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탈출한 표범에 중국의 해법…닭 100마리 풀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5.22 09:00

업데이트 2021.05.22 10:22

지난달 중국 저장 성 항저우의 동물원에서 도망친 표범 세 마리 중 한 마리를 찾지 못하자 동물원 측이 궁여지책으로 닭을 풀었다.

수색 작업이 성과를 내지 못하자 표범을 유인하기 위해 약 100마리의 닭이 투입됐다고 영국 가디언과 중국 신징바오 등이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동물원을 탈출한 표범을 잡기 위해 수색대 1700명을 동원했고, 990대의 드론, 수색견과 카메라, 열 감지장치까지 투입했다. 그 결과 세 마리 중 두 마리는 이달 초 포획했다.

지난달 19일 중국 항저우의 한 동물원에서 표범 3마리가 탈출했다. 이 표범 중 두 마리는 찾았으나 마지막 한 마리는 발견되지 않았다. [신징바오]

지난달 19일 중국 항저우의 한 동물원에서 표범 3마리가 탈출했다. 이 표범 중 두 마리는 찾았으나 마지막 한 마리는 발견되지 않았다. [신징바오]

그러나 대대적 수색에도 아직 표범 한 마리는 오리무중이다.

지난 9일 표범을 찾기 위해 한 직원이 동력으로 움직이는 낙하산으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9일 표범을 찾기 위해 한 직원이 동력으로 움직이는 낙하산으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결국 수색대가 고심 끝에 선택한 게 100여 마리의 닭이었다. 가디언은 "닭으로 표범을 불러들이는 작전"이라고 전했다.

원래 표범은 닭을 즐겨 먹는다. 하지만 닭을 미끼로 한 유인 작전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항저우 야생동물 월드의 한 사육사는 "도망쳤던 표범 3마리는 생후 두 살 반의 어린 표범"이라며 "성년 표범의 경우 동물원에서 일주일에 1번 생닭을 먹였는데 어린 표범 3마리는 닭가슴살 등을 먹였다"고 전했다.

이미 포획된 2마리와 마찬가지로 아직 잡히지 않은 표범도 동물원 우리 내에서 태어났으며 사냥에는 익숙하지 않다고 한다.

항저우 동물원 관계자들과 수색대는 나머지 한 마리 표범을 잡기 위해 닭을 동원하기로 했다. [펑미엔 신문 홈페이지]

항저우 동물원 관계자들과 수색대는 나머지 한 마리 표범을 잡기 위해 닭을 동원하기로 했다. [펑미엔 신문 홈페이지]

노동절 연휴 매출 떨어질라…3주 이상 사실 은폐

표범들은 지난달 19일 경험이 부족한 한 사육사가 철문을 잠그는 것을 깜빡하면서 동물원을 빠져나갔다. 50대 후반의 사육사는 입사 3개월에 불과했다고 한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표범들이 뛰쳐나간 것을 알고도 동물원 측은 관광객들을 그냥 맞이했다고 신징바오가 전했다. 직원 부주의로 표범 3마리를 놓쳐놓고도 동물원 측은 3주가량 이 사실을 숨긴 것이다.

동물원 측이 "표범이 어려서 괜찮다"고 해명한 건 불붙은 여론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환구시보에 따르면 동물원 측은 이달 8일 "우리는 어린 표범들이 약하고 큰 위험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대중들이 패닉 상태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탈출 사실을 발표하지 않기로 결정했었다"는 성명을 내놨다.

표범이 탈출했던 항저우 동물원의 모습 [웨이보]

표범이 탈출했던 항저우 동물원의 모습 [웨이보]

그러자 관람객이 줄을 것을 염려해 표범 탈출 사실을 은폐해 놓고 오히려 억지 해명을 한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현지 경찰은 이달 초순부터 시작된 중국 노동절 연휴에 동물원을 찾는 방문객 숫자가 줄어들까 봐 탈출을 알리지 않았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노동절 연휴 기간 이 동물원이 티켓 판매로 버는 돈은 약 1800만 위안(31억원)이다. 항저우 동물원 측 책임자 5명은 이번 건과 관련해 구속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 5월 8일에야 항저우 동물원 측은 표범이 외부로 탈출했으며 발견하는 즉시 110로 신고해달라는 공고문 표지판을 세웠다. [AP=연합뉴스]

지난 5월 8일에야 항저우 동물원 측은 표범이 외부로 탈출했으며 발견하는 즉시 110로 신고해달라는 공고문 표지판을 세웠다. [AP=연합뉴스]

한 달 넘게 자취를 감춘 표범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동물원 근처 산간 마을에서 표범의 흔적이 발견되면서 현지 주민들은 "대문과 창문을 안전하게 지키고 되도록 집을 떠나지 말라"는 권고를 받았다.

그러나 중국 과학 아카데미의 동물학 연구소 전문가는 환구시보에 "향후 생존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다"라고 말했다.

장진숴 중국 과학아카데미 동물학 연구소 박사는 "이 표범은 감금되어 길러지다보니 야생에서 살아남는 능력이 제한돼 있다"면서 "더는 못 찾으면 죽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굶주린 표범이 먹이를 찾으려고 사냥을 시도할 수는 있지만, 그것만 가지고 장기간 생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야생동물에 있어 생존을 위해서는 물과 먹이, 그리고 숨을 곳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간 필요한 먹이와 물은 모두 인공적으로 제공됐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표범이 자체적으로 생존할 능력은 희박하다고 봐도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민들이 이같은 설명을 믿고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표범 수색은 계속되고 있다. 신징바오에 따르면 드론이 여전히 하늘에서 산림 위를 맴돌며 수색 중이다.

계속되는 수색 과정 중에 해프닝도 있었다고 한다. 신징바오는 "최근 열화상 카메라로 표범을 찾던 민간 구조대원들이 '세 번째 표범을 찾았다'면서 현장으로 달려간 적이 있는데 알고 보니 뛰어다니던 커다란 검은 개 한 마리였다"고 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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