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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LTV 정책마다 말 달라…당·정·청 ‘부동산 자중지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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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문재인 정부 5년차 부동산 정책이 춤을 추고 있다.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4주년 연설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를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 억제 목적 때문에 실수요자가 집을 사는 데 어려움이 되는 부분들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지만 “부동산 정책 기조는 유지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모호한 가이드라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당 중심 정책 주도’ 노선이 끼어들고 당내 노선투쟁 성격까지 가미되면서 부동산 정책 논의가 산으로 가는 양상이다.

송영길, 세제 개편·금융 규제 완화 #친문 중심 강경파 “부자감세 반대” #김부겸 “종부세 탄력적용” 다음날 #“집값 불로소득 환원” 결다른 발언

민주당에서는 부동산 관련 세제 개편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를 풀어주는 금융규제 완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송 대표와 김진표 민주당 부동산특위 위원장은 재산세·종부세·양도세·취득세 등 세제와 금융 규제를 모두 풀어야 한다는 입장에 가깝다. 반면 친문 중심 강경파는 이런 움직임을 ‘부자 감세’라며 반대하고 있다.

‘투톱’인 대표와 원내대표 발언의 결도 다르다. 송 대표는 지난 12일 부동산특위 첫 회의에서 “당장 재산세와 양도세가 시급하다”며 규제 완화를 주문했다.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90%까지 풀어주는 방안도 거론했다. 그러자 친문 핵심인 윤호중 원내대표는 18일 “양도세 중과를 유예했던 이유가 다주택자의 매도를 유인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효과가 없었다”며 규제 완화에 반대했다. 친문 인사인 강병원 최고위원도 전날(17일) 송 대표의 면전에서 “부자들 세금을 깎아 주기 위한 부동산특위가 아니길 바란다”며 직격했다. 김진표 위원장은 18일 비공개로 부동산특위 회의를 열었다. 회의를 마친 김 위원장은 “결정된 것 없이 의견을 듣는데 한 부분만 얘기하면 정책에 혼선만 야기하니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LTV 90% 완화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자 송 대표는 18일 “정부에서도 90%까진 아니지만 조정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구체적 수치는 당 부동산특위에서 정부 측과 협의해 정하겠다”며 물러섰다. 여당이 자중지란에 빠진 상태에서 나온 정부의 메시지도 혼선에 일조하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집값이 오른 것은 어떤 형태이든 불로소득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떤 형태로든 사회에 환원돼야 하는 게 아니냐”며 종부세 기준 완화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전날 한 방송에서는 “장기 1주택 보유자들을 위한 종부세 과세이연제도와 고령·은퇴자들에 대한 탄력적 세율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놓고 “종부세 기준을 완화하려는 모양”이란 해석이 나왔는데 이날은 또 뉘앙스가 달랐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김 총리 취임 후 첫 오찬 회동에서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결정하되 현장 혼란을 막기 위해서 기본적인 원칙은 조속히 결정하라”고 지시했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김 총리와의 회동에서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으면서도 이를 공개하지 않아 혼란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관련 당부를 했다는 것은 부동산 정책 논의가 있었다는 것 아니겠느냐”면서도 “하지만 당 의견을 모아올 때까지 구체적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태화·한영익 기자, 김보담 인턴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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