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차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낮 12시 50분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대면한 뒤, 한국전쟁 참전 용사에 대한 '명예훈장(Medal of Honor)' 수여식에 함께 참석했다. 미국 정부의 명예훈장 수여식에 외국 정상이 참석한 것은 문 대통령이 처음이다.
이날 명예훈장을 받은 94세의 랄프 퍼켓(Ralph Puckett) 예비역 대령은 한국전 당시 '청천강 전투'에서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맞섰던 참전용사다.
바이든 대통령보다 먼저 행사장에 등장한 문 대통령은 앞줄에서 기다리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등과 차례로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바이든 대통령은 휠체어를 탄 퍼켓 대령과 함께 입장했다. 행사 참석자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차례로 단상에 올라 퍼켓 예비역 대령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또 명예훈장 수여 뒤에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권유로 단상에 올라 기념촬영도 함께했다.
바이든 "한·미동맹, 전쟁으로 시작…평화 때 단단해져"
바이든 미 대통령은 수여식에서 "퍼켓 예비역 대령의 용맹스러운 행동에 대해 훈장 수여를 통해 이 자리에서 기리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특히 퍼켓 예비역 대령이 ▶일본 근무대신 한국전에 자원하고 ▶안전한 참호를 버리고 백병전에 직접 뛰어들었으며 ▶허벅지 부상을 입은 상황에서도 대원들을 격려했던 일 등 그의 당시 일화를 나열하며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한국과 미국의 동맹이 전쟁을 통해서 시작됐지만 평화기간에 이 동맹이 더 단단해지게 됐다"며 "문 대통령이 이자리에 함께하게 돼 기쁘다"고 덧붙였다.
그는 퍼켓 대령이 명예훈장 수여식 소식을 듣고 '웬 법석이냐. 우편으로 보내줄 수는 없나'라고 답했다는 얘기를 전했고, 행사장에선 웃음이 터져나왔다.
文 "외국 정상 첫 훈장수여식 참석, 더 의미 깊다"
문 대통령도 "바이든 대통령의 초청으로 퍼켓 예비역 대령의 명예훈장 수여식에 참여하게 돼 기쁘다"며 "외국 정상으로는 명예훈장 수여식 참석이 처음이라고 해 더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이어 "퍼켓 예비역 대령은 한국전쟁의 영웅이다. 205전투를 비롯한 다양한 전투에서 초인적인 힘으로 임무 완수했다"며 "참전용사들의 희생으로 한국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얻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퍼켓 대령은 당시의 한국은 모든 것이 파괴돼 있다고 했다"며 "한국은 전쟁의 폐허에서 다시 일어섰다. 한국의 평화와 자유를 함께 지켜준 참전용사들의 힘으로 한국은 오늘의 번영을 이룰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한국 국민을 대신해 깊은 감사와 존경 표한다. 참전용사를 통해 위대한 미국의 용기를 봤다"며 "참전용사는 한·미 동맹의 단단한 토대다. 건강하게 우리 곁에 머물러달라"고 했다.
한·미 정상회담날 훈장 수여…'동맹 강조' 메시지
명예훈장은 미 대통령이 수여하는 최고의 훈장이다. 그간 약 3500명에게 수여됐지만, 엄격한 기준에 따라 공적을 파악한 뒤 수여되기 때문에 70%가량이 사후추서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전 참전용사에게 명예훈장을 수여해 더 의미있다.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날, 미국이 한국전쟁 참전용사에 대한 훈장 수여식을 연 건 68년간 이어진 한·미 동맹을 굳건하게 발전시키자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한편 퍼켓 예비역 대령은 한국전쟁이 진행되던 1950년 8월 26일 중위계급으로 참전했다. 같은해 11월 25~26일 청천강 북쪽의 전략적 요충지인 205고지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생명을 무릅쓰고 중공군의 공격을 막아냈다. 71년 퇴역한 그는 한국전·베트남전의 공적을 인정받아 수훈십자상 2회, 은성 훈장 2회, 명예부상장 5회 등 다수의 훈장을 받은 바 있다.
워싱턴=공동취재단, 서울=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