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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비즈니스 전방위 확산 ‘기회의 땅’…웹툰 플랫폼 글로벌 선점했듯 가능성 충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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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7호 09면

[SPECIAL REPORT]
‘제2 디지털 빅뱅’ 메타버스

영국에서 한 소녀가 ‘로블록스’로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에서 한 소녀가 ‘로블록스’로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사실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메타버스라는 가상현실과 현실세계가 융합된 세계에서 생활하고 있다. 궁금한 게 있으면 네이버를 검색한다. 그런데 네이버는 어디 있지? 국립도서관은 어딨는지 알지만 그건 모른다.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쿠팡에서 물건은 사는데 방문할 수는 없다. 실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의식 속에는 네이버와 쿠팡이 확실히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생활에 있어서 필수적인 존재가 되어 버렸다. 이렇게 실재와 가상이 혼재된 세계관이 메타버스다. 메타버스 세계관이 가상현실 기반의 게임산업과 만나면서 크게 확장된 건 매우 최근의 일이다.

새로운 산업, 일자리 만들어 내 #구찌·나이키도 제페토에 숍 차려 #블랙핑크 팬사인회 4600만 몰려 #정부 규제 철폐, 적극 지원 절실

메타버스 플랫폼의 대표주자는 로블록스다. 자신의 아바타를 이용해 가상공간에서 생활하며 친구와 만나고 상품도 팔고 게임도 만들어 판다. 실질적 경제활동을 하는 게임 모델로 코로나 이후 미국 초등학생들로부터 엄청난 인기를 모으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올해 4월 하루 사용자가 4300만 명을 돌파했고, 전년 대비 100%가 넘는 매출 증가를 보여 기업의 시가총액은 무려 50조원을 넘어섰다. 재밌는 것은 이 플랫폼에서 게임을 만드는 툴을 제공하는데, 무려 200만 명이 이걸 이용해 게임을 만들고 있으며 40만 명은 매일 출근해 돈을 벌고 있다. 1020세대의 놀이터였던 메타버스가 이제는 일도 하고 돈도 쓰고 버는 중요한 생활공간으로 확장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세계관의 변화는 전 산업 방향으로 급속히 번지기 시작했다.

게임만 하는 공간이었던 포트나이트에서 트래비스 스콧이라는 래퍼가 공연을 했다. 가수는 나오지도 않고 아바타가 등장한 10분짜리 5번의 공연에 무려 2700만 명이 넘는 관객이 열광했고, 굿즈 판매를 포함한 수익은 무려 220억원에 달했다. 코로나로 암울한 상황이었던 엔터 산업계가 메타버스에 꽂힌 건 이때부터였다. 우리나라에서도 그 가능성이 입증됐다. 국내 대표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블랙핑크가 팬사인회를 개최했는데, 4600만 명이 몰려 엄청난 마케팅 효과와 수익성을 확인시켜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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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하이브·YG엔터테인먼트·JYP 등 국내 대표 엔터기업이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에 수십억씩 투자하며 이를 활용한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BTS를 보유한 하이브는 팬들을 위해 만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위버스를 아예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만들어 사업다각화의 기반으로 활용하겠다며 독립적인 메타버스 플랫폼 사업 참여를 선언했다. 엔터기업 뿐만이 아니다. 굿즈 판매가 활발해지자 구찌·나이키 같은 글로벌 브랜드가 제페토 안에 숍을 차리고 상품 판매를 시작했다. 게임은 물론 광고, 상품 판매, 마케팅, 공연 등 그야말로 상상하는 모든 산업이 이 가상현실에서 현실적인 비즈니스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전방위로 확산되며 메타버스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기회의 땅이 되었다. 거대 자본의 투자가 쏟아진 건 당연한 일이다. 상상해 보자. 화가가 제페토 안에 아틀리에를 꾸미고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가르치며 틈틈이 수입을 올리고, 소중한 디지털 작품을 판매도 한다. 이웃에는 많은 상가들이 있어 실제 주인이 출근한 사이 부캐 아바타는 부지런히 고객을 맞아 상품을 팔고 돈도 번다. 손님이 많아 이 동네는 상가 임대료도 꽤 비싸다. 갤러리에서는 아트페어도 열린다. 많은 고객이 예술품 경매에 참여해 제페토 코인으로 작품을 구매해 자기 집 거실로 가져간다. 이 고객의 집에는 BTS의 2022년 신곡 첫 녹음이라는 기념앨범도 있다. 물론 집도, 작품도, 앨범도 가상현실이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사실은 이미 상당 부분 실현되고 있다. 디지털 이미지는 원본과 복제본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생각은 메타버스 세계에서는 틀린 답이다.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토큰)라는 블록체인 기반의 원본인증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많은 디지털 작품이 실물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메타버스는 최고의 거래 장소가 된다. 이미 블록체인 기반의 코인 생태계가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 NFT 등록인증 시스템은 당연히 음악 파일에도 적용 가능하다. 어느 가수 지망생이 데모테이프를 등록해 판매했는데, 훗날 세계적인 스타가 된다면 그 가치는 어마어마해 질 수 있다. 이 모든 것의 거래와 보관을 용이하게 하는 공간이 메타버스다. 그러니 지금 지구상에 존재 가능한 그 이상의 무한한 신산업이 이곳에서 실현될 수 있다.

문제는 얼마나 많은 소비자가 이곳에서 생활하느냐다. 지금의 1020세대가 본격적인 경제 주체로 활동하는 10년 후를 생각하면 시장 확장 가능성은 어마어마하다. 이미 디지털 경제는 멀티잡을 잡는 것이 표준화되고 있다. 엄청난 인원이 직장에 다니면서 부캐로 유튜버를 하는가하면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어 운영하는 사람들도 이미 수십만 명이다. 대리운전·택배·배달 등에서도 파트타임으로 뛰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메타버스 플랫폼이 보편화되었을 때 이 청년세대는 열광적으로 새로운 세계 속에 아바타를 만들고 경제활동을 시작할 것이다.

만약 우리나라가 이 플랫폼을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새로운 세계관과 그 안의 생태계 질서를 앞서 만들어 갈 수만 있다면 우리 청년들의 미래에 엄청난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우리나라 K-콘텐트의 세계적 팬덤을 감안하면 이러한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의 글로벌 헤게모니를 갖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미 웹툰 플랫폼은 우리가 세계 최고를 선점했다. 문제는 기술 발전과 과감한 투자, 그리고 규제의 철폐다. 정부의 적극적 지원도 절실하다. 청년들이 외치고 있다. 현금이 아니라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 멋진 일자리를 달라고. 어른들의 차례다. 응답하라 5060.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성균관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캐나다 웨털루대에서 기계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4차 산업혁명을 ‘신인류 포노사피엔스 시대의 시작’이라고 정의한다. 저서로는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 포노사피엔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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