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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수행하는 4대 기업, 선물 보따리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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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최태원

최태원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는 21일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연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미국 현지 투자계획의 발표 시기와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LG #바이든 압박에 투자 저울질 #최태원, 미 제약업계 만날 수도 #현대차 노조는 “미국 투자 반대”

삼성전자는 정상회담 하루 전인 오는 20일 미국 상무부가 주최하는 반도체 회의에 참석 요구를 받았다. 지난달 백악관 주재 반도체 화상 회의에 참석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추가로 170억 달러 규모의 공장 증설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 회의에서 추가 투자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낸 것에 화답할 때가 왔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론과 한·미의 정상회담 성과를 연결짓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투자 계획의 실익 챙기기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미국 공장을 증설하면 세금 감면 기간을 최장 20년으로 연장해 달라는 요구 등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오스틴시와 세금 혜택 논의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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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은 2025년까지 미국에서 74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미국 내에서 전기차 생산 설비를 확충하는 내용도 있다. 앞으로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수요가 확대할 것에 대비하는 차원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바이 아메리칸’(미국 제품 구매) 기조에 맞장구를 치는 셈이다. 현대차는 수소에너지와 도심항공교통·자율주행 등 미국이 장기 성장동력으로 고려하는 산업에 투자할 계획을 갖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지난달 말 일주일 일정으로 미국 판매법인과 앨라배마 공장을 둘러봤다.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투자 확대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란 해석이 업계에서 나온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현대차 노조)는 17일 성명서를 내고 “사측의 일방적인 (미국) 투자 계획에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고 반발했다. 현대차 노조는 “해외 공장은 현재 수준으로 충분하다”며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준비한 선물용이라면 더욱 비판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미국에 간다. 최 회장은 미국에서 배터리 공장의 추가 투자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공장의 추가 건설을 검토 중이다. 투자 금액은 50억 달러다. 최 회장이 미국 완성차 업체와 합작으로 배터리 공장의 설립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고 업계에선 보고 있다.

그는 대한상의 회장 자격으로 미국 현지 기업인과의 면담도 계획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해 화이자·모더나 등 미국 제약업계와 만날 가능성도 있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이 이번 경제사절단에 합류할 것이란 말도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제너럴모터스(GM)와 미국 오하이오주에 2조7000억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LG의 투자금 1조원 정도가 들어간다. LG는 2025년까지 미국 내 두 곳을 선정해 5조원대 배터리 공장을 새로 짓기로 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LG가 배터리 공장의 후보지와 건설 계획을 일부 공개할 수 있다는 말도 업계에서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미 현지 투자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 거란 설명이 미국 측에 보낼 핵심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선욱·김영민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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