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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 vs 로블록스 5G 플랫폼 경쟁하는데 한국은 ‘핑퐁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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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김용화 감독이 만든 VFX 전문회사 덱스터 스튜디오의 VR 콘텐트 '화이트래빗' 포스터. [사진 덱스터 스튜디오]

김용화 감독이 만든 VFX 전문회사 덱스터 스튜디오의 VR 콘텐트 '화이트래빗' 포스터. [사진 덱스터 스튜디오]

2018년 국내 기업이 만든 가상현실(VR) 영화 ‘화이트 래빗’이 칸영화제에서 상영됐다. 화이트 래빗은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프로 만든 체험형 VR 영화다. 영화와 기술이 결합한 VR 영화는 VR헤드셋 같은 장비를 착용하고 시청해야 한다. 그러나 같은 해에 이 영화는 국내 극장에서는 개봉하지 못했다. 컴퓨터에서 구동된다는 이유로 ‘게임’으로 분류돼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 심의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코어테크가 미래다]③ 5G 콘텐트

숏폼 장악한 중국, 메타버스 깃발 꽂는 미국 

초고속ㆍ초저지연ㆍ초연결이 가능한 5세대(G) 통신이 상용화하면서 가상현실(VR)ㆍ증강현실(AR) 등 실감형 콘텐트의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졌다. 많은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VRㆍAR을 끊김 없이 재생할 수 있는 기술적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15~60초 분량의 짧은 동영상인 ‘숏폼’ 콘텐트나 인터넷을 통해 스트리밍 방식으로 작동하는 ‘클라우드 게임’도 가능해졌다. 통신장비업체 에릭슨에 따르면 풀HD(1920X1080) 해상도의 VR 콘텐트를 하루에 5분씩 스트리밍했을 때 한 달에 10기가(GB)가 넘는 트래픽이 발생한다. 이에 비해 일반 풀HD 영상은 3분의 1도 안 되는 3GB 정도가 소모된다.

중국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 [중앙포토]

중국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 [중앙포토]

국내에선 영화냐, 게임이냐를 놓고 ‘핑퐁 게임’을 하는 사이 미국과 중국은 멀찌감치 앞서가고 있다. 특히 두 나라는 5G 콘텐트를 제작ㆍ소비할 수 있는 플랫폼을 선점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일단 숏폼 동영상의 원조 격인 ‘틱톡’은 전 세계 9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틱톡은 중국 기업인 ‘바이트댄스’가 운영하고 있다. 틱톡은 미국에서만 월간 이용자 수 1억 명을 돌파하며 유튜브의 입지를 위협했다. 유튜브도 틱톡에 대항하는 ‘쇼츠(Shorts)’를 내놓았다. 쇼츠 창작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1억 달러(약 1140억원) 펀드도 조성한다.

틱톡에 맞서는 미국의 카드는 ‘메타버스(metaverse·3차원 가상세계)’다. 메타버스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로블록스’는 미국 10대 초반 청소년의 3분의 2가 즐기는 게임 플랫폼이다. 3차원(3D) 아바타와 함께 가상세계를 탐험할 수 있고, 플랫폼 안에서 게임 제작까지 가능하다. 플랫폼 제공자가 게임을 만들어 파는 게 아니라, 사용자가 직접 게임을 설계해 또 다른 사용자가 이렇게 만든 게임을 소비하는 방식이다. ARㆍVR 등을 기반으로 메타버스를 충실히 구현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5G 인프라가 필요하다.

로블록스 홈페이지 캡처. [중앙포토]

로블록스 홈페이지 캡처. [중앙포토]

"5G 효능감 느낄 수 있게 해줘야"

강력한 콘텐트ㆍ플랫폼이 5G 인프라 구축을 이끌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비자들에게 5G로 가능한 콘텐트나 서비스를 체험하게 해 ‘진짜 5G는 이런 것이다’라고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다.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은 지난해 슈퍼볼 경기가 열린 미식축구 경기장에 5G 네트워크를 구축해 MEC(데이터를 기지국 등 사용자 근처에서 처리하는 기술)ㆍAR 서비스를 보여줬다. 관객이 그냥 지나치기만 해도 안면 인식을 통해 티켓을 확인했고, 선수가 뛰는 모습을 카메라로 비추면 해당 선수에 대한 정보와 즉각적인 리플레이와 확대 기능도 가능했다. 버라이즌에 따르면 관람객들이 경기장에서 소비한 데이터양은 21.5TB(테라바이트)로, 이는 6000편 이상의 장편 영화를 스트리밍할 수 있는 규모다.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국내 5G 콘텐트나 플랫폼 중에서는 글로벌에서 성공을 거둔 사례를 찾아보기가 힘들다”며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5G 콘텐트를 발굴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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