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김동호의 시시각각

차기 대통령의 필독서 다섯 권

중앙일보

입력 2021.05.19 00:38

업데이트 2021.05.19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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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김동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차기 대통령의 필독서로 꼽히는 책들. 양극화 완화를 위해 자본주의의 허점을 보완하고 퍼주기식 복지 시스템을 재정비해 효율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동호 논설위원

차기 대통령의 필독서로 꼽히는 책들. 양극화 완화를 위해 자본주의의 허점을 보완하고 퍼주기식 복지 시스템을 재정비해 효율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동호 논설위원

지금 책상에 있는 책 다섯 권을 소개한다. 가장 핫한 건『경제정책 어젠다 2022』. 최근 공동 필자 중 한 분을 만났다. 필자들은 간절히 읍소하는 심정으로 책을 썼다는 느낌을 받았다. ‘유능한 정치세력의 등장을 기대하며’라고 써준 저자 친필 사인에서 그 마음을 읽었다. 머릿속에 전직 관료로 남아 있던 변양호·임종룡·이석준·김낙회·최상목, 이들이 책을 냈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 퇴직 관료의 공동 저술이 이례적이고, 책의 타깃 독자가 차기 대통령이라서다.

전직 관료와 전문가들이 펴낸 책
폴리페서들 수백 명보다 가치 커
나라 위한 직언에 귀 기울이길

이들은 한마디로 대한민국이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고 외치고 있다. 지난 4년간 헛된 정책 실험과 나랏돈 퍼주기가 계속되면서 이제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구체적인 대안까지 밝혔다. 한계를 드러낸 자본주의를 보완하자면서 ‘부(負)의 소득세’를 제시했다. 복지제도를 통폐합해 재원을 마련하고 분배 정의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보수와 진보의 목소리를 모두 담아낸 혁신적 방안이다. 대선이 다가오자 캠프에 들어가 한자리 꿰차려는 것도 아니다.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이들의 제안에 공감하면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이 바로 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차기 대통령에게 정책 제안을 띄웠다. 다만 낡은 규제를 손질해 기업에 경제적 자유를 주고 공정한 경제 질서를 만들어서 누구나 경쟁의 결과에 승복하는 경제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운찬 전 총리는 지난해 말에 이어 또 한 권의 책을 보내왔다. 『한국경제, 동반성장, 자본주의 정신』. 큰 틀에서는 전직 관료들과 같은 맥락이다. 부(富)의 양극화와 승자 독식을 이대로 둬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같은 반(反)시장 기조와는 명백하게 선을 긋는다. 그는 “있는 사람의 것을 빼앗아 없는 사람에게 주자는 것이 아니다”며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때 비로소 ‘더불어 잘사는 사회’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누구나 정당하고 공정하게 경쟁해 함께 잘사는 참된 자본주의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주문이다.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가 펴낸『혼돈의 시대』 역시 맥락이 같다. 그는 “양극화로 자본주의가 망가졌다”고 진단하면서 포퓰리즘과 부족주의 정치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대안으로 정치 개혁과 복지 시스템 재정비를 강조했다. 복지 시스템 정비를 통해 절약된 예산은 기초과학 등 미래 일자리와 소득 창출 인프라에 투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국민이 편 가르기와 포퓰리즘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경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 대사가 펴낸『평등으로 가는 제3의 길』도 마찬가지다. 그는 “보수 우파는 복지를 수용하고, 좌파는 시장경제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불평등 완화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복지 만능으로 가면 사회주의처럼 특권층을 빼면 국민 모두 하향 평준화된다는 지적이다.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강연을 청해 들었다는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 대표의『자영업자가 살아야 한국경제가 산다』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인건비 부담에 기업이 고용을 기피하고 취업이 바늘구멍처럼 되자 자영업 과잉 경쟁이 촉발됐다는 설명이다. 결국 노동 경직성을 풀어야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는 것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정권 출범 전 그 필요성을 설명했지만 채택되지 않았다. 오히려 무모한 정책 실험으로 일관해 고용 불안과 소득 분배를 악화시켰다.

다섯 권의 책 저자들은 한마디로 균형 잡힌 정책을 펴라고 외치고 있다. 복지를 확대하되 시스템을 효율화하고 기업에 자유를 주라고 한다. 번외로 라종일 전 주일대사가 공저로 펴낸『한국의 불행한 대통령들』을 소개한다. 이념 코드와 무리한 정책 실험이 대통령의 불행을 초래했다는 내용이다. 벌써 차기 대선 캠프에는 수백 명의 폴리페서가 몰려들고 있다. 이들의 섣부른 제안보다 이 다섯 권에 담긴 직언의 가치가 훨씬 크다. 필독을 권한다.

김동호 논설위원

김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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