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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만팬 거느린 핵인싸 셀럽견, '이웃집의 백호'을 아시나요[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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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밥 먹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발바닥을 보여주세요.”
간식이나 옷 선물은 기본. 라이브 방송이라도 할라치면 팬심가득 글들이 잔뜩 올라온다. 팬미팅이나 팬사인회를 가듯, 반려동물과 산책하는 모임인 산책회, 출판 기념 발도장 사인회에도 팬들은 몰린다.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펫스타(pet-star)’가 그 주인공이다.

핵인싸 셀럽견, '이웃집의 백호'

수십만 랜선 집사 웃게 하는 ‘이웃집의 백호’. 소년중앙

수십만 랜선 집사 웃게 하는 ‘이웃집의 백호’. 소년중앙

진주 강씨 26대손 강백호. 뉘집 아들이냐고? 유튜브·트위터·인스타그램 도합 76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대표적인 펫스타 ‘이웃집의 백호’의 주인공 웰시코기다.

셀럽견 백호 활약은 화려하다. 지난 2019년 『이웃집의 백호』 책을 냈고, 농림축산부와 한국관광공사 명예홍보대사를 맡기도 했다. 연예인 뺨치는 인기에 굿즈도 있다. 굿즈 판매를 통한 수익은 유기견 보호소에 꾸준히 기부하고 있다. 뽀송뽀송 식빵을 닮은 치명적인 뒤태를 뽐내는 백호가 제일 좋아하는 건 랜선 집사들을 실제로 만날 수 있는 산책회. 산책회만 열면 300~400여 명의 팬이 모였다. 코로나19 때문에 산책회를 못 해서 백호는 많이 속상해 한다고. 백호에겐 ‘호랑이’라는 이름의 코리안 숏헤어 고양이 동생이 있는데 팬들은 둘을 합쳐 ‘백호랑이’라고 부른다.

현관 벨을 누르자 “멍!멍!” 우렁찬 백호 목소리가 들렸다. 백호랑이의 반려인(일명 ‘백호 누나’) 강승연씨가 “오 기분 좋아~ 우리 백호 그렇게 좋아? 행복해?” 말하자마자 백호는 학생기자단의 손을 한 명씩 돌아가면서 할짝할짝 핥아줬다. 호랑이도 주변을 배회하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다음은 소년중앙 학생기자들과 백호의 반려인과의 일문일답.

백호와 한집에 사는 '호랑이'. 소년중앙

백호와 한집에 사는 '호랑이'. 소년중앙

처음 백호 이야기를 SNS에 올리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여러분 또래일 때 강아지 가족을 처음 데려왔었어요. 그때만 해도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고, 카메라도 집집마다 없었죠. 이 아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는데 사진이 한 장도 없는 거예요. 얼굴이 점점 희미해져 가는데, 추억 거리가 한 개도 없었죠. 근데 백호를 데려왔을 때는 휴대전화 카메라도 너무 좋고 사진 찍는 게 워낙 생활이 됐어요. 백호의 기록을 웹에 올려놓으면 파일이 날아가도 나중에 볼 수 있겠지 하는 마음에 2014년부터 일기처럼 올렸죠. 그때는 동물 이야기만 하는 계정이 없었어요. 처음 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엄청 관심을 가져줬죠.  
백호와 호랑이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애들이 웃겨서 아닐까요? 친구들도 동물 계정을 많이 볼 거 아니에요. 보면 진짜 예쁘게 생긴 강아지·고양이가 엄청 많아요. 나는 내 새끼니까 예쁜데 객관적으로 그렇게 예쁜 애들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애들 행동은 웃기고, 상황을 설정하지도 않고 일상에 있는 얘기를 올려서 인기가 많은 게 아닌가 싶어요. 그냥 진짜 이웃집 강아지 같은 느낌이잖아요.
백호와 호랑이가 사랑받고 뿌듯하셨을 때가 있다면 언제였나요.
저는 백호랑 호랑이로 돈을 벌지 않아요. 광고를 하더라도 기부하거나 공익 광고밖에 안 하거든요. 유명해지다 보면 사실 돈 벌 수 있는 요소가 많아요. 저는 애초에 직업이 따로 있고 운영하는 회사가 있다 보니까 애들을 데리고 돈 벌 생각 자체도 없었고, 인기가 많아지자 이걸로 할 수 있는 좋은 일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기부를 시작했죠. 유기동물 돕는 데 백호의 영향력을 사용해보자 한 거예요. 기부를 하면서 엄청나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실감했어요. 정말 많은 분들이 같이 해주셔서 어느덧 6년째 작년 기준으로 1억원 넘게 기부를 했거든요. 사실 액수보단 기부한 것 자체가 중요한데, 규모가 커지고 백호가 그렇게 많은 친구를 도와줄 수 있게 돼서 좋아요. 기부할 때 진짜 기쁘고 실감도 많이 납니다.
수십만 랜선 집사 웃게 하는 ‘이웃집의 백호’. 소년중앙

