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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아래 '만점 커플샷'…낙산성곽 '비밀의 통로' 아시나요

중앙일보

입력

서울 걷기 여행 ②낙산성곽

낙산(126m)은 야트막한 반면, 근사한 경치를 품었다. 정상 성곽에 서면, 내사산(북악산·인왕산·남산·낙산)에 안긴 서울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낙산(126m)은 야트막한 반면, 근사한 경치를 품었다. 정상 성곽에 서면, 내사산(북악산·인왕산·남산·낙산)에 안긴 서울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두 발로 걷고 보고 느끼는 것만큼 확실한 여행법도 없다. 코로나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진리다. 물론 코로나 시대의 여행은 달라야 한다. ‘서울도보해설관광’ 프로그램도 2월부터 소규모, 비대면 방식으로 달라졌다. 20명씩 몰려 다니는 풍경은 사라졌다. 이제 최대 참여 인원은 불과 3명(기존 20명). 단 한 명이 신청해도 문화관광해설사가 나서 여행을 돕는다. 여행자 입장에선 되레 듣는 재미가 더 커졌다. 심지어 무료다. 2003년 6개 코스(해설사 49명)로 시작한 ‘서울도보해설관광’ 프로그램은 현재 44개 코스(해설사 225명)로 늘어났다. 대표적인 코스 세 개를 사흘에 걸쳐 소개한다. 서울의 근현대사를 아우리는 건축 기행 코스도 있고, 너른 들판과 공원을 품은 힐링 코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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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인지문. 낙산성곽 여행의 출발점이다.

흥인지문. 낙산성곽 여행의 출발점이다.

한양은 도성(都城)이다. 문자 그대로다. 태조 이성계는 조선을 세운 뒤 수도 한양을 둘러싼 내사산(북악산‧인왕산‧남산‧낙산)의 능선을 따라 거대한 성곽을 쌓게 했다. 그 길이가 18.6㎞에 달한다. 방어의 목적이 컸지만, 성곽은 지금이나 그때나 아름다운 풍광을 누리기 좋은 명당이기도 하여 거니는 사람이 많았다. ‘순성(巡城) 놀이’라는 표현이 괜히 내려오는 것이 아니다.

‘낙산성곽’ 코스는 흥인지문(동대문)에서 출발해 성곽을 따라 이어진다. 한양도성박물관, 이화마을을 지나 낙산(126m) 정상을 찍고 마로니에 공원으로 내려오는 2.5㎞ 코스다. 길은 퍽 친숙하다. 낙산성곽은 야경이 아름다운 길,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워낙 유명하다. 예쁘장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600년 서울을 지켜온 성곽의 사연 역시 곡진하다.

성곽은 긴 세월 헐리고 다시 쌓기를 반복했다. 성곽의 돌의 형태를 서로 다른 건 축성시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성곽 중간중간의 작은 통로는 암문이라 부른다.

성곽은 긴 세월 헐리고 다시 쌓기를 반복했다. 성곽의 돌의 형태를 서로 다른 건 축성시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성곽 중간중간의 작은 통로는 암문이라 부른다.

성곽은 가까이 봐야 더 잘 보인다. 긴 세월 성곽은 헐리고 다시 쌓기를 반복했다. 처음 축조할 때는 흙으로 다진 토성도 있었다. 모든 성곽이 돌로 바뀐 건 세종 때 이르러서다. 손은희(63) 문화관광해설사는 “돌의 형태와 빛깔만 보고도 축성 시기를 가늠할 수 있다”고 했다. 간혹 이름과 지역을 줄줄이 새긴 돌도 보인다. 낙서가 아니라, 당시 성곽을 쌓은 책임자의 인적 사항을 새긴 ‘각자성석(刻字城石)’이다.

낙산성곽 초입의 언덕에 한양도성박물관이 자리해 있다. 빌딩숲 사이로 흥인지문과 DDP가 보인다.

낙산성곽 초입의 언덕에 한양도성박물관이 자리해 있다. 빌딩숲 사이로 흥인지문과 DDP가 보인다.

손 해설사는 성곽길을 오르는 동안 “뒤를 돌아보라” 말을 반복했다. 고도를 높일수록 근사한 풍경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한양도성박물관 뒤편 언덕길에선 흥인지문과 성곽, DDP와 여러 쇼핑타운이 한 프레임에서 들어온다. 낙산 정상에선 멀찍이 떨어진 인왕산과 북악산의 산등성이까지 시원하게 열린다. 내사산이 품은 옛 서울의 모습이 그려질 듯하다.

낙산성곽은 안과 밖의 넘나드는 재미가 크다. 육중한 담장 가운데 비밀의 통로처럼 암문(暗門)이 뚫려 있어서다. 성곽 안쪽의 이화마을은 일종의 별책부록이다. 비탈진 좁은 골목을 따라 낡고 허름한 벽돌집이 비스듬한 자세로 줄지어 선다. 산길에서 버텨온 삶이 녹록할 리 없다. 담벼락 하나하나에도 고된 생의 흔적이 배어 있다.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는 이화마을. 좁은 비탈을 따라 낡은 집과 아기자기한 가게가 섞여 있다. 예스러운 교복을 빌려 입고 골목 투어를 하는 관광객을 자주 볼 수 있다.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는 이화마을. 좁은 비탈을 따라 낡은 집과 아기자기한 가게가 섞여 있다. 예스러운 교복을 빌려 입고 골목 투어를 하는 관광객을 자주 볼 수 있다.

‘도깨비’ ‘힘쎈여자 도봉순’ 같은 인기 TV드라마가 이 산동네에서 그림을 만들었다. 한양도성 여느 구간보다 낙산성곽에 젊은 층이 많이 보이는 이유기도 하다. 이화마을 어귀에 아기자기한 카페와 상점이 늘어서 있다. 교복과 한복을 단정히 차려입고 셀카 놀이에 몰두하는 젊은이와 아웃도어 룩으로 무장한 하이커가 서로 옷깃을 스치며 지나간다.
글‧사진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여행정보

서울관광재단에서 서울도보해설관광 프로그램을 연중무휴 운영한다. 평일은 두 차례, 주말은 세 차례 진행한다. 홈페이지(dobo.visitseoul.net)를 통해 최소 3일 전 예약하면 된다. 44개 코스다. 야행 코스는 코로나19 여파로 당분간 운영하지 않는다.

서울도보해설관광 '낙산성곽' 코스 지도. 자료 서울관광재단

서울도보해설관광 '낙산성곽' 코스 지도. 자료 서울관광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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