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돗자리 까는 역할, 그림은 절로 완성된 것”

중앙일보

입력 2021.05.20 00:03

업데이트 2021.05.2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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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그림이 재미있어야죠. 다들 압박감 받으며 살고 있는데 그림까지 마음을 짓눌러서야 되겠어요? 즐거움을 주는 작품을 하고 싶었습니다.”

최울가, 가나아트센터서 개인전
즉흥적 화면으로 소통 가능성 탐구

최울가의 ‘Brooklyn Red-031’, 2021, 캔버스에 유채, 162.2x130.3㎝. [사진 가나아트]

최울가의 ‘Brooklyn Red-031’, 2021, 캔버스에 유채, 162.2x130.3㎝. [사진 가나아트]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최울가(65) 작가의 말이다. 강렬한 색채, 천진난만한 이미지의 화면으로 유명한 최 작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재미있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화이트 블랙 레드 플러스(WHITE BLACK RED +)’라는 건조한 제목과는 달리 그는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재미’와 ‘즐거움’을 꼽았다. 그러면서 “나는 돗자리 까는 역할만 했을 뿐 그림은 절로 완성된 것”이라고 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회화와 조각, 드로잉까지 총 60여점을 선보인다. 자신의 대표적인 화이트, 블랙, 레드 시리즈의 신작부터 최근 시작한 컬러 포인트(땡땡이) 시리즈, 스티커 입체회화도 선보였다.

그의 그림마다 자주 등장하는 꽃과 어항, 눈동자, 새 등의 독특한 이미지와 색채의 근원은 무얼까. 자유스럽지만 절제돼 보이는 이유는 뭘까.

최울가의 세라믹 조각 ‘하얀 여우’, 2017, FRP에 혼합매체, 121x68x22 ㎝. [사진 가나아트]

최울가의 세라믹 조각 ‘하얀 여우’, 2017, FRP에 혼합매체, 121x68x22 ㎝. [사진 가나아트]

최 작가는 이를 자신의 ‘돗자리’론으로 설명했다. “작품 완성에 내 역할은 10%도 안 된다. 나는 블랙 앤 화이트, 레드 등의 바탕색으로 자리를 깔아줄 뿐 각 조형과 이미지는 자기가 알아서 자리를 찾아간 것”이란 설명이다. 최대한 마음을 풀어놓고 즉흥적으로 화면을 채워나간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인간은 언어로 소통하기 전 동굴 벽에 그림으로 자신들의 감정을 표현했다”면서 “그들처럼 비언어적인 이미지로 본능적인 감정과 원초적 의식을 표현하고 싶은 바람을 담았다”라고 했다.

그는 “이른바 오방색이라 불리는 강렬한 원색으로 주로 그림을 그리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원색 주변에 다양한 중저색(어둡고 채도가 낮은 색채)을 배치한다”며 “아이들을 뛰어놀게 하되 곳곳에 세이프가드를 배치해 지키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최근 그는 기존의 제한된 네모 캔버스에서 벗어나 더욱 다양한 매체와 형태의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파리에서 공부한 뒤 2000년 뉴욕으로 건너간 최 작가는 그곳에서 그라피티의 자유분방함과 현대예술가 데미안 허스트(56)의 실험적 설치미술에서 충격받았다고 한다. 2007년 이전 작품 200점 모두를 불태우기도 했다. “벽을 부수는 일은 망치로는 안 된다. 포크레인으로 밀어버려야 한다”는 그는 이후 원시적이며 비언어적인 이미지로 현재의 즉흥적인 화풍을 완성했다. 전시는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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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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