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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로드맵 그려 밀어붙인 수소 경제…일회성 지원보다 인력·기술력 키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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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코어테크가 미래다 ④ 수소 경제 

2018년 8월 정부는  혁신 성장을 위한 3대 전략투자 분야로 인공지능(AI)·빅데이터·수소경제를 선정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취임했다. 이듬해 1월 로드맵을 발표하기까지는 넉 달 정도가 남아 있었다. 당시 성 장관은 수소경제 태스크포스(TF)에서 실무를 맡은 신성필 에너지신산업과장(당시)을 불렀다. 성 장관은 “수소차로만 범위를 좁히지 말고 수소경제란 이름에 걸맞게 수소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로드맵을 그려 달라”고 주문했다.

전문가들 “디테일한 성공전략 필요”

장관에게서 과제를 넘겨받은 신 과장은 내심 막막했다고 한다. 먼저 미국·유럽·일본 등에서 참고할 만한 로드맵이 마땅찮았다. 기술 수준부터 인프라, 규제 환경까지 각국이 처한 환경이 너무 달랐다.

그는 “태양광·풍력과 달리 수소라는 말만 나와도 수소폭탄을 언급할 정도로 분위기가 적대적이었다”며 “안전성 우려부터 불식하고 최대한 현실과 밀착한 로드맵을 만들기 위해 학계와 기업 50여 곳 등과 TF를 꾸려 로드맵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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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수소경제 로드맵에는 수소차·충전소를 늘리고 수소연료전지를 확산하는 내용을 담았다.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국내에 ‘수소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핵심이었다. 수소경제 펀드를 조성해 신규 기업의 진입을 유도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현재 민간 법률사무소에서 전문위원으로 일하는 신 전 과장은 “(수소경제) 로드맵이 구체적이고 국내 기술의 수준을 드러내는 부분도 많았다. 경쟁국에서 베낄 수 있다는 우려도 (TF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수소) 생태계를 키우려면 선진국이 따라오더라도 일단 정부 주도로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수소경제 로드맵에는 한국가스공사를 중심으로 수소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내용도 담았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경남 창원과 광주광역시에 거점형 수소 생산기지를 구축했다. 내년 하반기부터 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현재 산업부에서 수소경제 관련 실무를 맡은 건 최연우 신에너지산업과장이다. 최 과장은 “결국 (수소경제의) 주체는 기업이란 점에 주목해 정책을 추진해 왔다”고 설명했다.

문상진 두산퓨얼셀 상무는 “2019년은 일본·미국 등 주요국이 막 수소경제를 추진하던 때였다. 정부가 치고 나가지 않았다면 1~2년이 아니라 5~6년은 늦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정부가 (수소경제의) 밑그림을 잘 그렸다”고 평가했다. 민관 협의체인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의 이승훈 본부장은 “수소경제가 신재생에너지 대안의 하나로 인정하는 수준까지 성장하는 데 정부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세운 ‘수소경제’ 2주년 성과.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정부가 내세운 ‘수소경제’ 2주년 성과.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장밋빛 전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수소차 판매만 해도 대당 수천만원씩 지원금을 쏟아붓는다. 수소충전소 보급은 지난해 말까지 70기 정도에 그쳤다. 한 대기업 임원은 “처음에 큰 틀에서 로드맵을 그려 밀어붙이는 게 정부 역할이었다면 이제 객관적인 수요 예측 등에 근거해 디테일한(세부적인) 성공 전략을 짤 때”라고 말했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물고기’를 잡아주는 식의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정부가 바뀌더라도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물고기’를 잡는 기술력을 키워야 한다”며 “반도체 산업을 참고해 장기적인 안목에서 (수소경제) 인력 양성에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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