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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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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장주영 기자 중앙일보 기자
장주영 내셔널팀 기자

장주영 내셔널팀 기자

영국 런던의 템즈강 남부 뱅크사이드에는 세계적인 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이 있다. 버려진 화력발전소를 활용해 리모델링한 이 미술관은 2000년 5월 문을 열었다. 이 지역은 가난하고 낙후된 동네였지만, 미술관 개관으로 명소로 거듭났다. 앤디 워홀, 백남준 등 유명 작가의 작품이 대거 전시돼 연일 관광객이 몰린다. 도시의 역사성을 보존하면서도 활력을 불어넣은, 도시재생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테이트 모던의 성공을 옛 건물 보존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새로운 시설과 건축물이 적절히 더해진 것도 주효했다. 테이트 모던 앞에 템즈 강의 남과 북을 잇는 도보교, 밀레니엄 브리지를 만들어 접근성을 높였다. 런던을 찾는 관광객은 이 다리를 오가며 세인트 폴 성당(강북)과 테이트 모던을 함께 둘러본다. 2016년에는 미술관 뒤편에 11층의 현대 건축물을 증축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2000년대 들어 도시재생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2013년 도시재생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법적 토대가 마련됐다. 2017년부터는 5년간 전국 낙후지역 500여 곳에 50조원을 투입하는 도심재생뉴딜사업이 추진 중이다. 서울시의 경우 재개발에 대한 대안으로 도시재생을 택한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의 주도로 사업이 시작돼 현재 52곳이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지정된 상태다.

그런데 지역주민의 반응은 시원찮다. 달동네로 불리는 노후한 집들은 그대로 놓아둔 채, 가로등을 설치하거나 담벼락에 페인트칠하는 골목환경 개선만 한다는 비판이다. 박 전 시장 시절, 도시재생선도지역 1호로 선정된 창신동은 안전과 생존 문제까지 거론한다. 강대선 공공재개발추진위원장은 “낡은 집이 많아 지난해부터 5, 6건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차가 진입을 못 해 인명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한다.

서울시는 최근 도시재생 부서를 축소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공개했다. 오세훈 시장은 “재개발·재건축 같은 정비사업과 도시재생사업을 적절히 혼합 배합하겠다”고 했다. 그 약속이 지켜지길 바란다. 불도저로 싹 갈아엎거나, 무조건 옛것을 보존하는 방식 중 하나만 택할 이유는 없다. 역사를 보존하면서 새로움을 더하는 균형이 죽은 도시를 되살린다. 테이트 모던이 그랬듯.

장주영 내셔널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