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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가 열광하는 팟캐스트…잠자던 오디오를 깨웠다

중앙일보

입력

애플이 지난달 공개한 팟캐스트 정기구독 모델 [EPA+연합뉴스]

애플이 지난달 공개한 팟캐스트 정기구독 모델 [EPA+연합뉴스]

“Video killed the radio star”
1979년 영국 밴드 버글스는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다”고 노래했다. 소리 중심의 음악 시장이 영상 중심으로 격변을 맞게 된 상황을 나타낸 노래다. 4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튜브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중심으로 영상 콘텐트가 쏟아진다.

최근 들어 오디오 콘텐트가 부활하고 있다. 심지어 확산의 중심에는 ‘유튜브 세대’로 불리는 Z세대(2000년대 초반 출생)가 있다. 영상 콘텐트와 달리 시각적 피로도가 없고, 다른 일과 동시에 즐기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국내뿐만이 아니다. 비즈니스 오브 앱스는 세계 최대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에서 25세 미만 이용자의 54%가 팟캐스트를 듣는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기업 잇따라 팟캐스트 러브콜

이에 글로벌 ITㆍ콘텐트 기업은 오디오 콘텐트를 강화하기 위해 팟캐스트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애플은 20일(현지시각) 유료 팟캐스트용 추천인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팟캐스트는 하고 싶은 이야기나 음악을 녹음해 온라인에 올리는 음성 콘텐트를 말한다. 팟캐스트 홍보 링크를 웹사이트에 게재한 뒤 누군가 그 링크를 통해 유료 멤버십에 가입하면, 구독료의 절반을 일종의 ‘소개비’로 받을 수 있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5달러짜리 유료 팟캐스트에 가입하는 사람을 모집하면 한 달 뒤 2.5 달러의 커미션을 받는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는 “팟캐스트 가입자를 늘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마케팅”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는 '최대 음원 스트리밍서비스 스포티파이의 올해 팟캐스트 청취율이 애플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AP=연합뉴스]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는 '최대 음원 스트리밍서비스 스포티파이의 올해 팟캐스트 청취율이 애플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AP=연합뉴스]

앞서 애플은 170개국에서 팟캐스트 정기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애플은 2005년 아이튠즈를 통해 오디오 콘텐트인 팟캐스트 시장을 주도해왔지만, 정기구독 서비스를 들고나온 스포티파이에 밀려 고전했다. 유명 팟캐스트 창작자들이 구독료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스포티파이로 몰리며 상대적으로 애플 팟캐스트의 콘텐트 경쟁력이 약해진 것이다.

2019년 애플의 팟캐스트 시장 점유율은 34%였지만, 올해에는 23.8%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는 지난 3월 “올해 스포티파이의 청취율이 애플을 앞지르고 시장 1위에 오를 것”이라는 분석 자료를 내놨다.

애플 외에 다른 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앵커, 김렛미디어 등 팟캐스트 전문 제작 업체 인수를 위해 총 5000억원을 투자했다. 자체 콘텐트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지금까지 영국 해리 왕자, 미셸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부인 등의 유명 인사를 팟캐스트 제작자로 영입했다. 아마존도 지난해 9월 스트리밍 서비스 아마존뮤직에서 팟캐스트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12월에는 100개 이상의 콘텐트를 보유한 팟캐스트 제작 업체 원더리를 4000억원에 인수했다.

광고에 '록인 효과'까지 일석이조

시장조사 업체 리서치앤마켓츠는 세계 팟캐스트 시장이 연평균 성장률 24.6%를 기록하며 2026년 418억 달러(47조원) 규모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 인터넷광고협회에 따르면 미국 내 팟캐스트 광고 매출은 올해 처음 10억 달러(약 1조1100억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2년 뒤에는 20억 달러(약 2조 257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들이 팟캐스트를 강화하는 건 이용자를 플랫폼에 잡아두는 ‘록인(자물쇠) 효과를 내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모든 플랫폼에 공개되는 음원만으로는 차별화가 힘들기 때문에, 플랫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트를 확보한다는 설명이다. 넷플릭스 등의 OTT 업체들이 자체 제작 영화나 드라마를 만드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당분간 오디오 강세 지속할 것"

국내 기업들도 팟캐스트로 발을 넓히고 있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드림어스컴퍼니가 운영하는 오디오 스트리밍 플랫폼 ‘플로’는 이달 들어서만 자체 팟캐스트 다섯 개를 시작했다. 아티스트가 참여한 북 토크쇼, 드라마 캐릭터의 정신분석 등 장르도 다양하다. 플로 측은 “올해부터 3년간 음악과 자체 오디오 콘텐트 확보에 2000억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각각 ‘오디오 클립’과 ‘스테이션’ 같은 오디오 콘텐트를 제작하고 있다.

플로 오디오 콘텐트 [사진 플로 캡쳐]

플로 오디오 콘텐트 [사진 플로 캡쳐]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측한다. 김치호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인공지능(AI) 스피커 등 인프라가 갖춰질수록 오디오 콘텐트 산업도 발전할 수 있다”며 “다만 자막을 입혀 수출할 수 있는 영상과 달리 글로벌화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는 만큼, 현지화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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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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