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홀대 지겹다” 존슨 총리 구한 간호사 사표

중앙일보

입력 2021.05.2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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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해 7월 보리스 존슨 총리(왼쪽)의 관저에 초청 받은 제니 맥기 간호사. [AP=연합뉴스]

지난해 7월 보리스 존슨 총리(왼쪽)의 관저에 초청 받은 제니 맥기 간호사. [AP=연합뉴스]

“우리가 받아야 할 존중과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냥 지겹다.”

총리 코로나 때 48시간 지킨 맥기
영국 정부 ‘임금 1% 인상안’ 반발
“얼마나 더 희생해야 하는 거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했을 당시, 머리맡에서 밤을 지새우며 간호해 유명해졌던 간호사 제니 맥기가 정부를 이같이 비판하며 사표를 던졌다.

가디언·더타임즈 등은 18일(현지시간) 영국 정부가 공공의료시스템(NHS) 산하 의료인을 상대로 제시한 ‘1% 임금인상안’을 두고 코로나19 일선에서 일한 간호사 등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질랜드 출신인 맥기는 존슨 총리가 지난해 런던 세인트토머스병원에서 퇴원할 당시 ‘48시간 동안 중환자실을 지켜줘 고맙다’고 콕 집어 감사 인사를 전했던 인물이다. 그 인연으로 지난해 7월 맥기는 존슨 총리의 관저에 초청받기도 했으며, 당시 찍은 사진은 국민보건서비스(NHS) 72주년 기념으로 공개됐다.

맥기는 영국 정부가 코로나19 일선에서 뛰었던 의료인들에 대해 희생만 바랄 뿐, 제대로 된 처우를 보장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면서까지 엄청나게 열심히 일해왔는데, 왜 우리가 영웅이냐는 말이 많다”며 “내가 NHS에 얼마나 더 희생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영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서도 “병원은 코로나19의 하수구였다”며 “많은 간호사들이 정부가 효율적으로 이끌지 못한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맥기의 발언은 지난 15개월간 영국의 코로나19 방역 대응을 담은 채널4 다큐멘터리 ‘영국이 멈춘 해’를 통해 오는 24일 공개될 예정이다.

맥기의 사직 뒤 총리관저는 성명을 내고 “NHS 직원들은 지난 1년 동안 큰 성과를 거뒀고, 정부는 그들을 지원하기 위해 모든 힘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의 간호사 구인·구직커뮤니티에 따르면 지난해 간호사 평균연봉은 3만3000(5300만원)~3만5000파운드 수준이다. 팻 컬런 영국 왕립간호대(RCN) 총장직무대행은 “정부가 제안한 1% 임금 인상안은 모욕이다. 목숨을 걸고 일하는 간호사들의 말을 얼마나 무시하고 존중하지 않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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