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한마디에 출렁이는 암호화폐 시장…'일론알리미' 등장

중앙일보

입력 2021.05.19 05:00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셜미디어에서 국내외 상장된 암호화폐 종목을 언급하면 알림을 보내주는 웹사이트 ‘일론알리미’가 최근 등장했다. 일론알리미 캡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셜미디어에서 국내외 상장된 암호화폐 종목을 언급하면 알림을 보내주는 웹사이트 ‘일론알리미’가 최근 등장했다. 일론알리미 캡처

최근 ‘일론알리미’라는 국내 웹사이트가 등장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SNS 등에서 국내외에 상장된 코인 종목을 언급하면 알림을 보내주는 서비스다. 그가 비트코인·도지코인 등 암호화폐를 언급할 때마다 관련 시세가 출렁이자 이에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고육책’인 셈이다.

18일 이 사이트에 접속해보니 아직은 특정 메신저 프로그램에서만 서비스가 지원되고 있었다. 다른 서비스도 준비 중이라고 적혀 있었다. 일주일 전쯤 500명대였던 이 사이트 구독자는 이날 오후 기준 5000명을 넘었다.

이런 사이트는 MZ 세대들에게도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부는 “재미있는 현상”이라고 했고, 일부는 “사행성” “투기성”과 같은 부정적인 인상을 받는다고 했다.

‘머스크 쇼크’에 2030,“코인판 작살 주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 로이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 로이터

암호화폐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직장인 이모(31·여)씨는 “주식 투자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가능성을 많이 고려하지만, 코인은 종목 성격과 비전 분석 없이 이뤄지는 데다 머스크 한 사람 말에 급등락하는 걸 보니 도박과 다를 바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씨는 이어 “근로소득만으로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는 젊은 세대들이 코인 투자에 더 달려드는 모습이라 안타깝다”고 했다.

코인 투자에 관심 없다는 프리랜서 정모(32·남)씨는 “청년실업이나 집값폭등 등 미래를 불안하게 만드는 현 상황도 문제지만 쉽게 큰돈을 벌겠다는 생각도 이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는 “인간이 노동을 통해 그에 걸맞는 보상을 얻어야 동기부여도 되고 행복해진다는 것을 믿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껄무새’ 안 되려고 투자해

머스크가 암호화폐 시장을 흔드는 상황을 비정상적으로 본다는 김모(30·여)씨는 “머스크가 이젠 자신의 트윗 하나에 코인 시장이 출렁이는 걸 즐기는 것 같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이어 “말 한마디에 우르르 따르는 사람들도 이해가 안 간다”고 덧붙였다. 고모(37·남)씨는 “머스크 때문에 코인판 작살났다”며 “주식이었다면 머스크는 주가조작으로 잡혀갔을 듯”이라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대세’에 따라 암호화폐 투자에 뛰어들었다는 박모(29·여)씨는 “요즘 사람들을 만났다 하면 코인·주식 얘긴데 안하면 바보 되는 분위기”라며 “수익 냈다는 얘기도 워낙 많이 들리니까 ‘코인 절대 안하겠다’던 친구들도 시작했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다들 껄무새(과거를 후회하는 ‘~걸’이라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한다는 뜻)가 돼 가고 있다”고 자조했다.

“투자 실패 사례도 더 알려져야”

지난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 라운지에서 관계자가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세를 살펴보며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이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비트코인 전량을 팔았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자 비트코인은 물론 모든 주요 암호화폐가 일제히 급락했다. 뉴스1

지난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 라운지에서 관계자가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세를 살펴보며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이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비트코인 전량을 팔았을 수도 있음을 시사하자 비트코인은 물론 모든 주요 암호화폐가 일제히 급락했다. 뉴스1

약 16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재테크 유튜버 포리얼(본명 김준영·29)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들이 자산의 내재적 가치를 측정하기가 불가하다고 생각해 투자를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며 “머스크 한마디에 가격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은 자산으로 안정성이 없다는 방증”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알리미 서비스까지 나왔다는 걸 보면 머스크가 소셜미디어에 무슨 글을 올리냐에 따라 가격 등락이 크게 이뤄지는 것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젊은 층은 머스크의 말을 따라가면서 수익을 내려는 게 투기성이 짙다고 보면서도 벼락거지가 될 것 같은 불안감에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얘기한다”고 전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보 제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암호화폐 투자 자체를 막을 순 없고 관련 기관이 금융당국 등과 연계해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본다”며 “최근 개인 투자자의 공매도가 허용되자 금융투자협회 차원에서 교육을 이수하게 했는데 좋은 방법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코인 투자로 돈 벌었다는 얘기만 들리는데 잃은 투자자도 많을 것”이라며 “개인의 판단 하에 책임감 있는 투자가 이뤄지도록 이런 사례도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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