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송도공장에서 완제의약품을 병입하는 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삼성바이오로직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5/23/b292e466-baac-4e75-87b5-ac369a33ee1b.jpg)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송도공장에서 완제의약품을 병입하는 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삼성바이오로직스]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모더나와 손잡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한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구축하기로 한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의 일환이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비핵심 공정을 맡는다는 사실이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스분석]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 의미 #“mRNA 기반 갖춰 모든 방식의 백신 생산 #국내에 백신 공급 확대할 것으로 기대 #기술이전 아닌 병입·포장이라 아쉬워”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는 “모더나와 코로나19 메신저 리보핵산 백신(mRNA-1273) 완제 위탁생산 계약을 22일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두 회사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백신 기업 협력행사’에서 코로나19 백신 CMO 등 4건의 계약·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삼바는 모더나 백신의 기술이전에 착수한다. 기술이전이 끝나면 오는 3분기부터 모더나 백신 무균충전·라벨링·포장을 시작할 예정이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전 세계 백신 긴급 수요에 대응해 올해 하반기 초에 상업용 조달이 가능하도록 신속한 생산 일정을 수립했다”고 말했다.
삼바가 생산한 백신은 미국 이외의 지역에 공급될 예정이다. 생산 물량에 대해 삼바 측은 “수 억회 분량”이라고 말했다. 후안 안드레스 모더나 최고기술운영·품질책임자(CTO·CQO)도 “삼바와 파트너십 체결이 미국 이외 지역에서 모더나의 백신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경준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략 모더나 백신 DS 위탁생산 매출을 1달러 안팎으로 가정하면 삼바는 이번 위탁생산으로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K바이오 생산능력 입증…亞 백신 허브 기대
![한미 백신 기업 파트너십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백신 위탁 생산 계약 MOU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문 대통령, 스테판 반셀 모더나 최고경영자.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5/23/498a6ce5-abd3-4be5-b8d3-22b88cfefbe5.jpg)
한미 백신 기업 파트너십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백신 위탁 생산 계약 MOU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문 대통령, 스테판 반셀 모더나 최고경영자. [연합뉴스]
이번 계약을 두고 한국이 아시아 백신 허브로 부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안동공장에서 생산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바이러스벡터 방식(아스트라제네카)과 유전자재조합 방식(노바백스)이다. 한국코러스가 위탁생산 중인 러시아 백신(스푸트니크V)도 바이러스벡터 방식이다. 이날 계약을 계기로 삼바가 메신저 리보핵산 백신(mRNA) 생산능력을 확보하면, 현재 시판 중인 모든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을 국내서 생산하게 된다.
지금까지 아시아 백신 생산 허브로 불리는 국가는 인도다. 세계 백신의 약 60%를 생산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인도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공동 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코백스 퍼실리티)에 인도세럼연구소(SII)가 올해 제공하기로 했던 백신 물량도 제한됐다. 자국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자 인도 정부가 백신 수출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바의 백신 위탁생산 계약은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을 인정받으면서, 동시에 국내 백신 공급을 확대할 기회라는 평가를 받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삼바와 모더나의 협력은 전 세계적 백신 공급 부족을 해소하고 인류의 일상회복을 앞당겨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mRNA 기술력 확보와는 거리 있어
![인천 송도에 자리 잡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생산시설. 삼바는 오는 하반기부터 미국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할 예정이다. [중앙포토]](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5/23/8f24f1b0-7ed1-4d4e-ad16-e59ee7c97e8f.jpg)
인천 송도에 자리 잡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생산시설. 삼바는 오는 하반기부터 미국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할 예정이다. [중앙포토]
하지만 삼바의 역할이 한정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모더나 백신 생산 과정에서 삼바는 원료를 병입하는 공정만 맡기 때문이다.
백신 CMO 공정은 크게 원료의약품(DS) 생산 공정과 완제의약품(DP) 생산 공정으로 구분한다. DS를 위탁생산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고도의 기술 이전이 전제해야 한다. 모더나 백신의 경우 mRNA를 모방·설계한 인공 mRNA를 제조하고, 약물 전달체(지질나노입자·LNP)를 이용해 mRNA를 세포까지 안전하게 전달하는 기술을 이전해야 DS를 생산할 수 있다.
따라서 모더나가 DS 위탁을 맡긴다는 건 코로나19 이외에도 향후 mRNA 기반 백신을 개발할 때 국내 기업이 기술력을 함께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미국을 제외하면 현재 세계 3위 바이오의약품 CMO 기업인 론자(스위스)가 모더나 백신의 DS를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22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백신 기업 파트너십 행사.'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참석한 가운데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왼쪽)와 스테판 반셀 모더나 최고경영자(오른쪽)가 백신 위탁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5/23/eca61021-e456-4ff4-834b-14ea840318ed.jpg)
22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백신 기업 파트너십 행사.'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참석한 가운데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왼쪽)와 스테판 반셀 모더나 최고경영자(오른쪽)가 백신 위탁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연합뉴스]
이에 비해 삼바는 DP 생산 공정을 맡는다. 다른 곳에서 생산한 DS를 바이알(vial·보관용유리용기)에 넣어 상품으로 제조하는 최종 마감 단계다. 바이오의약품의 특성상 단순 병입 수준은 아니지만, DS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단순한 공정이다. mRNA 기술력 확보와도 다소 거리가 있다. 모더나는 카탈란트(미국), 로비(스페인), 레시팜(스웨덴) 등 다양한 국가에서 백신 DP 공정을 위탁했다.
물론 DP 위탁생산을 계기로 삼바가 추후 DS 위탁생산을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있다. 하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제약·바이오 업계의 전망이다. 론자와 장기계약을 맺고 있어서다.
론자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초기 과정에서 모더나와 생산협약을 체결했다. 모더나도 이 덕분에 백신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백신 개발이 끝난 상황에서 협업하는 삼바와는 ‘지위’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모더나와 론자는 지난해 5월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을 위한 전략적 협력 계약을 10년간 체결한 상황이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