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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칼 테러 전엔 쇠말뚝 테러 있었다, 尹도 당한 '조상묘 수난사' [영상]

중앙일보

입력

윤석열 조부묘 앞 잔디 훼손된 상태 

세종시의 한 공원묘원에 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일부 조상묘가 훼손된 것이 알려지면서 과거 정치인 등 유명인의 조상묘 훼손 사건이 관심을 끌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조부모와 증조부모, 고조부모 등 조상묘가 함께 모셔져 있는 세종시의 한 공원묘원 잔디가 훼손돼 있다. 최근 윤 전 총장의 조상묘에는 누군가가 식칼과 부적 등을 묻어논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동그라미 표시된 부분이 훼손 지점으로 추정된다. 프리랜서 김성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조부모와 증조부모, 고조부모 등 조상묘가 함께 모셔져 있는 세종시의 한 공원묘원 잔디가 훼손돼 있다. 최근 윤 전 총장의 조상묘에는 누군가가 식칼과 부적 등을 묻어논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동그라미 표시된 부분이 훼손 지점으로 추정된다. 프리랜서 김성태

윤 전 총장 측은 지난 19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최근 묘지 일부에서 여러 가지 훼손 흔적이 있었다”며 “(문중에서) 현장 사진을 찍었지만 공개할 수 없을 정도로 혐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관련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상황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세종경찰청과 세종경찰서, 세종 공원묘원 관계자 등에 따르면 윤 전 총장 조상묘가 훼손된 현장은 지난 16일 묘를 관리해 오던 윤 전 총장 친척이 처음 발견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묘지 봉분 위에는 인분과 계란 껍데기 등 음식 찌꺼기가 올려져 있었고, 식칼과 부적, 1m 정도 길이의 머리카락 한 뭉치 등이 봉분 앞에 묻혀 있었다고 한다. 이 친척은 식칼 등을 제거하고 훼손된 부분을 복구했다.

“호미 같은 농기구로 파낸 듯”

지난 20일 찾은 윤 전 총장 조상묘 일부는 훼손된 상태였다. 묘지에 설치한 상석 바로 옆 부분과 상석 앞쪽으로 1.5m 떨어진 지점 등 2~3곳의 잔디가 훼손돼 있었다. 누군가 호미 같은 농기구로 파낸 듯한 흔적이었다. 파평 윤씨 문중 관계자는 “조상묘 일부가 훼손됐지만, 윤 전 총장 측이 파장이 확산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약 60만㎡ 규모의 공원묘원에는 묘소 1만여 기가 있다.

20일 오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조부모와 증조부모, 고조부모 등 조상묘가 함께 모셔져 있는 세종시의 한 공원묘원 잔디가 훼손돼 있다. 최근 윤 전 총장의 조상묘에는 누군가가 식칼과 부적 등을 묻어논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동그라미 표시한 부분이 훼손된 지점으로 보인다. 프리랜서 김성태

20일 오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조부모와 증조부모, 고조부모 등 조상묘가 함께 모셔져 있는 세종시의 한 공원묘원 잔디가 훼손돼 있다. 최근 윤 전 총장의 조상묘에는 누군가가 식칼과 부적 등을 묻어논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동그라미 표시한 부분이 훼손된 지점으로 보인다. 프리랜서 김성태

이곳 묘원에는 윤 전 총장 조부(祖父) 등 조상 유해가 안장돼 있다. 2009년부터 충남 공주와 논산, 전북 완주 등에 흩어져 있던 조상묘를 이장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고의적인 묘 훼손이 맞는다면 무속 신앙을 믿는 누군가가 윤 전 총장 조상 묘지를 훼손해 지맥(地脈)을 끊으려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을 상대로 한 주술적 행위 논란은 2년 전에도 있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가 진행되던 2019년 9월쯤 강성 친문(親文) 성향의 트위터 이용자들 사이에선 '윤석열 저주 인형 사진'과 부적 형태의 사진 게시가 유행했다.

세종시 공원묘원에 있는 윤석열 조상묘. 프리랜서 김성태

세종시 공원묘원에 있는 윤석열 조상묘. 프리랜서 김성태

이회창 조상, 이순신 묘에는 쇠막대기 

정치인 등 유명인 조상묘 훼손 사건은 과거에도 있었다. 1999년 4월 충남 예산의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조상묘 7기에서 쇠막대기가 발견됐다. 길이 1m, 굵기 0.5㎝ 정도의 놋쇠로 만들어진 둥근 쇠막대기였다. 당시 이 총재 주변에서는 “이 총재의 1997년 대선 출마와 관련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1999년 4월에는 충남 아산시 음봉면 현충사에 있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 묘에서 식칼과 쇠말뚝 2개가 발견됐다. 당시 경찰 수사결과 40대 여성 무속인의 범행으로 드러났다. 이 무속인은 당시 현충사에 있는 덕수 이씨 문중 묘지 등에 식칼과 쇠말뚝 수십 개를 꽂았다. 당시 무속인인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았다.

무속인은 "어느 날 이 충무공이 꿈에 나타난 뒤 머리가 아파 충무공의 기를 끊으면 나을 것으로 보여 칼을 박았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 무속인은 세종대왕 영릉과 효종대왕 영릉에도 식칼과 쇠말뚝을 수십개 박은 혐의도 받았다.

한나라당 이회창총재가 충남 예산 선영을 방문, 성묘를 마친후 친지들로부터 선영 묘소에 박혀있던 쇠말뚝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중앙포토

한나라당 이회창총재가 충남 예산 선영을 방문, 성묘를 마친후 친지들로부터 선영 묘소에 박혀있던 쇠말뚝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중앙포토

대기업 회장 선친 묘는 도굴 수난

대기업 회장의 선친 묘도 잇달아 수난을 당했다. 1999년 울산의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선친묘가 도굴당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검거된 40대는 “생계가 막막해 대기업 회장 조상 묘를 도굴했다”고 말했다. 이 40대는 2004년 충남 공주의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조부모 묘를 도굴했다가 5년간 복역한 데 이어 경북 포항에 있는 태광그룹 창업자의 묘를 파헤치기도 했다.

세종=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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