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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고참은 정년연장, 신참은 성과급…현대차 노조의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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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경제 02면

김영민 산업1팀 기자

김영민 산업1팀 기자

현대자동차 노동조합(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에는 단위 노조로는 가장 많은 조합원(약 5만 명)이 있다. 최근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단체협상 요구안을 확정했다. 50대 생산직과 함께 20~30대 젊은 사무직의 눈치를 보는 복합적인 입장을 담았다.

50대 생산직과 20~30대 사무직 #양쪽 조합원 모두 눈치보는 내용 #시장 격변기, 운영의 묘 발휘하길

현대차 노조는 이번 임단협안에서 정년 64세 연장과 일자리 지키기 협약을 요구했다. 50대 생산직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생산직 근로자의 상당수는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아예 일자리를 잃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하고 있다. 노조 집행부는 젊은 조합원을 달래기 위한 내용도 임단협안에 포함했다. 성과급 지급 기준, 학자금 지원제도, PC 오프제(근무시간 이후 사무실 PC를 강제로 끄는 제도)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하반기는 2년마다 실시하는 노조 집행부 선거가 예정돼 있다. 현 노조 집행부는 실리를 추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지난해 노사 협상에서 시니어 촉탁직 확대와 기본급 동결을 사측과 주고받았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내부에서 받고 있다. 시니어 촉탁직은 60세 정년을 맞은 근로자가 1년 더 계약직으로 일하는 제도다. 지난해 노사 합의에 따라 촉탁직은 다른 업무로 전환배치 없이 원래 업무 그대로 1년 더 할 수 있다.

현대차 노조 2021 교섭 요구안 주요내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현대차 노조 2021 교섭 요구안 주요내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30대 현대차 직원 상당수는 노조 집행부의 결정에 반발했다. 저연차 직원들은 지난해 기본급 동결로 성과급도 적게 받았기 때문이다. 일부 젊은 직원들은 “조합비를 내지 않겠다”며 반발했다. 지난달에는 1994년생 연구직 직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현대차그룹 사무·연구직 노조(복수 노조)가 정식 설립했다.

현대차 정년퇴직 예상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현대차 정년퇴직 예상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년마다 선거하는 현대차 노조 주요 계파.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년마다 선거하는 현대차 노조 주요 계파.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현대차 노사는 다음달 초 상견례를 시작으로 협상을 본격화한다. 사측은 노조 요구안에 대해 2주일의 검토 시간을 갖는다. 올해 협상은 지난해보다 어려울 수도 있고 때로는 교착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노사 양측 모두 과거의 대립적·투쟁적 노사 관계로 회귀해선 안 된다. 2017년 24일간 파업이 이어졌던 현대차는 2019년과 지난해 2년 연속 무분규를 달성했다. 올해도 ‘운영의 묘’를 발휘하길 기대한다. 자동차 시장은 기존의 내연기관 중심에서 전기차·자율주행차 등으로 전환하는 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다. 현대차 노사 역시 과거보다 미래를 내다보고 달려야 한다.

김영민 산업1팀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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