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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역지사지(歷知思志)

장영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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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유성운 기자 중앙일보 기자
유성운 문화팀 기자

유성운 문화팀 기자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지정한 것은 조선 세종의 탄신일이기 때문이다. 세종 시대는 한글을 비롯한 여러 발명품이 쏟아졌고, 조선의 문화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이와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장영실이다. 동래현(현재의 부산)의 관노 출신인 그는 뛰어난 기술을 인정받아 혼천의·측우기 등을 제작했고, 벼슬이 대호군(大護君)까지 올랐다. 그런데 관노였던 장영실이 어떻게 ‘하이테크’ 지식에 정통할 수 있었을까. 학계 일각에선 그 배경으로 장영실이 중국 출신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장영실을 ‘화교’라고 한다면 다소 놀랍겠지만 『조선왕조실록』은 그의 출신에 대해 “아비가 본래 원나라의 소주(蘇州)·항주(杭州) 사람”이라고 분명히 기록했다.

역지사지 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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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실의 생몰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조선 초 인물이라는 점에서 부친은 고려말 건너왔을 가능성이 높다. 원나라와 밀착하고 개방적이었던 고려에는 중국인과 아랍인들이 다수 정착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당시 원나라는 세계의 지식이 모여들고 과학이 가장 발달했던 곳이었던 만큼 장영실의 탁월한 기술력도 어쩌면 ‘메이드 인 차이나’였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자존심 상할 필요는 없다. 산업과 기술의 원산지를 따지는 것만큼 무익한 일도 없다. 반도체나 자동차 등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산업은 모두 외국에서 시작한 것이다. 아이돌 산업도 J팝에서 시작했지만 지금 세계를 누비는 것은 K팝이다. 쓸모가 있으면 출신과 배경을 따지지 말고 ‘우리 것’으로 흡수해 잘 만들면 된다. 세종 시대가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이다.

유성운 문화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