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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역사를 1400년 늘렸다, 공사판서 찾은 뜻밖의 두 유산

중앙일보

입력

서울 걷기 여행③ 몽촌토성

백제의 역사가 서린 몽촌토성은 시민의 쉼터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몽촌토성 안으로 산책로가 걷기 좋게 뻗어 있다. 야트막한 언덕길이지만 몽촌호와 평화의광장을 내려다보며 거닐 수 있다. 백종현 기자

백제의 역사가 서린 몽촌토성은 시민의 쉼터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몽촌토성 안으로 산책로가 걷기 좋게 뻗어 있다. 야트막한 언덕길이지만 몽촌호와 평화의광장을 내려다보며 거닐 수 있다. 백종현 기자

두발로 걷고 보고 느끼는 것만큼 확실한 여행법도 없다. 코로나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진리다. 코로나 시대의 여행은 달라지고 있다. ‘안전 여행’ ‘소규모 단거리 여행’ 등이 핵심 트렌드다. 1년간 중단됐던 ‘서울도보해설관광’ 프로그램도 소규모, 비대면 방식으로 달라졌다. 최대 참여 인원은 불과 3명(기존 20명). 이제 단 한 명이 신청해도 도보 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심지어 무료다. 2003년 6개 코스(해설사 49명)로 시작한 ‘서울도보해설관광’ 프로그램은 현재 44개 코스(해설사 225명)로 확장돼 있다. 대표적인 3개의 코스를 사흘에 걸쳐 소개한다. 서울의 근현대사를 아우리는 건축 기행 코스도 있고, 너른 들판과 공원을 품은 힐링 코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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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서울의 역사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장대하다. 낙산성곽이 한양도성의 600년 역사를 입증하는 장소라면, 몽촌토성과 풍납토성은 백제의 도읍이 한강 유역에 있었다는 거대한 물증이다. 대략 2000년의 세월을 헤아린다. ‘몽촌토성’ 구간은 올림픽대로 남단 풍납토성에서 시작해 몽촌토성을 거쳐 평화의광장(올림픽공원), 한성백제박물관으로 이어지는 4㎞ 코스다. 얼핏 호수를 끼고 걷는 공원 산책길처럼 보이지만, 실은 백제사를 따라 걷도록 만들었다.

원래는 공사판이 될 땅이었다. 1980년대 올림픽공원을 조성할 때 몽촌토성 아래에서 백제 토기가 대거 출토됐고, 불과 700m 떨어진 풍납동에서도 1997년 아파트 공사 중 백제 건물터와 토기와 쏟아져 나왔다. 땅을 뒤엎는 개발 광풍이 되레 유산을 되찾은 셈이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아파트와 주택가 사이에 자리한 풍납토성. 초기 백제의 왕성으로 여겨진다. 일부는 끊기고 사라졌다. 현재 2.1㎞이 남아 있다. 백종현 기자

아파트와 주택가 사이에 자리한 풍납토성. 초기 백제의 왕성으로 여겨진다. 일부는 끊기고 사라졌다. 현재 2.1㎞이 남아 있다. 백종현 기자

웅진(공주)은 백제의 두 번째 수도다. 그에 앞서 풍납토성이 500년간 백제 왕조의 근거지였다. 하나 지금의 풍납토성은 그 형세가 몰라볼 정도로 초라하다. 주택가 사이에 야트막한 토성의 흔적이 봉긋 올라와 있을 따름이다. 오랜 세월 속에 헐리고 끊겨 2.1㎞만 남았다. 전문가가 동행하지 않았다면 그 영욕의 세월을 가늠하기 어려웠을 테다. 김상진(76) 문화관광해설사는 “더 많은 이가 드나들고 기억해야 하는 장소”라고 말했다.

몽촌토성의 명물 '나홀로나무'. 초원 위에 측백나무가 홀로 서 있다. 기념사진을 남기기 좋은 장소다. 백종현 기자

몽촌토성의 명물 '나홀로나무'. 초원 위에 측백나무가 홀로 서 있다. 기념사진을 남기기 좋은 장소다. 백종현 기자

성내천을 지나 곰말다리를 건너면 몽촌토성의 품이다. 왕성인 풍납토성과 달리 이곳은 군사 방어 목적의 산성이었다는 게 정설이다. 풍납토성은 너른 평야를 두었지만, 몽촌토성은 성내천이 휘감은 구릉 위에 토성을 올렸다. 걸출한 입지 덕분에 지금은 시민의 쉼터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높이 50m쯤 되는 언덕이 완만한 파도를 이룬다.

언덕 위에 오르면 몽촌호수와 평화의광장, 롯데월드타워가 어울려 풍경을 만든다. 언덕의 안쪽은 푸른 평원이다. 그곳에 명물로 통하는 ‘나홀로나무’가 있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 위에 10m 높이의 측백나무가 혼자 덜렁 뿌리를 내리고 서 있다. 누구나 멋진 사진을 담아올 수 있는 장소. ‘윈도XP’ 배경화면으로 익숙한 사진 속 초원과 닮았다.

코스 끝자락의 한성백제박물관은 볼거리가 제법 많다. 이 일대에서 발굴된 백제 유물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실물 크기로 재현한 풍납토성도 볼 수 있다. 풍납토성과 몽촌토성 안쪽에서는 지금도 문화재 발굴이 이어지고 있다.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여행정보

서울관광재단에서 서울도보해설관광 프로그램을 연중무휴로 운영한다. 평일은 두 차례, 주말은 세 차례 진행한다. 홈페이지(dobo.visitseoul.net)를 통해 최소 3일 전 예약하면 된다. 44개 코스다. 야행 코스는 코로나19 여파로 당분간 운영하지 않는다.

서울도보해설관광 '몽촌토성' 코스 지도. 자료 서울관광재단

서울도보해설관광 '몽촌토성' 코스 지도. 자료 서울관광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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