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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의 엄중 경고 "기업·가계 부채 급증, 대규모 디폴트 우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각국의 부채가 세계 경제의 위험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18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 대표부에 따르면 OECD는 기업 및 가계 부채의 급속한 증가로 신용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3대 경제 주체로 꼽히는 가계ㆍ비금융 기업ㆍ정부가 진 총부채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선진국은 151조 달러, 신흥국은 59조 달러에 달한다. 2019년 각각 137조 달러, 54조 달러에서 크게 늘었다.

선진국의 가계·기업·정부의 부채 규모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선진국의 가계·기업·정부의 부채 규모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OECD는 우선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지원 과정에서 역대 최고 수준으로 커진 글로벌 기업 부채 규모가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고 봤다. OECD는 “정부의 정책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고, 초저금리를 유지하면서 부실 기업의 부채가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경기가 둔화하고, 정부의 지원이 줄어들 때 부채비율이 높은 곳에서 대규모 디폴트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 부채의 질이 나빠진 게 원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여파로 신용등급이 하락한 기업이 늘었고, 이자보상배율이 2 미만인 상장기업의 비중도 커졌다. 이자보상배율이란 영업이익을 통해 이자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채무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신흥국의 가계·기업·정부의 부채 규모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신흥국의 가계·기업·정부의 부채 규모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OECD는 정책권고를 통해 “기업에 대한 신용(credit) 지원을 일부 자본 지원(Equity financing)으로 전환하라”고 주문했다. 신용보증 등을 통한 간접적인 지원보다는 지분투자 같은 직접적인 지원이 좀 더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와 함께 부동산 가격 급락에 따른 가계부채 부실화 위험도 경고했다. OECD는 “가계 부채의 증가 속도가 완만하다”면서도 “높은 수준을 유지했던 주택가격이 조정국면을 맞이할 경우 대규모 디폴트 우려가 제기된다”고 짚었다.

"향후 은행권 부실 초래할 우려"

상장기업 가운데 이자보상배율이 2 이하인 기업의 비중.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상장기업 가운데 이자보상배율이 2 이하인 기업의 비중.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부동산 가격 급락은 담보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주택 구입자의 채무상환 부담을 키운다. 이는 금융회사의 수익성과 자산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OECD는 “코로나19 위기로 은행의 대출 규모는 크게 늘었으나 경기 회복이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어 부실 대출이 증가했다”며 “이는 저금리 추이에 따른 은행들의 이자 수익 감소와 함께 향후 은행권 부실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최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밝힌 “부풀었던 자산 가격이 꺼지면서 미국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적극적인 확장 재정에 따른 각국 정부의 부채도 위험 요소로 꼽혔다. OECD는 차입금의 만기 기간이 짧아지면서 상환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정책권고로 “국채 만기의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도 '부채 트리플 1000조원' 시대 

이는 가계ㆍ기업의 은행권 대출 잔액이 각각 1000조원을 넘고, 정부가 진 나랏빚 규모가 올해 말 1000조원에 육박(올해 말 국가채무 965조9000억원)해 이른바 ‘부채 트리플 1000조원’ 시대를 맞이한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얘기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계적인 금리 상승이 본격화하면 한국도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고, 이는 가계ㆍ기업의 이자 부담을 키워 경제 회복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급증하는 나랏빚은 우리 자식ㆍ손자 세대의 세금 부담을 늘린다는 점에서 미래 세대에게 짐을 짊어지우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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