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 시각]산전수전 다 겪은 600살 정이품송, 천수 누릴수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지난 3일 속리산의 명물 천연기념물 정이품송의 부러진 가지가 떨어져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속리산의 명물 천연기념물 정이품송의 부러진 가지가 떨어져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오후 2시 30분경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상판리에 위치한 정이품송(천연기념물 제103호)의 가지가 부러졌다고 20일 보은군이 밝혔다. 3일 당시 속리산에 초속 5.8m, 전날(2일)은 초속 7.7m의 바람이 불었다. 수세가 약해진 정이품송의 지름 5㎝, 길이 4m의 서쪽 방향 곁가지가 바람에 부러진 것이다.

지난 3일 초속 5.8m 바람에 가지 또 부러져 … 보은군 20일 공개

붉은 원 부분이 가지가 부러진 곳이다. 연합뉴스

붉은 원 부분이 가지가 부러진 곳이다. 연합뉴스

가지가 부러진 부분(붉은 원 안). 연합뉴스

가지가 부러진 부분(붉은 원 안). 연합뉴스

보은군 관계자는 "요새 비가 자주 내리고 바람까지 세게 불다 보니 가지가 무거워진 상황에서 부러진 것 같다"고 말했다.
5월 2~3일 이틀간 분 바람은 강풍주의보 수준은 아니지만, 평소보다는 센 바람 축에 속한다. 600살이 넘은 것으로 알려진 정이품송이 강풍이 아닌 바람에도 가지가 부러질 정도로 수세가 약해진 것이다. 보은군은 가지가 떨어져 나간 부분으로 병균이 침투하지 않도록 환부 처리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1984년 6월 23일 정이품송이 솔잎혹파리 방지용 방충망에 씌워져 있다. 연합뉴스

1984년 6월 23일 정이품송이 솔잎혹파리 방지용 방충망에 씌워져 있다. 연합뉴스

2004년 3월 5일 폭설 무게를 견디지 못해 부러진 정이품송의 직경 15cm 가지가 눈밭에 떨어져 있다. 연합뉴스

2004년 3월 5일 폭설 무게를 견디지 못해 부러진 정이품송의 직경 15cm 가지가 눈밭에 떨어져 있다. 연합뉴스

폭설에 가지가 부러진 정이품송을 보호하기 위해 소방관들이 나무 위에 물을 뿌려 쌓인 눈을 제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폭설에 가지가 부러진 정이품송을 보호하기 위해 소방관들이 나무 위에 물을 뿌려 쌓인 눈을 제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속리산의 명물 정이품송은 1980년대 중부지방을 강타한 솔잎혹파리로 인해 죽을 고비를 맞기도했다. 이후 10여 년 동안 방충망을 뒤집어쓰고 투병하다 회복했지만, 태풍·폭설 때마다 가지가 부러지길 반복했다.
1993년 2월엔 지름이 26㎝나 되는 동북쪽 큰 가지를 잃었고 이어 5년 뒤 바로 옆의 지름 20㎝짜리 가지가 말라 죽어 아름다움을 뽐내던 원추형 자태를 잃었다.

2007년 3월 28일 정이품송의 큰 가지 1개가 강풍에 부러져 있다. 정이품송은 1464년 속리산 법주사로 행차하던 세조가 "연(輦, 임금이 타는 가마) 걸린다"고 하자 가지를 번쩍 들어 올렸고, 이를 가상히 여긴 세조가 정이품의 벼슬을 하사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7년 3월 28일 정이품송의 큰 가지 1개가 강풍에 부러져 있다. 정이품송은 1464년 속리산 법주사로 행차하던 세조가 "연(輦, 임금이 타는 가마) 걸린다"고 하자 가지를 번쩍 들어 올렸고, 이를 가상히 여긴 세조가 정이품의 벼슬을 하사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2년 8월 28일 태풍 `볼라벤'이 몰고온 강풍으로 정이품송의 가지 1개가 부러져 있다. 서북쪽으로 뻗어있던 이 가지는 지름 18㎝·길이 4.5m 크기다. 연합뉴스

2012년 8월 28일 태풍 `볼라벤'이 몰고온 강풍으로 정이품송의 가지 1개가 부러져 있다. 서북쪽으로 뻗어있던 이 가지는 지름 18㎝·길이 4.5m 크기다. 연합뉴스

왼쪽은 1980년대 정이품송.  오른쪽은 2012년 8월 28일 태풍 `볼라벤'이 몰고온 강풍으로 가지가 부러진 정이품송. 연합뉴스

왼쪽은 1980년대 정이품송. 오른쪽은 2012년 8월 28일 태풍 `볼라벤'이 몰고온 강풍으로 가지가 부러진 정이품송. 연합뉴스

2007년과 2010년 돌풍으로 지름 20㎝ 안팎의 가지가 부러졌고, 2012년 8월 태풍 '볼라벤'이 북상하면서 지름 18㎝ 서북쪽 가지 하나를 더 잃었다.
이듬해 또다시 솔잎혹파리가 날아들면서 잎이 누렇게 말라 죽었다.
보은군 관계자는 "수령이 오래되면서 줄기나 굵은 가지의 속이 비어있기는 하지만 약화한 가지를 대부분 제거해 부러질 만한 가지는 많지 않다"며 "풍파를 잘 넘겨 천수를 누렸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