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압박에 수조원 더?…정상회담 전 4대 기업 투자 고심

중앙일보

입력 2021.05.17 15:37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업들의 미 현지 추가 투자 발표 시기와 방식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공급 확대 요구와 쿼드(Quad, 미국 주도 안보 협의체) 참여 유보 양해의 대가로 국내 대기업의 미 현지 투자 카드를 내밀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미국도 이를 활용해 추가 공장 설립 등 투자를 압박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두 나라 양측으로부터 부담을 지게 된 셈이다.

삼성·현대차·SK·LG 셈법

삼성전자는 정상회담 하루 전인 20일 미 상무부 주최 반도체 회의에 참석 요구를 받은 상태다. 지난달 백악관 주재 반도체 화상 회의에 참석한 데 이어 두 번째로 미 정부 회의에 불려간다. 삼성전자는 현재 텍사스 오스틴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이 있는데, 170억 달러(약 20조원) 규모의 공장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공식적인 투자 계획이 나오면, 다음날 정상회담 의제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삼성 내부에선 지난달 백악관 주재 회의 때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웨이퍼를 들어 보이며 투자 요구 메시지를 낸 데 대한 화답의 시기가 왔다는 말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 가능성과 정상회담 성과를 연결짓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회사 입장에서의 실익 챙기기도 진행 중이다. 공장 증설 뒤 세금 감면 기간을 최장 20년으로 연장해달라는 요구안이 대표적이다. 현재 오스틴시와 진행되고 있는 세금 혜택 논의가 정상회담에서 거론되면 협의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

‘바이 아메리칸’ 맞장구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 내 전기차 생산 설비 확충 등 2025년까지 74억 달러(8조원) 규모의 투자를 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미국제품 구매)’ 기조에 맞장구를 쳐주는 격이다. 현대차의 투자금은 전기차 생산뿐 아니라 수소·도심항공교통·자율주행 등 미국이 장기 성장 동력으로 활용할 산업에도 투입된다. 현대차로선 미국 내 전기차 수요 확대와 정부 구매 시장에서 미국산을 우대하려는 상황에 대비한 투자이기도 하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지난달 말 일주일 일정으로 미국 판매법인과 앨라배마 공장을 둘러본 것도 정상회담에 앞서 투자 확대 가능성을 내비친 거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김성룡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김성룡 기자

미 제약업계와 백신 협의설

문 대통령 방미 일정을 함께 할 경제사절단 중 유일한 총수급 기업인으로 거론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배터리 공장 추가 투자계획을 공식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에 배터리 공장 추가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총 투자 금액은 50억 달러(6조원)다. 최 회장이 조지아 현지에서 아직 집행되지 않은 3조원대 투자금에 대한 사용 계획이나 미국 내 완성차 업체와의 합작공장(JV) 투자를 발표하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최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미 현지 기업인과의 면담도 계획하고 있다. 이 중 화이자·모더나 등 백신 확보를 위해 미 제약업계와의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이 경제사절단에 합류할 거란 말이 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제너럴모터스(GM)와 오하이오주에 2조7000억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LG 돈은 1조원 정도다. LG는 또 2025년까지 미국 내 두 곳을 더 선정해 5조원대 배터리 공장도 새로 짓기로 했다. 이에 정상회담을 앞두고 LG 측이 후보지와 건설 계획을 일부 공개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미 현지 투자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 거란 설명이 미국 측에 보낼 핵심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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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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