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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지사, 세종서 세종으로 옮기는데 특공 받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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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관세청 산하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이 세종시에 유령청사를 짓고 아파트 특별공급(특공)을 받은 가운데 일부 기관은 세종에서 세종으로 청사를 옮기는데도 특공 혜택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주민들은 “특공이 공무원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세종·대전 3곳 통합…192명 분양 #직원 2명은 특공만 받고 이미 퇴직 #한전 측 “현행 규정상 적법” 입장 #주민 “돈벌이 수단” 특공 폐지 요구

20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등에 따르면 세종시 구도심인 조치원읍 소재 한국전력공사 세종지사와 대전 소재 세종전력지사·대전중부건설본부는 2015년부터 세종시 소담동에 통합사옥 건설을 추진했다. 용지 매입은 2017년에 이뤄졌다. 사옥 위치가 세종인 데다 특공 자격이 부지 매입 날짜를 기준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이들 3개 기관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자격을 갖게 됐다.

통합사옥은 용지매입 2년 뒤인 지난해 11월에야 착공했다. 준공은 2022년 12월 예정이다. 특공 혜택을 받은 직원은 192명으로 중부건설본부가 151명으로 가장 많고 세종지사 21명, 세종전력지사 20명 등이다. 특공을 받은 직원 가운데 2명은 분양만 받고 이미 퇴직했다.

이들 3개 기관 가운데 한전 세종지사는 통합사옥과 불과 13㎞ 떨어져 있다. 같은 도시 내에서 움직이는 데도 특공 혜택을 준 것이다. 대전 유성구와 대전 서구에 위치한 세종전력지사와 대전중부건설본부도 통합사옥과는 직선거리로 20㎞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3개 기관의 상급기관인 한전은 “현행 규정상 적법하다”는 입장이다. 당시 행복도시 건설 예정지역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 직원은 특공 대상이었으며 조치원읍은 세종시에 있지만 행복도시 예정지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2019년 신설된 세종시교육청 산하 교육시설지원사업소 공무원들도 2024년 1월까지 특공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논란이다. 특공 자격은 기관 설립·이전 5년간 부여되는 데 세종시교육청 공무원은 2019년 12월 31일자로 자격이 사라졌다. 하지만 산하기관인 교육시설사업소는 신설기관이라는 이유로 5년간 자격이 주어졌다.

세종시교육청 관계자는 “행복도시건설청으로부터 (교육시설)사업소에 특공 자격이 있다는 공문을 받았다”며 “다만 지금까지 특공을 통해 아파트를 분양받은 직원은 1명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세종에 사는 시민 연모(50)씨는 “몇 년간 아파트 분양을 받지 못해 프리미엄(웃돈)을 주고 겨우 아파트를 구입했는데 이런 소식을 들으니 힘이 빠진다”며 “세금으로 월급도 주고 연금도 주는 데 아파트 분양까지 차별받는 것은 불합리한 제도”라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세종에서 공급된 아파트 9만6746가구 가운데  2만5636가구(26.4%)를 공무원이 가져갔다. 공공기관 이전 과정에서 ‘특공 투기’ 논란이 제기되자 정부는 지난달 비수도권에서 행복도시로 이전하는 기관은 세종시 아파트 특공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운영기준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세종=신진호 기자, 백경서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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