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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세종 옮긴 한전지사도 특공…분양만 받고 관둔 직원도

중앙일보

입력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뉴스1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뉴스1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한전) 직원들이 세종시 아파트 특별공급(특공)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세종지사가 사옥을 불과 10~20㎞ 이전했는데도, 소속 직원들이 특공 혜택을 받았다는 것이다.

20일 한전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한전은 세종시 조치원읍에 있는 세종지사와 대전에 있는 세종전력지사·대전중부건설본부 등 3개 사업소를 통합한 '세종통합사옥'을 추진하며 지난 2017년 세종시 소담동에 부지를 사들였다. 당초 예정대로라면 한전은 세종통합사옥은 지난해 입주가 시작돼야 했지만, 공사가 연기돼 지난해 11월에야 착공했다. 완공은 내년 12월 예정이다.

통합사옥 예정지는 세종시 조치원읍에 있는 한전 세종지사와 직선거리로 불과 13㎞ 떨어져 있다. 대전 유성구와 서구에 위치한 세종전력지사와 중부건설본부도 통합 사옥과 직선거리 20㎞ 이내다. 그런데도 통합사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3개 기관 직원들이 2017년 특공 대상이 됐고 192명이 특공을 통해 세종시 아파트 분양을 받은 것이다.

중부건설본부 151명, 세종지사 21명, 세종전력지사 20명 등이 분양을 받았고, 직원 2명은 이미 퇴직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전 측 관계자는 "통합사옥 이전 사업소 직원들의 세종시 주택 특별공급은 세종시가 수립한 운영기준의 조건을 충족한 것"이라면서도, 특공 직원 중 2명이 아파트만 분양받고 퇴직한 데 대해선 "유감"이라는 뜻을 밝혔다.

한국전력공사 직원들의 세종시 아파트 특별공급 의혹이 논란인 가운데 19일 오후 세종시 소담동 한국전력공사 세종통합사옥 신축공사 현장에서 공사가 한창이다. 한전 세종통합사옥은 2022년 12월 완공 예정이다. [프리랜서 김성태]

한국전력공사 직원들의 세종시 아파트 특별공급 의혹이 논란인 가운데 19일 오후 세종시 소담동 한국전력공사 세종통합사옥 신축공사 현장에서 공사가 한창이다. 한전 세종통합사옥은 2022년 12월 완공 예정이다. [프리랜서 김성태]

한편 세종에서 특공 기간이 끝난 뒤 설립된 공공기관의 독립 사업소 직원들에게도 특공 자격을 부여했던 사례도 나왔다. 특공 자격은 기관 설립·이전 후 5년간 부여된다.

세종시교육청 공무원의 경우 2019년 12월 31일까지 아파트 특공을 받을 수 있었지만, 2019년 1월 신설된 세종시교육청 교육시설지원사업소 공무원들은 2024년 1월까지 아파트 특공을 받을 수 있게 된 것. 애초 교육청 산하 세부 조직에 불과했던 사업소 직원들 역시 조직이 독립하지 않았으면 이미 자격을 잃어야 했지만, 신설 기관이라는 이유로 5년간 특공 자격이 부여된 것이다.

세종시교육청 관계자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으로부터 사업소에 특공 자격이 있다는 공문을 받았다"며 "지금까지 특공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은 직원은 1명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 등 행정수도 이전 논의로 세종 아파트값이 44.93% 오르는 등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이전기관 종사자 특공 제도는 사실상 '로또급 특혜'가 됐다. '아파트 특공' 제도가 이처럼 허술하게 운용되며 '공무원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하자 이 제도를 폐지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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