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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원샷]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강남 전원주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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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로 시작하는 '님과함께'란 가요 속의 '그림 같은 집'이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있다는 지난 15일 본지 기사(강남대로 옆 3600평 전원주택…'모델하우스왕'의 비밀)에 2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기사를 보고 궁금증은 풀렸지만 화가 난다"는 내용의 댓글이 많았습니다. 이곳을 지나가던 시민들의 궁금증은 강남대로 바로 옆에 넒디넓은 잔디 정원을 앞마당으로 둔 빨강 지붕 단독주택이 어떻게 있을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육회장이 말죽거리근린공원 내 땅을 매입하기 직전인 2009년 항공사진.나무가 울창하다. 네이버지도

육회장이 말죽거리근린공원 내 땅을 매입하기 직전인 2009년 항공사진.나무가 울창하다. 네이버지도

2010년의 같은 지역 위성사진. 잔디 정원이 잘 가꿔졌고, 고급 정원수도 보인다. 국토정보맵

2010년의 같은 지역 위성사진. 잔디 정원이 잘 가꿔졌고, 고급 정원수도 보인다. 국토정보맵

2020년 5월 촬영한 위성사진.산림 훼손 면적이 사진 왼쪽과 위쪽으로 훨씬 더 크게 늘어났다. 국토정보맵

2020년 5월 촬영한 위성사진.산림 훼손 면적이 사진 왼쪽과 위쪽으로 훨씬 더 크게 늘어났다. 국토정보맵

취재를 해보니 '그림 같은 집'은 불법 덩어리였습니다. 잘 정돈된 잔디와 고급 조경수가 있는 정원은 근린공원 부지로 지정돼 있어 개발이 금지된 임야를 무단으로 훼손한 결과물이었습니다. 산은 깎였고 나무는 뽑혔습니다. 정원 자리에 있던 무덤 3개도 사라졌습니다. 관할 구청인 서초구청에 물어보니 무덤을 없애는 것과 관련한 신고는 없었다고 합니다. 또 빨강 지붕 단독은 '무허가 주택'이었습니다. 무허가 주택은 재산세도 거의 안 냅니다.

독자들이 화가 난 건 이런 불법의 대가가 거액의 토지 보상금으로 연결됐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전원주택' 주인인 H건설 육모 회장은 '임야'를 '정원'으로 탈바꿈시킨 죄로 실형까지 받았지만, 주변 '임야' 소유주들보다 평당 2배가량 많은 보상금을 챙겼습니다. 육회장에게 서울시가 지불한 보상금이 600억원가량입니다.

감정평가사들은 보상금을 지불하는 서울시나 서초구청의 위임을 받아 감정평가업무를 대행한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담당 감정평가사들에게 이런 불법 사실을 사전에 알려줬더라면 보상금을 낮출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보상금의 재원은 모두 세금입니다.

강남대로에서 바라 본 '빨강 지붕 전원 주택'의 모습.주택 바로 뒤로 서울가정법원이 있다. 함종선 기자

강남대로에서 바라 본 '빨강 지붕 전원 주택'의 모습.주택 바로 뒤로 서울가정법원이 있다. 함종선 기자

육회장의 H건설은 전원주택 옆 부지를 '역세권 청년주택'으로 인허가를 받은 뒤 300억원을 받고 다른 업체에 팔았다고 합니다. H건설 관계자는 매각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자신들이 직접 사업을 하면 H건설을 싫어하는 서초구가 많이 방해할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팔았다고. 서울시 관계자 얘기로는 호반건설이 곧 공사를 시작할 거라고 하네요.

육회장은 말죽거리 근린공원 안팎에 1만6000평의 땅을 갖고 있었습니다. 최근 서울시가 사들인 3600평과 호반건설의 청년주택이 들어설 약 700평 외에도 아직 1만1000평 이상이 남았습니다. 또 근린공원 내에는 '지분 쪼개기'가 이뤄진 땅도 많습니다. 서울시가 육회장의 땅과 동시에 사들인 말죽거리 근린공원 내 필지 중에는 1필지의 토지소유자가 170명인 곳도 있습니다. 아까운 세금이 엉뚱한 곳에 쓰이는 일, 무조건 막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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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종선 부동산팀장 ham.jong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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