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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폐경 시작되면 폐 기능 저하 … 꾸준한 운동·검진이 예방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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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중년 이후 폐경이 시작되면 폐 기능도 함께 떨어진다는 대규모 연구결과가 나왔다.

폐경기 40~65세 4만여 명 대상 #시기별 폐 기능 변화 비교·분석 #폐경 후기 들어서면 더 나빠져

강북삼성병원 류승호 코호트연구센터 소장과 삼성서울병원 박혜윤(호흡기내과)·조주희(임상역학연구센터장) 교수, 미국 존스홉킨스대 홍연수 박사 공동 연구팀은 우리나라 폐경기 여성 4만3822명을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2015~2017년 강북삼성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40~65세 여성을 대상으로 폐경 전을 기준으로 폐경 초기(과거 월경 주기와 비교해 7일 이상 차이 나는 경우), 폐경 후기(월경 간격이 60일 이상인 경우), 폐경 이후(마지막 월경 후 12개월 이상 무월경 지속 시) 등 시기별로 폐 기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했다. 폐경 과정에 들어선 여성의 폐 기능을 시간 변화에 따라 비교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화로 인한 폐활량 감소, 폐경기에 가속

연구결과, 폐 기능에 영향을 줄 만한 별다른 요인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폐경 그 자체가 폐 기능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경 전과 비교해 폐 기능 이상 유병률을 평가했을 때 폐경 초기는 1%에 머물다가 후기에 접어들면서 13%로 높아졌다. 폐경 이후 역시 폐경 이전보다 폐 기능 이상 유병률이 10% 더 높았다.

폐 기능을 평가하는 세부 항목에서도 마찬가지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제한성 환기 장애(restrictive ventilatory disorder) 유병률을 측정한 결과 폐경 이전과 비교 시 각각 폐경 초기엔 2%, 후기 18%, 폐경 이후 15%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한성 환기 장애는 폐의 유연성이 떨어져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는 능력이 저하된 상태를 말한다. 폐활량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뜻으로, 나이가 들어 생기는 폐활량의 감소 속도가 폐경기 동안 더 빨라졌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폐경 이후 폐 기능 저하에 원인으로 호르몬 변화를 지목했다. 여성호르몬의 일종인 에스트라디올은 항염증 작용을 하는데, 폐경 진행 과정에서 에스트라디올 수치가 떨어진 반면 난포자극호르몬이 증가하면서 폐 조직의 염증을 불러왔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염증 지표 중 하나인 반응 고감도 C-반응 단백(hsCRP·mg/L) 수치는 폐경 이전(15.3)과 초기(16.8)보다 폐경 후기(21.3), 폐경 이후(20.3)가 눈에 띄게 높았다.

연구팀은 “폐경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로 복부 비만이 발생하기 쉬운데, 이로 인해 흉부와 횡격막의 움직임이 제한돼 숨쉬기 더 어려워진 것도 이유가 될 것”이라며 “폐경 전후 꾸준한 유산소 운동과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폐 건강을 챙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북미 폐경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Menopause’ 최신호에 게재됐다.
박정렬 기자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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