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5·2 전당대회는 “흥행 실패”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송영길 당 대표 후보의 “청년, 신혼부부 등 무주택 실수요자에겐 집값의 90%까지 돈을 빌려주자”는 주장은 눈길을 끌었다. 청년층에선 “드디어 내 집 마련하나” 기대를 했고 홍영표 후보는 “박근혜 정부 때 ‘빚내서 집 사라’는 것과 비슷하다”며 반대했다. 결과 송영길 후보의 신승이었다.
송 대표는 당선 뒤에도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대출 규제를 풀어줄 것이란 신호를 계속 보냈다. 지난 17일 성년의 날을 맞이해 20대 청년들을 국회로 불러서 송 대표는 “집값의 10%만 있으면 집을 살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른바 '실수요자 LTV(담보인정비율) 90%' 정책이다.
그러나 송 대표가 설치한 당 부동산특위(위원장 김진표)의 전문가 간담회 등에서 이 약속은 뭇매를 맞고 수축했다. 집값 급등기엔 대출을 죄는 게 통상적인데 역발상에 가까운 정책이라서다. 그러자 지난 18일 송 대표는 “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90%까지는 아니고 조정이 될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실수요자 대책의 필요성에는 정부 측도 공감하고 있다”며 송영길표 부동산 대책에 대한 의지는 이어갔다.
송 대표가 비판을 받으면서도 실수요자에게 LTV(담보인정비율) 제한을 대폭 완화하려는 배경엔 “청년도 전·월세나 임대보단 내 집을 원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송 대표 측 관계자는 “공급만 늘려놓고 대출 규제는 안 풀어주면 그 집은 다 현금 부자들만 사게 된다”며 “송 대표는 청년, 신혼부부에게 LTV 40~60%는 턱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때처럼 대출 규제를 완화해주면 집값 상승을 부추길 것이란 비판에 대해선 “생애 최초 주택구매, 청년, 신혼부부 등 실소유자란 단서가 붙어 있는 게 다르다”며 “집 살 때 빚 안 내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냐”고 반박했다.
‘누구나 집’ 프로젝트는 억울하다?
송 대표의 ‘LTV 90% 정책’과 한 쌍으로 묶여서 비판받는 게 인천시장 때부터 추진한 ‘누구나 집’ 프로젝트다.
’누구나 집’은 분양가의 10%만 내면 장기 임대가 가능하고 10년을 살면 최초분양가에 소유권을 매입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매입할 돈을 모으지 못했다면 계속 임대로 살아도 된다.
실제로 지난 2월 인천 영종도의 미단시티가 ‘누구나 집’ 방식으로 1096세대를 공급하는 첫 삽을 떴다. ‘누구나 집’ 프로젝트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집에도 들어갔다. 2017년 대선 때 송 대표가 문재인 후보 선대위의 총괄본부장을 맡아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 “집값의 10%만 내면 된다”는 메시지가 겹치면서 ‘LTV 90% 정책’과 ‘누구나 집’은 혼선을 불러일으켰다. 윤호중 원내대표조차 1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송 대표의 LTV 발언은 누구나 집 프로젝트가 와전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송 대표는 “누구나 집 프로젝트와 LTV 완화 논의는 별개로 제안한 것”이라고 구분했다. 송 대표 측 관계자는 “LTV 90%와 ‘누구나 집’은 다른 거라고 여러 번 얘기했지만 숫자가 겹쳐서 같은 정책으로 오해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플랜 B는 “집값 6%로 내 집 마련”
송 대표는 18일 “집값의 6%만 내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누구나 집’의 진화판으로 분양가의 10%가 아닌 6%만 내고도 장기 거주하며 주택 마련의 기회를 볼 수 있는 임대차의 새 구조를 짜겠다는 것이다.
우선 임대사업자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 장기주택담보대출(장기모기지론)로 집값의 50%를 조달한다. 법인의 장기모기지론이라 LTV 규제를 피할 수 있다. 남은 절반 중 10%는 시공사·시행사가 투자하고, 10%는 임대사업자가 개발이익을 재투자한다. 남은 집값 30% 중 24%는 전세보증금 담보대출을 받으면 집값의 6%만 현금으로 내고 입주가 가능하다는 게 '누구나 집 시즌2'의 골자다.
송 대표 측은 “임차인의 신용 점수와 상관없이 같은 이자를 내는 게 누구나 집 프로젝트의 핵심”이라며 “임차인이 각자 대출을 받는 게 아니라 임대사업자가 대출을 받아서 이자를 나눠 갚는 역발상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LTV 완화 정책과 달리 정부도 실현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