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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돔 없는데 北이 장사정포 쏘면…현재 대책은 ‘안방 피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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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김민석
김민석 기자 중앙일보 전문기자
지난 5월 10일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로켓탄을 쏘자 이스라엘이 아이언돔에사 발사한 타미르 미사일이 로켓탄을 공중에서 요격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5월 10일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로켓탄을 쏘자 이스라엘이 아이언돔에사 발사한 타미르 미사일이 로켓탄을 공중에서 요격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0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사이의 로켓-미사일 공방전은 현대 첨단무기의 진수였다. 양측이 공격과 방어를 이어가면서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했지만, 전투 장면은 밤하늘을 수놓은 불꽃놀이 같았다. 높은 하늘에 좁쌀보다 작아 보이는 하마스의 로켓탄을 이스라엘군 아이언돔에서 발사한 타미르 미사일이 요격하는 광경이다. 초음속 화살을 화살로 맞히는 격이었다. 하마스가 쏜 로켓탄은 음속 1.5배로 날아와 이스라엘 상공을 갈랐다. 이에 이스라엘군은 더 빠른 음속 2.2배의 타미르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 전투에서 하마스는 로켓탄을 1050발을 쐈고, 이스라엘은 이 가운데 1030발을 요격했다고 한다. 산술적으로 요격률 98%다. 요격하지 못한 20발가량이 떨어졌다. 사상자는 소수였다.

[김민석의 Mr.밀리터리] #수도권 위협하는 북한 장사정포 대책 #시급한 K-아이언돔 2030년 늑장 개발 #KTSSM, 북 장사정포 70% 일거에 파괴 #초반 10∼20분 사이 수도권 집중 피해 #고성능 레이저 요격체계 개발 앞당겨야 #

아이언돔(Iron Dome)은 이스라엘이 심혈을 기울인 무기다. 이스라엘 방산업체 라파엘이 2011년부터 개발했다. 단거리 대공탐지 레이더와 타미르 미사일 등으로 구성된다. 4∼70㎞ 이내에 날아오는 박격포탄과 로켓탄 등을 레이더가 탐지해 위치를 알려주면, 타미르가 발사된다. 타미르는 전자광학 센서로 로켓탄을 찾은 뒤, 근접신관으로 탄두를 터지게 한다. 그때 생긴 파편이 로켓탄을 파괴한다. 라파엘은 아이언돔의 사거리를 현재 70㎞에서 250㎞까지 확장하고, 단거리 탄도미사일도 요격하도록 개량 중이다.

아이언돔 요격 효과로 분쟁 억지 돼
아이언돔의 실력 발휘는 처음이 아니다. 2012년 11월 하마스가 쏜 421발의 로켓탄을 85%나 요격했다고 한다. 2018년에도 75∼95%를 요격했다. 비용은 만만치 않다. 하마스 로켓탄은 수십만원이지만, 타미르 미사일은 1발에 5만 달러(약 6000만 원) 정도다. 아이언돔 효과로 중동 가자지구 등 분쟁지역에서 근거리 로켓 공격과 민간인 피해가 줄었다. 전쟁 억지 효과가 있었다. 많은 나라가 아이언돔을 부러워했다. 미 육군, 루마니아와 아제르바이잔 등이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도 검토 중이다.

한국도 아이언돔 도입을 고려하다 개발로 돌렸다. 수도권을 겨냥한 북한군 장사정포는 게릴라식으로 쏘는 하마스의 로켓 공격과 차원이 달라서다. 하마스가 1000발을 쏠 때 수도권 북방에 촘촘히 배치된 북한군 장사정포는 수만 발을 쏠 수 있다. 엄청나게 많은 북한군 포탄을 아이언돔으로 모두 요격하기도 쉽지 않지만, 비싼 타미르 미사일에 예산도 부담이었다. 그래서 국방과학연구소(ADD)가 K-아이언돔을 개발키로 했다. 그러나 장기과제로 분류된 데다 예산 반영까지 늦어 2030년에야 나온다. 당장 북한 장사정포가 불안한 마당에 무책임한 정책이다.

지금으로선 북한 장사정포를 요격할 방도가 없다. 한국군에는 아이언돔은 고사하고 비슷한 무기도 없어서다. 현재 수도권 북방에는 북한군 장사정포가 340문가량 배치돼 있다. 장사정포는 ‘주체포’라 불리는 구경 240㎜ 방사포(다연장포)와 ‘곡산포’라는 170㎜ 자주포로 구성돼 있다. 최대 50∼60㎞ 날아간다. 비무장지대(DMZ) 북쪽에서 쏘면 수원 가까이 닿는다. 북한군은 유사시 장사정포를 갱도에서 꺼내 외부 사격진지에 전개한 뒤 쏜다. 시간당 최대 1만∼2만 발까지 사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1993년 1차 북핵 위기 때 미국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 영변 핵시설을 폭격하려 했다. 그러나 당시 김영삼 정부의 가장 큰 걱정은 북한 장사정포의 보복공격이었다. 북한이 장사정포를 서울로 쏘면 대책이 없어서다. 결국 클린턴 행정부는 영변 폭격계획을 접었다.

북한군이 장사정포를 쏘면 한국군은 즉각 KTSSM과 에이태킴스 등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산 뒤에 위치한 북한군 장사정포 갱도진지까지 정확하게 타격해 완전히 파괴한다.

북한군이 장사정포를 쏘면 한국군은 즉각 KTSSM과 에이태킴스 등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산 뒤에 위치한 북한군 장사정포 갱도진지까지 정확하게 타격해 완전히 파괴한다.

