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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D]온라인 컨퍼런스에서 네트워킹 하는 법

중앙일보

입력

트랜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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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오프라인 행사가 줄줄이 취소된 지도 일 년이 훌쩍 넘었다. 교육과 업무가 비대면으로 돌아선 가운데, 온라인으로 정보를 나누는 포럼과 컨퍼런스 또한 줄을 잇고 있다. 발언하는 이들은 이동시간이 줄어드니 편리하고, 주최 측 또한 전문가 초빙이 비교적 용이해진 데다 부대 비용도 줄어 부담이 꽤 줄었다.

유재연의 인사이드 트랜D

문제가 있다면 기업 스폰서십을 동원하기 쉽지 않아졌고, 경우에 따라 참석자를 모집하는 것마저 힘겨워진 것. 행사 참여 목적이 네트워킹인 사람들은 굳이 같은 돈을 내가며 온라인 행사에 참석할 이유가 없다. 기업 입장에선 사람들이 들르다 우연히라도 광고를 접할 길이 요원해졌으니 행사 지원을 할 이유가 줄었다.

‘어쩌면 행사 내용이 녹화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 덕에, 청중들은 슬슬 실시간성에 대한 긴장감마저 놓아가고 있다. 녹화본에서는 실시간 Q&A가 불가능한 데다, 많은 경우 녹화조차 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개미와 베짱이의 격차가 벌어지는 시스템

현재의 비대면 행사 시스템들은 청중 개인의 적극성과 정신적 노력을 기반으로 설계돼 있다. 예전처럼 코엑스 A 전시장 홀 앞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사람들이 강연장으로 슬슬 들어가는 낌새가 보이면 자연스레 따라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오후 3시쯤에 메일로 공유된 줌 주소로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그게 오후 3시가 맞았던가, 3시 30분이었던가’라는 시간에 대한 긴장감과 고도의 자기관리 능력을 유지하고 있어야 때를 놓치지 않는다.

부지런한 자가 이득을 보고, 게으른 이들은 그를 쫓아가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라도 친구 손에 이끌리거나, 한 무리의 사람들에 묻혀 밖으로 나가 ‘우연히라도’ 정보를 접할 수 있던 것이 오프라인 세상이었다면, 현재의 비대면 상황은 온전히 개인의 의지에 의존하는 형태다. 여기에 보고 싶은 것, 듣기 편한 것, 단순하고 재미있는 것만 접할 수 있는 시스템마저 형성돼 있으니, 다양한 종류의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은 세렌디피티적 경험을 약화한다. 세렌디피티적 경험은 도서관 서가에서 별 생각 없이 책들을 훑다가 우연히 ‘나에게 알고 보니 필요했던 것’을 접하게 되는 경험을 이야기한다. 온라인상에서 ‘정보와의 우연한 만남’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연구는 오래간 지속해 왔다. 유저가 웹페이지를 훑다가 맞춤화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인지 기반 시스템을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연구들이 대표적 사례다. 많은 비대면 포럼들도 이러한 체계를 바탕으로 유저들에게 추천되지만, 최종적으로 그 시간에 맞게 클릭을 하는 것은 아직까진 유저 본인의 의지에 달려있다.

참가자를 붙잡아두는 메타버스 플랫폼  

그러니 모든 수를 써서라도 행사에 사람을 진입시키고, 묶어두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재미를 주는 것만큼 사람을 묶어두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하는 방법도 흔치 않으니, 게이미피케이션(게임의 메커니즘을 활용) 방식을 시도하기도 한다. 내가 가만히 있어도, 혹은 얌전히 빙고 게임만 하고 있어도 남들이 다가와 주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개더타운(Gathertown) 앱이다. 지난 5월 초 개최된 HCI 국제학회 CHI 2021의 경우, 메타버스 앱인 이 플랫폼에서 가상 파티를 즐겼다. 한 학회 참가자는 “새벽 다섯 시까지 개더타운에서 게임을 하고 수다를 떨었다”며 “오프라인에서처럼 아바타가 누군가를 만나면, 자동으로 웹캠이 켜지며 진짜 면대면 대화가 가능한 것이 흥미로웠다”고 했다. 오프라인 행사의 장점인 네트워킹을 강조하는 플랫폼들도 사람들 속에서 하나둘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그림 1. 개더타운의 예. 캡처 화면은 비록 ‘나 홀로 있는’ 메타버스 공간이지만, 이곳에서는 아바타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진짜 얼굴 화면’을 띄워놓고 수다도 떨고 보드게임도 한다.

그림 1. 개더타운의 예. 캡처 화면은 비록 ‘나 홀로 있는’ 메타버스 공간이지만, 이곳에서는 아바타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진짜 얼굴 화면’을 띄워놓고 수다도 떨고 보드게임도 한다.

열기가 주춤했다고는 하나, 음성 채팅 플랫폼 클럽하우스 또한 ‘일단 틀어놓고 보는 앱’으로 곳곳에서 쓰이고 있다. 포럼의 주최 측도 행사 진행 내내 일단 앱을 틀어 두고, 듣는 사람들도 생활 속에서 라디오처럼 앱을 켜 두는 것이다. 클럽하우스 초기에 LP 바나 라이브클럽 등에서 앱을 켜두면, 사람들이 들어와 재즈 공연을 실황으로 듣던 것과 같은 시스템이다. 자연스럽게 행사 내용을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내년부턴 다시 현장에 갈 수 있을까

이런 가운데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의 주최 측은 “오는 2022년에는 오프라인에서 만날 것”이라고 선언했다. CES를 필두로 새해에는 직접 얼굴을 맞대고, 현장의 열기를 온몸으로 겪을 수 있을까. 이미 늘어져 버린 긴장감을 다시 팽팽하게 조이기엔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건 아닐까. 2년여의 시간이 바꿔놓은 사람들의 경험이, 다시 돌아올 오프라인의 세상에선 어떤 패턴으로 드러나게 될 지 내심 궁금해진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꽤 많이 달라져 있을 테니 말이다.

유재연 객원기자

중앙일보와 JTBC 기자로 일했고, 이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이미지 빅데이터분석, 로봇저널리즘, 감성 컴퓨팅을 활용한 미디어 분석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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