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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해리 폭로 "엄마 죽고 마약…내 아이 가진 여자도 잃을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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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해리 왕자(왼쪽)과 부인 매건 마클 왕자비.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해리 왕자(왼쪽)과 부인 매건 마클 왕자비. 로이터=연합뉴스

"나는 마구 술을 마셨고, 마약에 취했다. (슬픈) 감정을 덜 느끼게 해주는 것을 기꺼이 시도했다." 

영국의 해리 왕자가 자신이 폭음과 마약을 한 것은 1997년 사망한 어머니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죽음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고통을 잊기 위해 술약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로이터통신 등은 해리 왕자가 20일 밤 공개된 정신 건강 관련 애플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진행을 맡았다.

해리왕자는 어머니를 잃은 충격이 계속되면서 28∼32세 때는 악몽 같은 시기를 지나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금요일이나 토요일 하룻밤을 잡아 일주일 치를 몰아서 마셨다"면서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엇인가를 감추기 위해 먹곤 했다"고 밝혔다.

또 "공식 역할을 하기 위해 정장을 입고 넥타이를 맬 때마다 거울을 보고 결의에 찬 표정으로 '가자'고 말하곤 했다"며 "집을 나서기도 전에 나는 땀을 쏟고 있었고 전투나 비행 모드였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의 죽음을 둘러싼 상황에서 정의가 전혀 없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며 "어머니를 쫓아 터널로 간 자들이 차 뒷자리에서 숨이 멎고 있는 어머니의 사진을 찍었다"고 했다.

또 어린 나이에 어머니 운구 행렬을 따라 걸었던 일에 관해 "가장 기억나는 것은 말발굽 소리"라면서 "내가 몸 밖에 나와 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이 보이는 감정의 10분의 1만 드러내면서 그냥 남들의 기대에 따라 걸었다"고 덧붙였다.

해리왕자는 오래전 다이애나비가 사진사들에게 쫓기면서 울고 있을 때 그 차 뒷자리에 앉아있던 기억에 관해 설명하며 "카메라 찰칵 소리와 불빛이 내 피를 끓게 한다"고 했다. 또 어머니의 죽음에 관해 생각하거나 말하지 않는 식으로 대응했더니 정신적으로 엉망이 돼버렸다고 고백했다.

그는 왕족으로서 겪는 언론의 감시에 알아서 대응하도록 했다며 "아버지는 형과 내가 어렸을 때 '나 때도 그랬고 너희에게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괴로웠다고 자식들도 고통스러워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아버지 찰스 왕세자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아내 메건 마클이 왕실 내 갈등으로 극단 선택 충동을 느낄 때, 어머니를 잃었던 공포가 다시 떠올라 증폭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머니에게 그런 일이 발생하고, 이제 내 아기를 가진 또 다른 여자를 잃는 처지에 놓였는데도 왕실이 그 상황을 무시해 완전히 무력감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또 부인을 잃고 아들 아치를 홀로 키울 두려움 때문에 영국을 떠난 것이라고 했다. 또 마클의 권유로 정신 치료를 시작했으며 런던은 어머니를 떠올리게 해서 불편하다고 했다.

다이애나 BBC 인터뷰 모습. [BBC 캡쳐]

다이애나 BBC 인터뷰 모습. [BBC 캡쳐]

한편 이날은 1995년 영국 국영방송 BBC 기자가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빈과의 인터뷰를 성사시키기 위해 위조된 문서를 사용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날이다. 아들인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는 "언론의 비윤리적 행위로 인해 부부 사이가 파국에 이르렀고, 결국 어머니가 목숨을 잃었다"고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문제가 된 인터뷰에서 다이애나는 남편인 찰스 왕세자의 불륜을 폭로하며 자신의 우울증 등을 공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듬해 두 사람이 이혼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하지만 다이애나는 이혼 뒤 파파라치들의 더욱 집요해진 추적에 시달렸고 결국 97년 비극적인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이때 윌리엄이 15세, 해리가 13세였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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