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꿈 펼치는 무대, 폭력·선정적 콘텐트 걸러내야

중앙선데이

입력 2021.05.22 00:20

업데이트 2021.05.22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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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7호 10면

[SPECIAL REPORT]
‘제2 디지털 빅뱅’ 메타버스

“수업이 없으면 (로블록스를) 종일 켜두는 것 같다. 하루 7~8시간 쯤. 그래야 이 안에서 사람도 만나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 그냥 밖에 나가 친구를 만나고 노는 일을 이 안에서 해결하는 거라 보면 된다. 어차피 거리두기로 밖에 나갈 일이 줄었으니.”

“누구에게든 말 걸고 소통 매력”
로블록스, 미국 청소년 55% 가입

코인처럼 가상 부동산 투자 바람
보이스피싱 같은 사기 막아야

자체 암호화폐 ‘MANA’로 부동산 거래를 할 수 있는 디센트럴랜드. [사진 디센트럴랜드]

자체 암호화폐 ‘MANA’로 부동산 거래를 할 수 있는 디센트럴랜드. [사진 디센트럴랜드]

미국의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 이용자인 대학생 김모(20)씨. 그는 “평소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인데 로블록스 안에서는 누구한테든 적극적으로 말을 걸고 함께 소통할 수 있다”며 “평소엔 만나기 어려운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현실에서는 그들에게 말도 걸지 못하지만 이곳에선 가능하다는 게 매력”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인 메타버스(3차원 가상공간) 열풍 뒤에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와 10대가 있다. 제페토는 지난 2월 기준 가입자 2억 명을 돌파했는데, 10대가 80%를 차지한다. 메타버스의 대명사가 된 로블록스는 미국의 16세 미만 청소년 55%가 가입했을 정도다. 메타버스가 게임 플랫폼을 기반으로 확장하고 있는 것이 젊은층을 끌어안을 수 있었던 요인이었다. 여기에 코로나19는 10대와 MZ세대의 메타버스 열풍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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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이 어려워지고 비대면 사회로 전환하면서 가상공간에서 소통하고 자신의 욕구를 표출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이다. 로블록스는 코로나19 속에서도 지난해 매출이 82% 급증했다.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가상공간은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연결 고리가 약해진 상황에서 몰입감뿐 아니라 소속감·정체성까지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3월 가상 입학식을 치룬 순천향대 신입생 김지훈(21)씨는 “코로나19로 입학식도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가상으로라도 친구들과 만나 말을 트고 교수님과 선배를 만날 수 있었다”며 “대부분의 학교가 입학식이 없었던 데 반해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순천향대는 본교 대운동장을 실제와 거의 흡사한 메타버스 맵으로 구현하고, 이곳에서 21학년도 입학식을 진행했다. 신입생·재학생·교직원은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아바타를 앞세워 입학식에 참석했다. 김씨는 “아바타로 만났다고 나중에 문자를 하거나 전화를 할 때도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각종 스마트 기기를 접해 가상공간에 대한 거부감도 덜하다. 이병화 KB증권 리서치센터 팀장은 “젊은 층은 본캐(본캐릭터)와 부캐(부캐릭터) 간 전환이 자유롭고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데 거부감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가상공간에서 부캐·아바타 등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가상공간은 이들의 놀이터이자 현실 세계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펼칠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현실 친구와 가상공간에서 만나 놀거나 업무를 진행하기도 한다. 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직장인 최원영(29)씨는 “여지친구과 장거리 연애를 하는 소위 롱디커플이지만 게임 동물의 숲에서 마을을 함께 꾸미고 텃밭을 가꾸면서 시간을 공유한다”며 “아바타로 대면하니 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하는 것보다 훨씬 가깝게 느껴지고 다양한 행동을 할 수 있어서 예전보다 사이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닌텐도사의 비디오 게임 동물의 숲은 플레이어가 숲으로 이사를 가고, 그곳에서 친구와 함께 집을 가꾸거나 낚시를 하고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그러나 청소년 등 젊은 층이 몰려있는 가상공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성을 바탕으로 한 가상공간엔 폭력·선정적인 콘텐트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엔 암호화폐 투자 열풍을 타고 가상 부동산에 대한 투자 바람까지 분다. 대표적인 게 가상 부동산 구매 플랫폼인 어스2와 디센터럴랜드다. 어스2는 지구상의 땅을 가상으로 가로세로 10m짜리 정사각형 ‘타일’로 쪼개 팔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비스를 시작할 때 전 세계 땅 가격은 타일 당 0.1달러로 동일했는데, 지금은 세계 주요 도시의 타일값이 수백 배로 치솟았다. 현재 미국 땅은 1타일당 평균 56달러, 한국 땅이 평균 23달러에 이른다.

디센트럴랜드에선 자체 암호화폐인 MANA를 통해 땅을 사고팔 수 있는데, MANA 가격은 지난해 말 하나당 100원 정도였으나 지금은 1100원 선이다. 어스2에서 서울 강남 땅을 갖고 있다는 회사원 김현성(33)씨는 “비트코인처럼 높은 수익을 기대할 만해서 구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기에 투자했던 사람은 5000% 수익을 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귀뜸했다. 김씨처럼 가상 부동산에 투자한 사람들은 가상 부동산이 ‘제2의 비트코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김씨는 “도시를 건설하면 부가적인 수입도 예상된다”며 “도시를 건설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겠지만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하고 할 만한 투자”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핸드폰이 생겨난 후 보이스 피싱 문제가 생겼듯이 메타버스가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이런 문제를 플랫폼 제작자에 맡겨 둘 건지, 정부가 개입할 건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원동욱 인턴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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