울주얼리지원센터]

2019년 보급한 KS규격 링/봉 게이지. 2020년 보급한 봉 게이지. [사진 서울주얼리지원센터]

서울주얼리지원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얼리업계는 대략 제조업체 1700개, 소매점 1만 2000개, 도매점 2300개, 온라인업체 800개 규모로 이뤄져 있다. '내 손가락에 꼭 맞는 반지 고르는 법'이라는 제목의 이전 기사에서 소개한 대로 손가락 사이즈를 재는 도구가 링 게이지와 봉 게이지다. 그런데 수많은 제조업체와 도소매점이 그간 서로 다른 규격의 링 게이지와 봉 게이지를 관행적으로 사용해 왔다. 이로 인해 제조업체부터 도매·소매상을 거쳐 소비자에게 이르기까지 반지 사이즈의 오차로 인한 문제점과 소비자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19년 서울주얼리지원센터는 귀금속, 주얼리업계와 협업사업으로 ‘KS규격 링/봉게이지 표준화 사업’에 착수했다. “한국기술표준원 KS D 9537에 규정된 반지 치수를 토대로 정확하게 계측된 링·봉게이지를 제작해 귀금속 제조·유통·소매 단계의 주요 업체에 제공함으로써 측정단위의 통일 및 표준화를 조기에 정착시키고자 한다”는 것이 사업 목적이었다.

업계에서 회수한 불량 봉 게이지. [사진 서울주얼리지원센터]

업계에서 회수한 불량 봉 게이지. [사진 서울주얼리지원센터]

2019년 첫발을 내딛은 ‘KS규격 링/봉게이지 표준화 사업’에 따라 서울주얼리지원센터는 1차로 KS규격 링/봉게이지 4600개를 서울 소재 업계에 무상보급했다. 서울주얼리지원센터는 서울시에서 설립한 지원시설로 서울에 주소지가 있는 사업장에 한정해서만 지원이 가능하다. 이후 지방자치단체 차원이 아닌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KS규격의 링게이지 1만5000개, 봉게이지 1만6800개를 전국에 보급했다.

2020년에는 2차 사업으로 KS규격 제조용 봉게이지 830개 이상을 서울시 소재 반지 제조업체에 무상 지원했다. 제조업이 밀집한 종로 및 남대문 지역, 귀금속 제조 업체들이 대상이었다. 올해 ‘KS규격 링/봉게이지 표준화 사업’은 3년 차에 접어들었다. 2021년에는 소비자에게 반지를 판매하는 소매업체들이 지원 대상이다.

소비자 홍보를 위해 제작한 스마트 링게이지. [사진 서울주얼리지원센터]

소비자 홍보를 위해 제작한 스마트 링게이지. [사진 서울주얼리지원센터]

소비자 홍보용 KS 규격을 확인할 수 있는 반지 호수 비교표. [사진 서울주얼리지원센터]

소비자 홍보용 KS 규격을 확인할 수 있는 반지 호수 비교표. [사진 서울주얼리지원센터]

반지 제조 시 KS규격의 각인을 장려하고 반지를 실질적으로 구매하는 소비자 홍보에 중점을 두어 스마트 링게이지, 반지 호수 비교표 등을 소매점을 통해 실소비자들에게 배포할 계획이다. 서울주얼리지원센터 이영주 팀장은 “업계에서 KS 규격 링·봉게이지 사용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장사항이지만 2019년부터 진행해 온 표준화 사업에 업계 전체의 적극적인 협조가 이루어지고 있다”라며 “이제는 반지를 구입할 때 소비자들이 먼저 ‘KS규격 반지 사이즈'로 해달라고 말씀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팀장의 말대로 업체 간의 사이즈 오차로 인한 '결혼반지 없는 결혼식'이 사라지려면 누구나 반지를 고를 때 한 가지 더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반지 호수는 KS 규격으로 주문해주세요.”

주얼리 마켓 리서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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