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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4대그룹, 바이든 압박에 40조 푼다…삼성전자 19조 약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미 상무부에서 열린 한ㆍ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미국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미 상무부에서 열린 한ㆍ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오전(현지시간) “보다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이 필요하고, 상호보완적인 산업구조를 갖춘 (한·미) 양국 간 경제 협력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DC 상무부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 참석해 “최근 코로나 위기 계기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미ㆍ중 경쟁 핵심분야 '반도체 공급망' #정상회담 앞두고 민간분야 통큰 '선물' #"韓, 美에 협력 의지" 신호로 해석 가능

문 대통령은 “(한·미 간) 시너지가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는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산업”이라며 “미국 기업들은 반도체 설계와 인공지능, 빅데이터, 미래차 등 최첨단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한국 기업들은 반도체 생산과 저탄소 경제의 핵심기술인 배터리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번 행사의 목적을 ▶최첨단 반도체, 배터리 등 공급망 분야 협력 ▶기후변화․저탄소 대응을 위한 배터리, 전기차 등 그린산업 협력 ▶바이오 기업 간 협력 구체화 등으로 꼽았다. 특히 공급망과 관련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산업에 대한 상호 투자를 통해 양국 간 상호 보완적인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고, 복원력 강한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추진한다"고 했다.

눈에 띄는 키워드는 '복원력'(resilience)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와 배터리 등 분야의 경쟁력을 강조하며 자주 사용해온 단어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간 중국이 반도체 등 글로벌 공급망 질서를 교란해왔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지난 2월 공급망을 점검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린 것도 이 때문인데, 당시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복원력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미 상무부에서 열린 한ㆍ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미 상무부에서 열린 한ㆍ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정명령은 사전 포석일 뿐이고, 미국은 향후 미국 중심으로 공급망 질서를 다시 쓰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핵심은 동맹 및 우방 규합이다. 이들과 힘을 합쳐야 안전한 공급망 확보가 가능하며, 힘의 우위에서 중국을 다룰 수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날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 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고, 한국 기업들이 대규모 현지 투자 계획을 발표한 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과의 경쟁 최전선으로 꼽은 신기술 분야에서 한국이 미국과 협력할 의지가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이날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제조를 전담하는 생산 전문 기업) 공장 구축에 총 170억달러(약 19조 1675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백악관에서 반도체 화상회의를 열고 삼성전자 등 관련 기업을 호출해 “우리의 경쟁력은 기업들이 어떻게 투자하느냐에 달렸다”며 참석 기업들의 투자를 압박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10억달러(약 1조 1275억원)를 들여 인공지능(AI), 낸드 솔루션 등 신성장 분야 혁신을 위한 대규모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기업은 합작 또는 단독투자를 통해 약 140억달러(약 15조 785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추진키로 했다. 현대차는 미국 내 전기차 생산, 충전인프라 확충 등에 총 74억달러(8조3435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표적 화학기업인 듀폰은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소재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R&D 센터를 한국에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투자액은 청와대가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양국 기업들의 투자 계획을 일일이 열거하며 "한·미 양국이 이렇게 힘을 모은다면 미국 기업들은 안정적인 부품 공급망을 확보하고, 한국 기업들은 더 넓은 시장을 개척하면서 함께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한국 기업들은 세계 2위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코로나 백신 개발을 주도하는 미국 기업들과 함께 전 세계 백신 보급 속도를 높여갈 최적의 협력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미 상무부에서 열린 한ㆍ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 앞서 러먼도 미국 상무장관,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미 상무부에서 열린 한ㆍ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 앞서 러먼도 미국 상무장관,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사에는 국내 기업 대표로는 최태원 SK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이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스티브 몰렌코프 퀄컴 CEO, 스티브 키퍼 GM 인터내셔널 대표, 스탠리 어크 노바백스 CEO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는 코로나19로 대면 행사 개최에 제약이 있지만, 양국 간 경제·투자 분야 등의 긴밀한 협력 필요성을 감안해 다른 국가와 달리 이례적으로 대면으로 개최됐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청와대가 전한 양국 기업인들의 주요 발언.

▶최태원 SK 회장="반도체, 배터리, 바이오를 모두 하는 기업을 이끌고 있다. 바이오 등 3대 중점 산업의 대(對)미 투자를 확대하고, 미국 사회와 시민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것으로 약속한다. 환경문제에도 중점을 두어 추진하겠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IT산업 발전에도 대단히 중요한 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통해 미국 기업과 동반성장하며 혁신에 활로를 찾겠다. 170억 달러 규모의 파운더리 투자를 계획 중이다. 이를 통해 양국 경제에 기여하겠다."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수소기술 확충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2025년까지 74억 달러를 투자해서 전기차, 수소협력,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 내년까지 안정적인 친환경차 생산기반을 구축하겠다."

▶김종운 LG솔루션 사장="LG의 미국 배터리 투자는 미국 배터리 산업의 역사다. 미국 연방정부에서 반도체와 같이 배터리 분야에도 적극적 지원을 요청한다. 핵심원료 소자 분야에 대한 지원책도 필요하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바이오 분야 위탁생산(CMO) 단일공장으로서는 세계 1위다. 샌프란시스코에 R&D센터를 개설해, 양국 간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는데, 바이오 분야에서 미국 기업과의 새로운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노바백스와 긴밀히 협력해 조만간 안정적인 백신 생산기반을 구축하겠다. 미국의 첨단 바이오테크 파트너십을 강화해, 바이러스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겠다."

▶스티브 몰렌코프 퀄컴 CEO="한국의 정보통신산업 발전 초기부터 한국과 함께해왔으며, 한국의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있는데, 미래에도 투자를 늘려나가겠다."

▶스탠리 어크 노바백스 CEO ="한국에 기술이전, 생산 협정 등을 통해서 안전한 생산기반을 구축해 나가겠다. 원부자재 등의 원활한 공급을 위한 파트너십도 강화하겠다. 한국과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바란다."

▶에드워드 브린 듀폰 CEO="EUV용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소재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R&D센터를 한국에 설립하는 등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필수적인 소부장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

▶르네 제임스 암페어컴퓨팅 CEO="창업한 지 3년 반 된 젊은 기업이다. 어셈블리 테스트를 100% 한국에서 하고 있는데, 양질의 노동력으로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스티브 키퍼 GM인터내셔널 대표="LG와 최신의 배터리 생산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데, 그동안의 협력에 감사드린다. 한미합작을 통해 혁신적 솔루션을 구축해 새로운 시대의 전기차를 만들겠다."

 워싱턴=공동취재단, 서울=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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