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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집서 '와인' 찾고…편의점서는 150만원짜리 완판

중앙일보

입력

#직장인 이영호(45)씨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단골 고깃집에서 와인을 즐긴다. 그는 기존엔 ‘소폭(소주+맥주)’ 파였지만, 최근에는 고기와 와인을 곁들인다. 그가 고깃집에서 자주 마시는 와인은 3만~4만원 대. 이 씨는 "삼겹살에 와인을 곁들여도 소폭을 마실 때와 비교해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같은 와인 애호가가 늘면서 와인샵 가격으로 와인을 팔거나 와인을 직접 가져와도 별도의 ‘코르크 차지(주류 반입비)’를 받지 않는 식당도 늘고 있다.

와인 인기에 창업문의 크게 늘어 

삼겹살집에서 와인을 먹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와인 대중화에 더해 코로나19로 인한 혼술 등의 여파로 와인에 익숙해진 소비자가 이뤄낸 변화다. 덕분에 와인과 관련한 창업 문의도 꾸준히 늘고 있다. 19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 시내에만 약 380곳의 와인 숍이 운영 중이라고 한다. 와인 전문업체가 자체 운영하는 체인점은 제외한 수치다.  지난해 초에는 250여 곳에 그쳤었다.

와인 수입사인 아영FBC 관계자는 “과거 한 주에 2~3건 정도였던 창업 관련 문의 전화가 최근에는 한 주 7~8건으로 늘었다”며 “기존에는 와인을 비치하지 않던 음식점들도 와인 종류와 납품 가격을 묻는 문의 전화가 크게 늘었다”고 소개했다. 최근 와인 인기가 높아진 덕에 수입량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와인 수입량은 5만4127t이다. 전년(4만3495t)보다 24%가 늘었다.

와인 수입량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와인 수입량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편의점서 150만 원짜리와인도 '완판'

와인의 저변을 넓히는 데에는 편의점이 크게 기여했다. 와인과 관련한 간략한 스토리와 가격대 등도 크게 게시해 놓아, 와인과 관련한 업체와 소비자간 정보격차를 줄이는 데에도 큰 몫을 했다는 평가다. 편의점에서 파는 와인들은 대부분 1만~3만원의 중저가여서 와인을 잘 알지 못하는 소비자도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 덕분에 편의점 와인 매출은 고공 행진 중이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올해 들어 지난 16일까지 와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1.3%가 늘었다. 3만원 대 와인 판매량은 280.8%가 커졌다.

편의점 업체 세븐일레븐 매장에서 판매 중인 와인들을 이 회사 직원이 살펴보고 있다. [사진 각 업체]

편의점 업체 세븐일레븐 매장에서 판매 중인 와인들을 이 회사 직원이 살펴보고 있다. [사진 각 업체]

CU 역시 올 1분기 와인 매출이 전년보다 145.8%가 늘었다. 특히 자체 모바일 주류 예약 구매서비스인 ‘CU와인샵’에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이곳에선 1만원 이하의 와인은 물론 150만원 짜리 최고급 와인도 판다. CU 측은 “150만 원짜리 최상급 프랑스 보르도 와인 100병을 한정 수량으로 준비했다가 CU와인샵을 통해 전량 판매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올해 들어 국내 온라인 와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한 와인 영수증(가격) 공개 운동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자신이 산 와인의 영수증을 공개해 들쭉날쭉한 와인 값을 바로잡자는 게 그 취지다.

편의점 브랜드 CU의 모바일 주류 구매 서비스인 'CU와인샵'. CU와인샵을 통해 150만원짜리 고가 와인도 완판됐다. [사진 각 업체]

편의점 브랜드 CU의 모바일 주류 구매 서비스인 'CU와인샵'. CU와인샵을 통해 150만원짜리 고가 와인도 완판됐다. [사진 각 업체]

주류업계 전체가 똑똑한 소비자에 맞춰 변화 중 

와인 소비가 늘고, 소비자들이 와인과 관련한 정보를 더 많이 접하게 되면서, 와인 관련 업체도 변화하고 있다. 와인 수입사인 나라셀라는 와인 대중화를 목표로 ‘하루일과’란 브랜드를 런칭하고 매장 수를 늘려가고 있다. 하루일과는 하루 일상을 마친 뒤 퇴근 후 슬리퍼를 신고 동네에서 편하게 와인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공간을 표방한다. 올해 안에 서울 시내에만 직영점 3곳은 물론, 가맹점도 5곳 이상 낸다는 계획이다.

와인 업계를 넘어 주류업계 전체가 소비자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소주ㆍ맥주를 주력으로 하는 국내 최대 주류 업체인 하이트진로까지 와인을 수입해 팔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2017년부터 프랑스 와인 브랜드인 두르뜨의 ‘샤또벨그라브 2015’를 비롯한 총 20종의 와인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전통주 업체인 국순당도 프랑스 최대 와인 양조 가문인 부아세패밀리와 협업해 18종의 와인을 들여왔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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