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집값 6%만 내고 내집 마련" LTV 90% 혼쭐난 송영길 플랜B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 5·2 전당대회는 “흥행 실패”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송영길 당 대표 후보의 “청년, 신혼부부 등 무주택 실수요자에겐 집값의 90%까지 돈을 빌려주자”는 주장은 눈길을 끌었다. 청년층에선 “드디어 내 집 마련하나” 기대를 했고 홍영표 후보는 “박근혜 정부 때 ‘빚내서 집 사라’는 것과 비슷하다”며 반대했다. 결과 송영길 후보의 신승이었다.

송 대표는 당선 뒤에도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대출 규제를 풀어줄 것이란 신호를 계속 보냈다. 지난 17일 성년의 날을 맞이해 20대 청년들을 국회로 불러서 송 대표는 “집값의 10%만 있으면 집을 살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른바 '실수요자 LTV(담보인정비율) 90%' 정책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오종택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오종택 기자

그러나 송 대표가 설치한 당 부동산특위(위원장 김진표)의 전문가 간담회 등에서 이 약속은 뭇매를 맞고 수축했다. 집값 급등기엔 대출을 죄는 게 통상적인데 역발상에 가까운 정책이라서다. 그러자 지난 18일 송 대표는 “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90%까지는 아니고 조정이 될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실수요자 대책의 필요성에는 정부 측도 공감하고 있다”며 송영길표 부동산 대책에 대한 의지는 이어갔다.

송 대표가 비판을 받으면서도 실수요자에게 LTV(담보인정비율) 제한을 대폭 완화하려는 배경엔 “청년도 전·월세나 임대보단 내 집을 원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송 대표 측 관계자는 “공급만 늘려놓고 대출 규제는 안 풀어주면 그 집은 다 현금 부자들만 사게 된다”며 “송 대표는 청년, 신혼부부에게 LTV 40~60%는 턱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때처럼 대출 규제를 완화해주면 집값 상승을 부추길 것이란 비판에 대해선 “생애 최초 주택구매, 청년, 신혼부부 등 실소유자란 단서가 붙어 있는 게 다르다”며 “집 살 때 빚 안 내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냐”고 반박했다.  

‘누구나 집’ 프로젝트는 억울하다?  

송 대표의 ‘LTV 90% 정책’과 한 쌍으로 묶여서 비판받는 게 인천시장 때부터 추진한 ‘누구나 집’ 프로젝트다.

’누구나 집’은 분양가의 10%만 내면 장기 임대가 가능하고 10년을 살면 최초분양가에 소유권을 매입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매입할 돈을 모으지 못했다면 계속 임대로 살아도 된다.

지난 2월 26일 열린 인천 미단시티 누구나집 3.0 착공식 행사

지난 2월 26일 열린 인천 미단시티 누구나집 3.0 착공식 행사

실제로 지난 2월 인천 영종도의 미단시티가 ‘누구나 집’ 방식으로 1096세대를 공급하는 첫 삽을 떴다. ‘누구나 집’ 프로젝트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집에도 들어갔다. 2017년 대선 때 송 대표가 문재인 후보 선대위의 총괄본부장을 맡아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 “집값의 10%만 내면 된다”는 메시지가 겹치면서 ‘LTV 90% 정책’과 ‘누구나 집’은 혼선을 불러일으켰다. 윤호중 원내대표조차 1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송 대표의 LTV 발언은 누구나 집 프로젝트가 와전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송 대표는 “누구나 집 프로젝트와 LTV 완화 논의는 별개로 제안한 것”이라고 구분했다. 송 대표 측 관계자는 “LTV 90%와 ‘누구나 집’은 다른 거라고 여러 번 얘기했지만 숫자가 겹쳐서 같은 정책으로 오해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플랜 B는 “집값 6%로 내 집 마련” 

송 대표는 18일 “집값의 6%만 내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누구나 집’의 진화판으로 분양가의 10%가 아닌 6%만 내고도 장기 거주하며 주택 마련의 기회를 볼 수 있는 임대차의 새 구조를 짜겠다는 것이다.

송영길의 '누구나 집 5.0' 프로젝트.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송영길의 '누구나 집 5.0' 프로젝트.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우선 임대사업자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 장기주택담보대출(장기모기지론)로 집값의 50%를 조달한다. 법인의 장기모기지론이라 LTV 규제를 피할 수 있다. 남은 절반 중 10%는 시공사·시행사가 투자하고, 10%는 임대사업자가 개발이익을 재투자한다. 남은 집값 30% 중 24%는 전세보증금 담보대출을 받으면 집값의 6%만 현금으로 내고 입주가 가능하다는 게 '누구나 집 시즌2'의 골자다.

송 대표 측은 “임차인의 신용 점수와 상관없이 같은 이자를 내는 게 누구나 집 프로젝트의 핵심”이라며 “임차인이 각자 대출을 받는 게 아니라 임대사업자가 대출을 받아서 이자를 나눠 갚는 역발상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LTV 완화 정책과 달리 정부도 실현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