군 당국, 대화력전으로 북 장사정포 제거키로
이젠 달라졌다. 군 당국이 고민해서 세운 대화력전 계획이다. 북한이 장사정포를 쏘면 우리도 각종 무기를 동원해 장사정포를 아예 제거하기로 했다. 한ㆍ미군이 보유한 MLRS와 국산 천무 등 다연장포, 에이태킴스(ATACMS)와 국산 KTSSM 등 단거리 탄도미사일, 155㎜ 자주포, 공군 전투기 등으로 북한 장사정포와 갱도 및 사격진지를 신속하게 파괴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군이 대화력전을 준비하자 북한군은 산악지형의 남쪽 경사면 갱도 속에 있던 장사정포를 북사면으로 옮겼다. 2010년대 초반이다. 산의 북사면으로 옮기면 우리 쪽에선 보이지 않고, 공격도 까다롭다. 특히 육군 155㎜ 자주포로는 산 능선의 뒤쪽에 숨어있는 북한 장사정포 진지를 맞힐 수가 없다. 공군 전투기도 휴전선을 지나 산 너머로 가서 폭탄을 투하해야 한다. 그만큼 부담이 커졌다.

그렇다고 북한의 새로운 장사정포 진지를 두고 볼 수는 없었다. 가장 먼저 북한군 장사정포 갱도와 사격진지의 위치부터 파악했다. 그런 뒤 한국형 전술지대지 미사일(KTSSM)을 ‘번개사업’이란 이름으로 극비리에 개발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2010년 11월) 영향도 있었다. 지난 연말부터 2025년까지 200여 발을 생산해 배치한다. KTSSM은 북한군에 공포 그 자체다. 이 미사일은 사거리 180㎞에 정확도는 2m 이내다. 우리 쪽에선 보이지 않는 산 너머 장사정포 갱도 입구를 정확하게 맞힌다. 콘크리트 1m 이상 뚫고 들어가서 터지기도 한다. KTSSM의 탄두는 특별하다. ‘열압력탄’이라는 신종 탄두다. 갱도 입구에서 터지면 고열 폭풍이 갱도 내부 깊숙이 들어가 완전히 태워버린다. 갱도를 다시는 사용할 수 없게 된다.

KTSSM은 북한군이 장사정포로 수도권을 포격하면 즉각 발사된다. 국민 보호 차원에서다. KTSSM 200여 발을 동시에 발사하면, 북한군 장사정포 갱도 70% 이상이 한꺼번에 파괴된다고 한다. 갱도가 파괴되면 장사정포는 돌아갈 진지가 없다. 포탄도 사격 현장(사격진지)에 쌓아둔 수십 발 외에 더 구할 수 없다. 더구나 사격을 위해 갱도 밖에 전개된 장사정포는 우리의 공격에 완전히 노출된다. 그때 국산 다연장포 천무가 발사된다. 천무에는 유도기능도 있다. 표적 지역에 거의 정확하게 떨어진다. 탄두는 공중에서 터지는 확산탄이다. 북한군은 피할 수가 없어 생존이 어렵다. 여기에 공군 전투기까지 가세한다. 결과적으로 우리 군의 대화력전에 북한 장사정포는 빠르게 사라진다. 2010년대 중반에만 해도 장사정포 제거에 5∼7일이 걸렸지만, 새로운 대화력전 시스템을 조만간 완비하면 반나절도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신속하게 대피하면 인명 피해 크게 감소
그러나 K-아이언돔을 확보하지 못한 현재로썬 북한군 장사정포의 초기 공격은 고스란히 맞을 수밖에 없다. 특히 초반 10∼20분이다. 장사정포 가운데 ‘곡산포’는 5분에 포탄 2발씩 발사한다. ‘주체포’는 로켓탄 22발을 연이어 발사하는데 다 쏘고 나면 그만이다. 22발짜리 로켓탄 세트 교체에 수십 분이 걸린다. 그 사이 우리 군이 반격한다. 북한군이 이 시간 동안 쏠 수 있는 장사정포는 5000발 이내로 추산된다. 5000발이 수도권에 날아오면 그 가운데 3000발은 도로나 공원 등 빈 공간에 떨어지고, 2000발 정도가 건물에 맞는다. 그 2000발 가운데 절반 이상은 콘크리트 빌딩 옥상에 떨어져 큰 피해는 없다. 나머지 1000발 이하가 건물 벽체 또는 창문을 맞힌다.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탄흔을 보면 북한 포탄은 아파트 벽체를 제대로 뚫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지하철과 지하주차장, 심지어 안방으로 신속하게 대피만 하면 인명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다고 해서 초기 국민 피해를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일이다. 따라서 2030년으로 예정된 K-아이언돔 개발을 앞당기든지 이스라엘 아이언돔이라도 가져올 필요가 있다. 레이저 요격체계 개발도 시급하다. 현재 군내 기술로는 30㎾급 레이저를 개발했지만, 선진국에선 300∼1000㎾급을 개발하고 있다. 이 정도 성능이면 포탄은 물론 탄도미사일 요격도 가능하단다. 방산업계와 ADD 관계자에 따르면 레이저 기술이 최근 혁신적으로 진화하고 있고, 한국도 고출력 레이저 개발 능력이 있다고 한다. 레이저 요격체계가 있으면 북한 탄도미사일도 쉽게 방어할 수 있다. 앞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생각하면 레이저 요격체계는 필수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 선임위원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 선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