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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변사 ‘이성’은 답을 안다…경찰 결론 못믿을 때의 ‘장치’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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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새벽 한강에서 실종된 의대생 손정민(22)씨는 5일 뒤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버지 손현(50)씨와 유족들에겐 너무도 잔인한 4월의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한 달 가까이 멀리서 지켜보는 시민들도 아직 가슴이 아린데, 부모 심경을 감히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현장에서 아버지를 만난 후배 기자는 “자식 잃은 아버지의 오열만큼 슬픈 건 없는 것 같다”고 눈시울을 붉히더군요.

키워드: 변사 사건 심의위 열리나

정민씨가 사라진 현장에 있었으나 음주로 인한 ‘블랙 아웃’ 상태였다는 의대 동기생을 바라보는 심경도 착잡합니다. 비틀거리며 친구를 찾는 CCTV 영상은 고통스러운 시간여행이었습니다. 온갖 추리와 의심, 회한과 억측은 친구와 그 가족에게 평생의 멍에로 남겠지요.

2019년 강화된 변사 사건 처리 규칙 

그러나, 이제 감성보다 이성에 귀 기울일 시간입니다. 우리 사회가 판단한 ‘실체적 진실’과 마주해야 합니다. 기사 제목에 ‘한강 변사 사건’이라는 냉정한 표현을 쓴 것도 그래섭니다. 일본식 법률 용어에서 유래한 ‘변사(變死)’는 공식적인 용어입니다. 자연사 이외의 원인이 분명하지 않은 죽음을 변사로 규정합니다. 여기엔 범죄가 의심되는 사망, 자연재해·교통사고·안전사고·화재·익사 등의 사고성 사망, 자살 의심 사망 등이 포함됩니다.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故손정민씨를 추모하는 꽃과 메모가 놓여있다. [뉴스1]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故손정민씨를 추모하는 꽃과 메모가 놓여있다. [뉴스1]

변사 사건의 결론은 경찰이 내립니다. 초동 대응과 언론 브리핑 미숙으로 가짜뉴스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실체적 진실’을 찾는 책임과 의무가 경찰에게 있습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경찰은 변사 사건 처리의 투명성을 강화한 최신 매뉴얼을 갖췄습니다. 2019년 3월 만든 ‘변사 사건 처리 규칙’(경찰청훈령 921호·이하 규칙)이 그 매뉴얼입니다. 8장 28조로 구성된 이 규칙을 만들면서 경찰청은 “변사 사건의 처리 과정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새 규칙을 마련한 계기도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권고 때문이었습니다. 21조에는 ‘변사 사건 책임자는 범죄 관련성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배제될 때까지 사인 및 사망 경위를 수사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유족 이의제기 하면 심의위 열어야 

경찰의 조사는 막바지를 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민씨의 스마트폰 데이터 내역도 분석했고, 목격자의 진술도 최대한 확보했습니다. 예단하지 않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결론이 나왔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경찰은 사망 경위와 관련한 가짜뉴스 유포자들의 정보통신망법(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및 전기통신기본법(이익 목적 허위 유포) 위반에 대한 법리 검토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서초서 관계자는 “아침저녁으로 계속 회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경찰의 결론에 수긍할 수 없을 때의 장치도 있습니다. 새 규칙은 경찰서와 지방경찰청 단계에 각각 ‘변사 사건 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를 뒀습니다. 수사 결과에 유족이 이의를 제기하는 등의 경우에 사건을 종결하려면 위원회를 열고 보강 수사 필요성과 종결 여부를 심의해야 합니다. 위원은 3~4명의 경찰 내부 위원과 1~2명의 외부 위원(법의학자, 변호사 등 전문성 있는 사람 중에 위촉)으로 구성됩니다.

위원회가 꾸려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조만간 나올 결론에 유족과 여론이 수긍한다면 위원회는 소집되지 않을 겁니다. 슬픔과 고통, 의심으로 점철된 이번 사건이 어떤 결론으로 어떻게 마무리되고 수습될지 궁금합니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과 시스템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결론을 찾고 유족의 아픔을 최소화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승현 사회2팀장 s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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