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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은 왜 우리 철도에 표준궤 깔았나···철로폭 '1435㎜'의 비밀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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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궤로 깔린 철도를 달리는 고속열차 KTX. [중앙일보]

표준궤로 깔린 철도를 달리는 고속열차 KTX. [중앙일보]

 '1435㎜.'

 열차가 달리는 철로에는 나라마다 지역마다 각기 정해진 폭이 있습니다. 이 중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폭이 1435㎜로 '표준궤'라고 부릅니다. 전 세계 철도의 60%가량이 국제공인인 이 표준궤를 쓴다고 하네요.

[강갑생의 숫자로 보는 교통] #철로 폭 1435mm가 '표준궤' #전 세계 철도의 60%가 사용 #더 넓은 '광궤', 좁으면 '협궤' #방어 수단이자 침략의 도구도

 표준궤가 어디서 유래했는지는 명확지 않습니다. 다만 말 두 마리가 끄는 마차의 폭, 즉 마차의 궤간에서 탄생했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이 궤관을 최초로 표준화한 나라는 영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825년 최초로 철도가 운행한 나라에서 만들어진 만큼 표준궤의 역사가 가장 오래된 셈입니다.

 이 표준궤보다 철로 폭이 넓으면 '광궤', 좁으면 '협궤'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 철도는 표준궤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요. 국내에선 드물게 철로 폭이 762㎜였던 수인선 협궤열차가 1995년 말 운행을 중단하면서 이젠 표준궤만 운영되고 있습니다.

 광궤로 유명한 나라는 단연 시베리아횡단철도(TSR,Trans Siberian railway)로 대표되는 러시아인데요. 모스크바~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9288㎞의 세계 최장 철도인 TSR이 바로 철로 폭이 1520㎜인 광궤입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광궤로 되어 있다. [사진 위키백과]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광궤로 되어 있다. [사진 위키백과]

 유럽과 붙어있는 러시아가 철도의 대세인 표준궤를 따르지 않고 광궤를 선택한 까닭을 놓고는 여러 설이 있지만, 프랑스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때문이라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18세 후반~19세기 초반 나폴레옹의 침략을 받아 큰 고통을 겪었던 러시아로서는 철도를 놓을 때 프랑스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혹시나 철도로 바로 연결됐다가는 프랑스가 열차를 이용해 대량으로 병력과 무기를 실어나르며 침략해오지 않을까 걱정이 된 겁니다.

 그래서 열차가 직결되지 않도록 폭이 더 넓은 광궤를 깔았다는 설명입니다. 프랑스보다 10년 늦게 철도를 개통한 스페인 역시 프랑스를 의식해서 폭이 더 넓은 1688㎜의 광궤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근 국가의 침략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철로 폭을 달리한 겁니다.

일본은 표준궤인 고속철도 신칸센과 사철을 제외하면 아직도 협궤가 많다. [사진 위키백과]

일본은 표준궤인 고속철도 신칸센과 사철을 제외하면 아직도 협궤가 많다. [사진 위키백과]

 이처럼 폭이 다른 철도를 다니려면 광궤에 맞는 바퀴가 달린 대차로 바꾸거나(대차 교환), 아니면 짐이나 병력을 아예 광궤 열차로 옮겨실어야만(환적) 하기 때문에 시간도 걸리고 번거롭습니다.

 그런데 협궤를 주로 도입한 일본이 1899년 개통한 경인선을 비롯해 경부선, 경원선 등 우리 철도에는 왜 표준궤를 깔았을까요? 역시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중국이표준궤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유력합니다.

 열차를 이용한 중국 진출과 원활한 수탈물 운송을 염두에 뒀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일본은 철도를 통해 각 항구로 막대한 수탈물을 운반했고, 대륙으로 군수물자와 병력도 실어날랐습니다.

 역사 속에서 철도가 방어의 수단이면서 침략의 도구도 되는 순간들이 반복되어 온 겁니다.  철도에서 가장 유명한 수치이자 갖가지 사연을 안고 있는 '1435㎜', 기억해둘 만 할 것 같습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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