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찾은 ‘부자 나라’ 한국에 백신 주는 명분

중앙일보

입력 2021.05.22 10:50

업데이트 2021.05.22 14:54

한국 같이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나라에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고심 끝에 그 명분을 '한미 동맹'에서 찾았다.

한국군과 밀접 접촉 주한미군 안전 강조
바이든 "전투 준비 태세 위해 옳은 일 한 것"
백신 종류, 공급 시기, 제공 형식 모두 미정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치고 연 공동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과 밀접하게, 정기적으로 접촉하는 55만 명의 한국 육해공군 장병 모두에게 완전한 (백신) 접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러면서 "그들(한국군)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미군을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한국군과 함께 훈련하고 교류하는 미군을 코로나19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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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비공개 브리핑에서 한국에 대한 백신 지원 배경을 좀 더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 군의 준비 태세를 확보하고, 그들(미군과 한국군)이 계속해서 함께 일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것이 옳은 일(right thing to do)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미 양국 군이 사용하는 '오늘 밤 싸울 준비가 됐다(Ready to fight tonight)'는 구호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문재인·바이든 대통령 주요 발언.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문재인·바이든 대통령 주요 발언.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다만 이 당국자는 한국이 백신을 받게 될 시점과 지원받을 백신 종류, 지원하는 형식에 대해서는 앞으로 정해질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국에 지원하는 백신이 지난 17일 바이든 대통령이 전 세계와 공유하겠다고 발표한 화이자·모더나·얀센(존슨앤드존슨) 백신 2000만 회분 가운데 일부인지 묻자 답하지 않았다.

또 백신을 빌렸다가 갚는 '스와프' 방식인지, 무상 기증인지도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은 백신 총 8000만 회분을 다른 나라와 공유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대부분을 무상으로 기증할 뜻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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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상세한 정보가 나오지 않는 것은 미국 정부의 백신 지원 결정이 막판에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상회담 하루 전인 20일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에 백신을 지원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 같은 선진국의 백신 요청에 대한 백악관의 입장'을 질문받고 "우리가 세계와 공유하겠다고 한 백신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검토(look into)한 뒤에 결정할 것"이라면서 "그것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또 "이 같은 평가가 내일 전에는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정상회담 직전까지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도 내비쳤다.

한국처럼 부유하고, 현재 코로나19 상황이 썩 나쁘지 않은 나라가 미국에 백신을 지원해 달라는 게 공평하냐는 여론이 미국 정부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국은 상당량의 백신을 자력으로 백신을 구하지 못하는 국가를 지원하는 '코백스' 프로그램을 통해 가난한 나라에 우선 지원하겠다는 기준을 세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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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행정부 안에서는 한국에 백신을 지원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의견이 갈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백악관 내 외교안보 라인과 국무부, 보건복지부, 미 국제개발처(USAID) 같은 부처는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 백신을 지원해야 코로나19 종식을 앞당길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백악관 내 코로나19 대응팀과 국내 정치 파트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신중한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양측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이 임박해 최종적으로 결정했거나 결정 내용을 알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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