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10위권 꿈꾸던 코오롱…미래 성장동력 찾기 부심

중앙일보

입력 2021.05.20 05:00

업데이트 2021.05.20 17:26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해 경북 구미공장에 수소차용 연료전지 핵심 소재인 고분자전해질막(PEM) 양산 라인을 준공하고 올해부터 생산에 나선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연구원이 PEM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해 경북 구미공장에 수소차용 연료전지 핵심 소재인 고분자전해질막(PEM) 양산 라인을 준공하고 올해부터 생산에 나선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연구원이 PEM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코오롱인더스트리]

“한때는 재계 순위 10위권이 목표였는데 이제 30위권에도 들지 못하네요.”

코오롱그룹에 재직 중인 한 직원의 자조 섞인 이야기다. 이달 초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발표한 국내 대기업집단 순위에서 코오롱그룹은 40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33위에서 7계단 하락한 것이다. 최근 10여년간 외형적 성장이 답보상태에 머물자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코오롱그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올 1분기 코오롱그룹은 주력 사업인 화학섬유·소재 분야의 호황으로 견조한 실적을 거뒀다. 코오롱그룹의 지주회사인 ㈜코오롱은 올해 1분기 매출 1조2551억원, 영업이익 66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일회성으로 반영된 SKC코오롱PI 지분 매각 이익을 제외하면 매출은 28.5%, 영업이익은 90.5% 늘었다. 특히 코오롱인더스트리의 경우 매출은 전년 대비 10.2% 증가한 1조904억원, 영업이익은 160.8% 증가한 691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깜짝 실적’을 거뒀다.

깜짝실적에도 웃지 못해  

지난해 4월 문재인 대통령이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사업장 불화폴리이미드 공장을 찾아 코로나19 대응 현황 등에 대한 보고를 받고, 폴더블폰이나 폴더블노트북 화면에 붙이는 불화폴리이미드 필름을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해 4월 문재인 대통령이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사업장 불화폴리이미드 공장을 찾아 코로나19 대응 현황 등에 대한 보고를 받고, 폴더블폰이나 폴더블노트북 화면에 붙이는 불화폴리이미드 필름을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제는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업 분야가 없다는 점이다. 특히 주력 업종이 겹치는 효성그룹과 비교된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됐던 완성차 시장이 올 들어 폭발적으로 성장하자 최근 타이어 보강재인 타이어코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타이어코드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핵심 사업 중 하나지만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대로 효성첨단소재(45%)에 이어 2위다.

수입차 판매 시장에서도 코오롱은 2인자다. 국내에서 효성은 벤츠·페라리·마세라티·도요타·렉서스·재규어·랜드로버 등 7개 수입차 브랜드를, 코오롱은 BMW·아우디·볼보·미니·롤스로이스 등 5개 수입차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다. 코오롱은 BMW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 2014년까지 국내 수입차 판매 1위를 달렸지만 2015년 이후 효성에 1위를 내줬다.

경영 승계 상황도 비교 대상이다. 최근 효성은 조현준(53) 회장 취임 이후5년 만에 시가총액 10조원을 돌파하는 등 덩치 키우기에 성공했다. 그동안 공정위는 효성의 실질적인 총수가 조석래(86) 명예회장이라고 판단했지만 경영 전반에 대한 의사 결정을 조 회장이 하고 있다는 효성 측의 설명을 받아들여 지난달 효성그룹 동일인(총수)으로 조 회장을 지정했다.

4세 경영은 ‘아직’ 수업중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 [사진 코오롱 제공]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 [사진 코오롱 제공]

반면 코오롱은 여전히 ‘이웅열 체제’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 재계의 평가다. 지난 2019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웅열(65) 전 회장은 ㈜코오롱의 지분을 49.74%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전 회장의 장남인 이규호(37) 코오롱글로벌 부사장이 경영 수업을 받고 있지만 아직 4세 경영 체제를 거론하기에는 이르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그룹 내 리더십 부재가 성장 정체를 빚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코오롱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신약개발에 나섰다가 불거진 ‘인보사 사태’는 창사 이래 최대의 악재로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코오롱은 지난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 케이주(인보사)의 판매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종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신장세포가 포함됐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이로 인해 지난 2019년 인보사 국내 판매 허가가 취소됐으며 코오롱생명과학은 약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법정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성장 정체에 관한 우려에 대해 코오롱은 수소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아 외적 성장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코오롱을 비롯해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벌, 코오롱글로텍 등이 참여하는 수소사업단을 통해 수소의 생산·활용·운송·저장을 아우르겠다는 목표다. 현재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수소연료전지 소재와 부품을 생산 중이며 코오롱글로텍은 고압용 수소탱크를 개발하고 있다. 코오롱은 코오롱글로벌이 진행 중인 풍력발전사업도 수소 생산에 활용할 계획이다.

코오롱 관계자는 “안정적 수익 구조에 비해 확고한 성장동력이 없다는 것이 그룹 차원의 고민이었다”며 “미래 먹거리로 수소 사업을 키우는 한편 기존 사업도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외적 성장을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그간 이 전 회장은 ‘능력이 있다고 판단돼야 경영권 승계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며 “이 부사장에게는 코오롱글로벌의 실적이 경영 능력을 검증하는 기준이 되지 않겠냐”고 평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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