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사거리 족쇄’ 풀려 베이징 사정권…미, 중 견제 포석

중앙선데이

입력 2021.05.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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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7호 05면

[한·미 정상회담] 미사일·원전·북핵 의견 접근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 [워싱턴DC=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 [워싱턴DC=뉴시스]

21일(현지시간) 한·미 정상이 미사일 지침 해제와 원자력 산업 협력 등의 현안에 대해 의견을 같이한 것은 향후 양국 관계 발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양국 외교가의 공통된 중론이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꼽혔던 북핵과 코로나 백신, 반도체 등 경제 협력에 더해 새로운 차원의 이슈가 추가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모으고 있다.

국방력 강화, 외교력 상승 기대
대중 관계 악화 ‘폭탄’될 수도

원전 협력 시너지 방안도 논의
정부 ‘탈원전 정책과 모순’ 비판

백악관, 남북한 합의 존중 표명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지속 의지

한·미 미사일 지침은 1979년 박정희 정부 때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미사일 기술을 이전받기 위한 조건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제재는 사거리 180㎞에 탄두 중량 500㎏이었다. 이후 한·미 미사일 지침은 김대중 정부 때인 2001년과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과 2020년 등 총 네 차례에 걸쳐 개정됐다.

현재 미사일 지침은 사거리의 경우 800㎞에 탄두 중량 제한은 없으며 우주 발사체에 고체 연료를 사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제재가 완화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부는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에 미사일 지침 해제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겠다는 의지와 구상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미사일 지침 해제는 무엇보다 한국 미사일 개발의 발목을 잡았던 ‘안보 족쇄’를 끊는다는 의미가 있다. 국방력이 외교 협상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사일 지침이 해제될 경우 국가의 외교 역량을 키울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허환일 충남대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군사용 미사일 기술의 발전이 우주 발사체 개발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족쇄가 없어진다는 것 자체가 국내 연구진의 창의적인 연구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2017년 8월 시험 발사된 사거리 800㎞, 탄두 중량 500㎏인 현무-2C 탄도미사일. [사진 국방부]

2017년 8월 시험 발사된 사거리 800㎞, 탄두 중량 500㎏인 현무-2C 탄도미사일. [사진 국방부]

미사일 지침 해제를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른 미국의 중국 견제 포석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 포석 중 하나로 미사일 지침 해제를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지침으로도 북한 전역이 미사일 사거리 내에 들어오는 상황에서 미국이 굳이 사거리 제한을 풀어주는 의미에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베이징의 경우 서울과의 직선거리가 약 950㎞로 현재 미사일 지침의 사거리 제한 밖에 있다. 하지만 미사일 지침이 해제되면 베이징도 사거리 안으로 들어온다. 신 대표는 “한국이 당장 중국을 타격할 가능성은 극히 작지만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안에 자국의 수도가 들어간다는 것 자체로 중국엔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만큼 미사일 지침 해제가 한국엔 대중 관계 악화의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미사일 지침 해제는 미국이 진행하고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THAAD·사드) 업그레이드 등 중국 견제라는 거대한 게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며 “중국을 공격하는 무기 체계가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공간을 열어둔 것인 만큼 그 파장이 의외로 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미 원전 산업 협력 방안도 주목할 사안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원전 산업의 경우 한국과 미국의 협력이 시너지 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중국을 제외하면 한국만큼 가격 경쟁력과 품질·시설 관리 측면에서 우수성을 지닌 나라도 없다”며 “원천 기술과 설계 기술의 경우 한국도 수준이 상당하지만 미국 또한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양국이 원전 기술 협력을 통해 제3국에 공동으로 진출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중동이나 유럽 등에서는 원전 건설 수요가 분명히 존재한다”며 “한·미 양국이 손을 잡고 진출할 경우 상당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협력 방안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모순된다는 비판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이 2018년 체코를 방문해 현지 원전 시장 참여를 타진했을 때도 “국내에서는 원전을 폐쇄하더니 외국에 가서는 원전을 사라는 거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대해 양국 외교가에서는 “차세대 원전이라 불리는 소형 모듈 원전(SMR) 산업의 전략적 육성을 위해 한·미가 협력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로, 미래 산업 경쟁력이란 측면에서 적잖은 시너지를 낳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14일 민주당 지도부 초청 청와대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에게 “SMR 분야에서 한·미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한 바 있다.

미국 측이 판문점 선언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힌 점도 의미가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관계자는 “바이든 정부의 이번 대북 정책 검토에 한국이 많이 기여한 게 사실”이라며 “남북관계에 대한 존중과 인정의 뜻에서 백악관도 판문점 선언을 언급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판문점 선언에는 핵 없는 한반도 실현, 적대 행위 전면 중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18년 6월 북·미 정상 간 싱가포르 합의의 토대 위에서 유연하고 실용적인 접근으로 대북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기조를 정한 상태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북·미 합의뿐 아니라 남북 합의도 존중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고유환 통일연구원장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진행됐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흐름을 바이든 행정부도 이어가겠다는 뜻”이라며 “판문점 선언에는 북한이 원한 한반도 평화 체제와 한국이 원한 완전한 비핵화가 짝으로 담겨 있는데, 이런 교환의 틀을 바탕으로 북한 문제 해결의 동력을 찾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워싱턴=공동취재단, 서울=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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