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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여성’ 부자들의 관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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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박수련 기자 중앙일보 산업부장
박수련 팩플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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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힘과 영향력을 키우는 데 10년간 10억 달러(1조1000억원)를 지원하겠다.”

최근 남편 빌 게이츠와 이혼을 발표한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는 2년 전 이런 계획을 발표했다. 목표는 명확했다. 기존 여성 관련 기부금의 90%가 흘러간 모자보건이 아닌, 여성의 영향력 향상에 쓰겠다는 것. 3대 우선 순위도 제시했다. 직장에서 여성의 성취를 방해하는 장벽 무너뜨리기, 기술·미디어·정책 분야에 여성 비중 높이기, 기업의 성차별을 압박하는 주주·소비자 운동 지원하기.

멀린다의 ‘힘 있는 여성’ 이슈에 (당시) 세계 최고의 여성 부자 매켄지 스콧도 뛰어들었다. 매켄지는 2019년 초 제프 베이조스(아마존 창업자)와 이혼했다. 그는 지난해 6월 멀린다와 함께 성평등 아이디어 경진대회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둘은 2030년까지 이 대회에 상금 3000만 달러(339억원)를 걸었다. “다양한 목소리가 의사결정에 반영될 때 결과도 더 좋았다는 걸 우리는 역사에서 배우지 않았느냐”고, 매켄지 스콧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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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세계를 장악한 빅테크 기업을 20년 이상 가까이서 지켜본 멀린다와 매켄지는 그 바닥 문화를 잘 안다. 고위직과 연구개발직에 여성이 적고, 같은 일 하는 남녀 간에 최근까지도 임금 차별이 존재했으며, 여성 창업자일수록 투자받기 어려운 현실. 빅테크 창업자들의 배우자가 이혼 전후 이 이슈에 주목했다는 건, 문제의 뿌리가 그만큼 깊단 얘기다.

‘한국의 실리콘밸리’도 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의 남녀 임금격차가 가장 크다(34.1%, 2020년)는 건 이제 뉴스도 아니라서, 4대 IT기업(코스피 상장)만 따로 살폈다. 네이버가 17.3%로 가장 작았다. 이 회사 남자 직원 임금이 100만원이라면 여자 직원은 83만7000원을 받았단 뜻. 카카오는 그 격차가 45.5%, 엔씨소프트는 33.1%, 넷마블은 38%였다. 대한민국 평균보다 격차가 크다.

그 기업들도 할 말은 있다고 한다. “연봉 수준이 높은 연구개발직군에 남성이 많기 때문”이라고. 그러나 3곳 중 엔씨소프트(2011년부터 사업보고서)를 제외하곤 직군별 남녀 비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니 확인할 길은 없다. 네이버는 올해초 공개한 ESG 보고서에서 고위임원과 중간관리자 중 여성 비율이 각 30%, 24.5%라고 밝혔다. 임금 격차가 비교적 적은 배경이다.

한국에 멀린다나 매켄지는 없지만, 아직은 더 기대해보고 싶다. IT 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다짐하고 있다. G에 진심이란 걸 보여주길 바란다. 여성할당제 수렁에 빠진 정치권에 비하면 그래도 기업은, 다양성이 조직의 경쟁력이란 걸 모르지 않을 테니까.

박수련 팩플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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