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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베끼곤 "웃돈 달라"…中 짝퉁K 뒤엔 '악명의 김광춘'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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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표·디자인 등을 무단으로 도용하는 이른바 ‘짝퉁 한류’ 피해 기업이 크게 늘었다. 22일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특허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상표 도용으로 피해를 본 한국 기업은 2753곳이었다. 2019년(797곳)의 3.5배로 증가했다.

키워드: '짝퉁 한류'와 '위장 한류'

상표 도용 피해 기업은 2016년(301곳)부터 추세적으로 늘긴 했지만, 지난해 증가 폭이 유독 컸다. 외식 프랜차이즈나 의류ㆍ화장품ㆍ식품업종에서 피해가 심한 데, 중국 소비자 사이에서 한국 소비재 브랜드가 친숙해진 점을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중앙일보 5월20일 B1·B2면 참조)

‘상표 브로커’도 많아졌다.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식품ㆍ패션 브랜드를 중국에 미리 등록한 뒤 해당 기업이 중국에 진출할 때 웃돈을 요구하는 수법을 쓴다. 호식이두마리치킨 관계자는 “중국의 상표 브로커 쪽에서 먼저 연락이 와 ‘우리가 상표권을 등록했으니 협상을 하자’고 하더라”라며 “비슷하게 피해를 본 국내 기업들과 공동으로 악의적인 상표권 침해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중국동포 김광춘(金光春)의 악명이 높다. 본인과 본인이 대표로 있는 9개의 법인을 통해 조직적으로 한국 기업의 상표를 선점하고, 상표거래 사이트에서 이를 판매하고 있다. 해당 브랜드가 이를 무시하고 중국에 진출하면 상표권 침해 소송을 걸고, 수억원의 합의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특허청·한국지식재산연구원에 따르면 김광춘은 한국의 파리바게뜨와 비슷한 ‘바리바게뜨’라는 상표를 중국에 등록하고, 파리바게뜨를 상대로 상표매입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이후 김광춘은 중국 내에서 무효소송을 제기하는 동시에, 중국 시장감독관리총국·지방정부·공안국은 물론 주중 프랑스대사관 등에 2018년부터 총 300여건의 민원을 제기하며 파리바게뜨를 압박하기도 했다.

중국의 상표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짝퉁' 한국 상표들. 하림·불고기브라더스·풀무원·뽀로로 등이 보인다. [자료: 특허청, 윤영석 의원]

중국의 상표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짝퉁' 한국 상표들. 하림·불고기브라더스·풀무원·뽀로로 등이 보인다. [자료: 특허청, 윤영석 의원]

최근에는 국내 신생 브랜드를 ‘사냥감’으로 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상표 도용에 대응할 여력이 부족한 소규모 기업을 타깃으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기업은 중국에서 법적 대응을 하려고 해도 비용과 시간 부담 때문에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

국내 디자인 브랜드 오롤리데이는 최근 자사 유튜브에서 “중국에서 이름을 도용한 매장이 오픈했다. 간판은 물론 매장에 가득한 모든 콘텐트가 상표ㆍ캐릭터ㆍ슬로건을 베껴 만든 가짜 제품”이라고 호소했다.

국내 디자인 브랜드 '오롤리데이'의 상표권을 무단 도용한 중국 매장과 짝퉁 제품. 오롤리데이의 브랜드명과 고유의 캐릭터(못난이)를 그대로 베꼈다. 오롤리데이 SNS.

국내 디자인 브랜드 '오롤리데이'의 상표권을 무단 도용한 중국 매장과 짝퉁 제품. 오롤리데이의 브랜드명과 고유의 캐릭터(못난이)를 그대로 베꼈다. 오롤리데이 SNS.

오롤리데이는 “중국에서 자기네 권리인 것처럼 등록한 캐릭터ㆍ그림ㆍ상표 등이 30개에 육박한다. 오롤리데이 팬들이 중국 매장 소셜미디어(SNS)에 중국어로 항의했더니 (중국 매장은) ‘자신들이 먼저 만든 브랜드이며 한국이 우리를 따라 했다’는 거짓말까지 했다”고 전했다.