수십만 랜선 집사 웃게 하는 ‘이웃집의 백호’. 소년중앙

가장 기억에 남는 팬과 댓글이 있다면요.
백호로 인해 하루가 너무 힘들었었는데 힘이 났다, 백호 이야기가 올라와서 오늘 그나마 한번 웃을 수 있었다 이런 걸 보면 되게 기분이 좋아요. 어른들도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까 기분이 나쁠 때가 많아요. 하루 종일 상사한테 혼나고 되는 일도 없고 친구 만나고 싶은데 내일 당장 출근이라 만날 수도 없고 이렇게 우울한 기분으로 퇴근할 때 딱 휴대전화를 보니까 백호랑 호랑이 얘기가 올라와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는 거죠. 이런 걸 보면 '아 내가 올리는 얘기가 진짜 나한테는 맨날 있는 일이지만 이 사람들한테는 정말 기쁨이고 행복인 순간이구나' 싶어요.  
유튜브 방송은 조금 늦게 시작하신 편인데요.
사실 유튜브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요. 동물 친구들한테 뭔가 강제로 시키는 영상이 있는데, 약간 놀리거나 스트레스받을 만한 상황을 만들고 반응을 보면서 사람들은 그게 재미있고 귀엽다 하는 경우가 많아요. 강아지든 고양이든 놀랄 때 눈이 커지니까 귀여워 보일 수 있거든요. 일부러 그런 영상만 찍어 올리는 사람이 너무 많은 거예요. 그래서 나는 유튜브 할 생각이 없다고 꾸준히 이야기했었는데 친구가 그럼 그런 영상 말고 정말 자연스러운 영상을 올리면 되지 않냐고 하는 거예요. 백호가 금니 수술을 했는데 그런 수술을 한 친구가 국내에 몇 없어요. 그런 경험담 같은 걸 올리면 진짜 도움이 될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설득했죠. 보는 사람이 많은데 잘못된 정보를 주거나 했을 경우 내가 책임질 수 있겠는가 싶어 많이 고민했는데 친구가 도와줄 테니까 한번 해보자 해서 지금 같이하고 있어요. 기부를 위해 백호랑이 얼굴이 새겨진 상품 같은 걸 만들어서 판매하는데, 그 일을 하는 팀도 다 친구들이죠. 친구들과 함께하니까 재밌게 일해요.
백호에 이어 호랑이를 키우게 된 이유가 있다면요.
엄청나게 망설였어요. 내가 만약 고양이를 키워서 강아지랑 고양이가 같이 있는 게 귀여워 보여 강아지를 키운 사람이 고양이를 데리고 오거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강아지를 입양했는데 너무 안 맞으면 파양해야 한단 말이에요. 그 상황이 생길까 봐 고민했죠. 호랑이의 엄마는 양계장에 목줄로 묶여서 밥도 제대로 못 먹어서 후원하던 고양이에요. 고양이를 목줄에 묶어둔다는 건 말이 안 되거든요. 스트레스 때문에 그냥 죽을 수도 있죠. 그래서 계속 후원하고 구조하려고 노력하던 중에 낳은 애가 호랑이예요. 근데 흔한 색이라며 끝까지 입양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데려왔어요. 다행히 백호가 잘 받아주고 진짜 형제처럼 지내요.
강아지와 함께 사는 건 현실이지 꿈이 아니라고 했는데요.
저도 어렸을 때 지나가는 강아지나 사진으로 보는 강아지가 너무 귀여워서 강아지 키우고 싶다고 졸랐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 친구들 많잖아요. 그렇게 되면 엄마는 자식을 하나 더 키우는 거거든요. 지나가던 꼬마 친구들이 백호 귀엽다고 엄마한테 강아지 키우게 해달라고 하면 제가 먼저 물어봐요. 하루에 3시간씩 산책시켜줄 수 있냐고요. 처음에는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정말 쉽지 않거든요. 엄마·아빠가 퇴근하고 강아지를 돌보기 위한 시간을 내야 하는 거예요. 제 친구가 고양이 키우고 싶다고 해도 퇴근한 후에 힘들어서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고양이랑 2시간 동안 낚싯대 놀이해주고 화장실 청소 다 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죠. 귀여운 모습만 보지 말라는 거예요. 귀여운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죠. 이게 현실이라는 거예요.  
펫스타가 반려동물 문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점이 있다면요.  
스타가 되고 싶고, 강아지랑 고양이로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한 번이라도 더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자극적인 걸 만들기도 하죠. 우리 집 강아지와 고양이도 유명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에 사실 학대받는 애들이 정말 많아요. 보다 보면 정말로 그냥 돈벌이에 이용되는구나 싶은 애들이 있죠.  
랜선 집사 문화가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나요.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나는 못 키우니까 대신 랜선에 있는 누구를 예뻐해야지' 하는 건 좋은 거예요. 애초에 내가 키우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는 거잖아요. 자신의 현실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고양이랑 강아지가 너무 좋아서 보고 대리만족을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죠.

