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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몰락 현실되자…朴정부때 썼던 칼 다시 뽑은 文정부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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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학 신입생 충원율은 91.4%에 그쳤습니다. 대학들은 4만586명의 정원을 채우지 못했는데, 3만458명(75%)이 비수도권 대학이 못 채운 정원입니다.

키워드: 대학 정원 감축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지방대 위기가 커지면서 교육부가 수도권 대학도 정원 감축을 권고하기로 했다. 교육부가 공개한 올해 대학 충원율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문대를 포함해 전체 331개 대학의 미충원 인원은 총 4만586명으로 집계됐다.  뉴스1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지방대 위기가 커지면서 교육부가 수도권 대학도 정원 감축을 권고하기로 했다. 교육부가 공개한 올해 대학 충원율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문대를 포함해 전체 331개 대학의 미충원 인원은 총 4만586명으로 집계됐다. 뉴스1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지방대 몰락이 현실이 되자 교육부가 결국 대학 구조조정의 칼을 빼 들었습니다. 20일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방안에 따르면 권역별로 '유지 충원율' 기준을 정하고 기준에 미달한 하위 대학들은 정원 감축을 권고합니다. 표현은 '권고'지만, 감축하지 않으면 정부 지원을 끊기 때문에 사실상 강제나 다름없습니다.

이번 방안에 따라 수도권을 포함해 권역별로 하위 30~50% 대학은 정원 감축 대상이 됩니다. 그대로 두면 지방대만 대폭 정원을 줄여야하기 때문에 수도권도 '고통 분담' 차원에서 정원을 같이 줄여나간다는 취지입니다. 대학들은 내년 3월까지 교육부에 '자율 정원 조정 계획'을 제출하고, 이에 따라 2023~2024년부터 정원을 줄여나가게 됩니다.

박근혜 정부때 '대학 구조개혁'으로 U턴

사실상 정부가 평가를 통해 대학 정원을 강제로 줄인다는 점에서 보면, 이번 방안은 박근혜 정부 시절의 '대학 구조개혁평가'로 돌아간 셈입니다.

2015년 당시 정부는 3년 주기의 평가를 통해 A~E 등급을 매기고 등급에 따라 정원을 4~15%까지 줄이도록 했습니다. 정원을 안 줄여도 되는 A등급에는 서울 소재 대학이 다수 포함된 반면, 10% 이상 정원 감축을 해야 하는 D등급 이하에는 대부분 지방대가 포함됐습니다. 교육부가 칼을 들고 지방대 죽이기에 나섰다는 비판도 거셌죠.

[그래픽] 대학 입학 정원 및 입학인원 추이. 연합뉴스

[그래픽] 대학 입학 정원 및 입학인원 추이.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로 바뀐 뒤 교육부는 들었던 칼을 놓았습니다. 대학 구조개혁평가를 '기본역량진단'이라는 순화된(?) 이름으로 바꾸고 정원을 강제로 줄이는 대신 대학 자율에 맡기기로 한겁니다.

그러나 대학이 목숨줄과 같은 정원을 스스로 줄일 리 없었고, 결국 지방대부터 신입생 대거 미달 사태가 덮치고 말았습니다. 지방대 몰락이 본격화되고 나서야 결국 정부는 지난 정부와 비슷한 정원 감축의 칼을 빼 들었습니다. 대학 정원 문제를 '자율'에 맡긴 현 제도의 실패를 자인한 셈인데요. 지난 정부 정책으로 유턴했다는 지적에 대해 정종철 교육부 차관은 "정확하게 유턴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어쨌든 저희가 정원 관리를 해왔던 측면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지방대 몰락, 예고된 미래에 손 놓았던 정부  

정종철 교육부 차관이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정종철 교육부 차관이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문제는 이러한 대학 정원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점입니다. 초저출산 여파로 20년 뒤 대학 입학 자원이 급감할 것이란 예상은 이미 2000년 들어 나왔습니다. 올해 43만명인 대학 입학인원은 3년 뒤인 2024년엔 37만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데도 교육부는 대학 정원 문제를 자율에 맡긴 채 손을 놓았고, 대학은 예고된 미래를 걱정만 하면서 구조조정에 소극적이었습니다.

대학가에서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대학 구조조정은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는 정책일 수밖에 없다. 어느 정치인이 자기 지역의 대학을 줄이는 데 앞장서려 하겠느냐." 어쨌든 정부가 대학 개혁에 손 놓은 사이, 지방대에는 '미달 대학'이라는 오명이 하나 더 붙게 됐고, 예고된 미래는 오늘이 됐습니다.

남윤서 교육팀장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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