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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업체 돈들여 시간싸움? 고객 부담 되는건 시간문제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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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전쟁의 끝은 어디일까? 24시간에서 반나절로, 한시간에서 30분으로 당겨지는 배달의 속도에 익숙해지는 일상이 간혹 두렵다. 누군가는 나를 향해 사력을 다해 돌진해오는데, 나는 그 시간마저 참지 못하고 짜증을 낸다. 이 속도의 끝은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최근 우리가 너무 익숙해져 버린 배달 전쟁은 크게 두 가지 시장에서 벌어진다. 온라인몰의 상품 배송 전쟁과, 골목길 식당의 음식 배달 전쟁이다.

#1. 먼저 온라인몰의 상품 배송 전쟁은 이커머스 시장을 잡기 위한 싸움이다. 이 싸움은 24시간에서 누가 6시간으로 줄이느냐로 좁혀지고 있다. 쿠팡이 하루 만에 배송하는 로켓배송을 들고나온 게 2014년께다. 마켓컬리도 그즈음 신선식품을 다음 날 문 앞에 갖다놓는 새벽 배송으로 파란을 일으켰다. 쿠팡과 컬리가 초반 배송 전쟁의 승기를 잡은 건 확실하지만, 이젠 SSG나 롯데 온도 전열을 가다듬고 반격을 준비 중이다.

이 싸움은 누가 택배를 빨리 처리하느냐에서 승패가 갈린다. 수많은 소비자가 마음껏 고를 수 있는 상품을 준비하고, 누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에 배달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상품은 파는 업체 혹은 플랫폼을 가진 건 기업이고, 상품을 사는 사람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소비자다. 여기서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건 택배다. 택배시장은 특성상 그나마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판매자 물류창고에 AI를 도입할 수도 있고 소비자를 찾아가는 택배기사가 늘 수도 있다.

=〉그래도 배송 속도가 빨라지는만큼 택배비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다. 현재 3000원 안팎인 개인 택배비도 최소 몇백원씩은 조만간 인상되지 않을까?

#2. 또 하나. 시간 싸움에서 분 싸움으로 치닫고 있는 음식 배달 전쟁은 골목길 식당의 배송비를 먹기 위한 전쟁이다. 배달의민족이 골목길 음식을 배달하기 시작한 건 2011년께다. 큰 경쟁자 없이 배민이 장악해 나가던 시장에 1년 전쯤 쿠팡이츠가 뛰어들면서 싸움이 거칠어졌다. 배민의 배달 방식은 주문 5건 정도를 취합해 한꺼번에 배달하는 묶음 배달이다. 그래서 1번으로 주문한 사람은 오래 기다리고, 5번으로 주문한 사람은 빨리 받는다. 쿠팡이츠가 들고나온 단건 배달은 주문하자마자 곧장 그 건만 배달한다. 비슷한 지역의 주문 5건을 묶어 배달할 때보다 1건만 배달하니 주문당 수수료가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

묶음 배달료가 2000~3000원이었다면, 단건 배달료 그 곱절 혹은 서너배 높다. 동네나 시간대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단건배달료는 약 6000원. 여기서 식당과 소비자를 잇는 건 배달기사다. 또 식당과 배달기사를 연결하는 플랫폼인 배민이나 쿠팡이츠도 수수료를 챙긴다. 1만 원짜리 음식을 주문한 소비자가 최소 수수료 6000원+a를 내려 하지 않을 테고, 식당 주인은 1만 원짜리 음식을 팔아 수수료 6000+a를 내면 남는 게 없다. 당장은 시장 장악을 노린 쿠팡과 배민이 수수료를 떠안는 '쩐의 전쟁'으로 단건 배달은 굴러가고 있다.

=〉배민이나 쿠팡이츠가 '쩐의 전쟁'을 멈추는 순간, 아니면 적어도 돈싸움을 그치겠다고 선언한다면, 수수료는 식당 사장님이나 주문자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터다. 우리는 익숙해진 속도에 그만큼의 비용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아니면 언젠가까진 갖고 있던 기다림의 인내심을 되찾을 수 있을까?  


장정훈 산업1팀장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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