중국을 벗어나 동남아에서도 상표 도용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상표 도용으로 피해를 본 한국 기업은 2019년 204곳, 지난해 227곳이었다. 태국에서도 지난해 664개 기업이 상표를 도용당했다.

서창대 특허청 산업재산보호지원과장은 “최근에는 해외 전시회나 박람회에 참석한 한국 기업의 브로슈어를 보고 바로 상표를 출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해외 진출계획이 있다면 한국에 상표출원을 하면서 동시에 진출 국가에도 출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국 상표ㆍ제품을 대놓고 통째로 베끼는 이런 ‘짝퉁 한류’뿐만 아니라, 한국 제품인 것처럼 포장한 외국산 제품인 ‘위장 한류’도 골칫거리다.

주요 '위장 한류' 기업들의 로고.

주요 '위장 한류' 기업들의 로고.

중국의 생활용품점 MUMUSO(무궁생활)ㆍIlahui(연혜우품)를 비롯해 KIODA(너귀엽다)ㆍYOYOSO(한상우품)ㆍMINIGOOD(삼무)ㆍXIMISO(희미성품) 등이 거론된다. 한국 제품ㆍ디자인을 표절한 제품을 판다. 제품은 중국기업 것인데, 포장에는 엉터리 한글 및 한국 관련 로고를 새겨 유통하기도 한다. 이들은 현지에서 한국 브랜드로 오인되고 있다.

해외 현지에서 판매되는 이런 ‘위장 한류’ 제품의 낮은 품질은 외국 소비자에게 한국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저하시키고, 한국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소지가 있다.

'위장 한류' 기업이 판매하고 있는 중국산 제품들. 어색한 한글 표현이 눈에 띈다.

'위장 한류' 기업이 판매하고 있는 중국산 제품들. 어색한 한글 표현이 눈에 띈다.

코트라(KOTRA) 캄보디아 프놈펜무역관은 최근 보고서에서 "무궁생활이라는 한국 상표를 모방한 브랜드에서 중국제품의 마스크 팩을 한국 글자 및 로고를 새겨 유통하고 있다"며 "중국에서 만든 가짜 제품들이 한국 제품보다 훨씬 저렴한 금액에 유통이 되고 있고, 이에 따라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받고, 동시에 판매율도 하락세를 보인다"고 밝혔다.

한국 법원은 2019년 무궁생활과 연혜우품의 한국법인에 대해 해산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해외에서 한국제품을 모방한 상품 등을 대규모로 판매하면서 현지 특허 당국의 단속ㆍ제재를 피하기 위해 국내에 유령법인을 설립한 것으로 봤다.

사실 중국 기업의 이런 ‘흉내 내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표절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2013년 일본의 ‘다이소’를 모방해 만든 중국의 ‘미니소’가 대표적이다.

중국 상하이의 미니소 매장. 일본풍 잡화점 이미지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중국 기업인 미니소는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연합뉴스]

중국 상하이의 미니소 매장. 일본풍 잡화점 이미지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중국 기업인 미니소는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연합뉴스]

일본의 무인양품(無印良品)을 연상시키는 매장 컨셉과 디자인, 다이소와 유니클로를 반반 합친 것 같은 브랜드 로고 등으로 인해 ‘짝퉁 논란‘에 휩싸였다. 매장 간판에서 일본어를 사용할 만큼 ‘일본풍’을 표방하고 있고, 공식 웹사이트에서는 2013년 도쿄에서 첫 매장을 열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지금도 짝퉁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지만 미니소는 승승장구하며 전 세계 80여개 국가에서 42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10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기도 했다.

유성원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는 “한글을 사용했다는 것, 한국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나 디자인을 썼다는 것 자체를 법적으로 문제 삼기는 힘들다”면서 “다만 디자인ㆍ로고ㆍ캐릭터 등이 한국 기업 제품과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비슷하거나, 거짓 정보로 소비자들의 착각을 유도한다면 부정경쟁방지법으로 처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해용 경제정책팀장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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