반려동물 콘텐트를 제작하는 분들께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요. 
애들한테 강제로 뭔가 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챌린지라고 참 많았었거든요. 넘기 어려운 장애물 같은 걸 놓고 “넘어봐!” 하는 거예요. 그렇게 하면 애들은 스트레스를 받아요. 장애물을 뛰어넘다가 다칠 수도 있고요.  
수십만 랜선 집사 웃게 하는 ‘이웃집의 백호’의 산책. 소년중앙

수십만 랜선 집사 웃게 하는 ‘이웃집의 백호’의 산책. 소년중앙

이웃집의 백호랑이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일단 반려동물과 사는 게 이렇게 한 사람의 인생, 또 한 가족의 삶에 있어서 엄청나게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우리 집은 전부 백호랑 호랑이 위주로 돌아가거든요. 얘네들을 혼자 두고 싶지 않아서 출퇴근 시간을 서로 조정해요. 일반 직장인이면 힘들겠지만 우리는 각자 다 개인 사업을 해서 가능하죠. 그러니까 여건이 되지 않으면 쉽게 키우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연예인 뺨치는 펫스타

 수많은 랜선 집사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반려동물들. 얽힌 사연도 다양하다. 서울 강동구에서 택배기사로 근무하는 ‘경태아부지’는 유기견이던 경태를 입양했다. 일하러 나갈 때마다 경태가 울부짖는 등 분리불안 증세를 보이자, 아예 함께 배송을 다니기 시작했다. 반려견의 외로움을 덜고자 차량에 싣고 다니는 경태아부지의 사연에 수많은 응원과 관심이 쏟아졌다. 지난 1월말 만든 인스타그램 '경태아부지' 계정은 팔로워수가 21만에 달한다. 주인공 경태는 'SNS 스타'로 떠올랐. 경태는 경태아부지가 근무하는 CJ대한통운의 명예 택배기사로 임명돼 화제를 모았다.

‘개무룩’으로 유명해진 강아지 달리는 사람 음식을 앞에 두고 신나는 모습과 먹지 못해 시무룩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으로 유명세를 탔다. 사랑스러운 모습 뒤에는 사고로 다리 한쪽을 잃고 버려진 아픔이 있었다. 현재의 주인을 만나 국내는 물론 해외여행까지 즐기며 인천국제공항 명예홍보견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유튜브 도합 55만 명의 랜선 집사들과 일상을 공유하며 책도 냈다.

사과밭 도랑에 빠졌다 구조된 인절미는 지금의 주인이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개를 주웠는데 어떡해야 하냐’는 글을 올린 후 일약 스타가 됐다. 순한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표정, 동그랗고 처진 눈은 보기만 해도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책 출판, 캐릭터 상품 발매, 방송 광고도 찍고, 인스타그램·유튜브 도합 81만 명이 넘는 랜선 집사들이 지켜보고 있다.

108만 명 구독자의 마음을 빼앗은 유튜브 채널 haha ha는 양어장을 무대로 길고양이들과 함께하는 일상을 공유한다. 잉어·붕어 등을 포식하는 모습, 넓고 한적한 시골을 배경으로 등장하는 고양이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겁 많은 아기 고양이 순무는 ‘순무 엄마’에게 입양돼 천천히 용기를 얻으며 애교쟁이 고양이로 거듭났다. 그 과정을 담은 사진과 글을 통해 인스타그램·유튜브 도합 53만 명이 넘는 랜선 집사 응원을 받으며 2018년에는 책 『순무처럼 느려도 괜찮아』를 출간했다.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김인아(충남 우성중 2) 학생기자·유지민(서울 구룡초 4)·현지용(서울 가곡초 6) 학생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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