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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염증성 장 질환 여성, 임신·출산 두려워 마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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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면

 [전문의 칼럼] 이보인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대한장연구학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궤양성 대장염 환자는 약 3만7000명, 크론병 환자는 약 1만8000명으로 최근 10년 동안 2.3배 증가했다.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으로 대표되는 염증성 장 질환은 전자는 주로 대장, 후자의 경우 대장이나 소장 등 여러 위장관 부위에 염증이 반복되는 만성질환이다.

염증성 장 질환은 10대나 20대에 가장 많이 발생해 여성 환자는 질환을 가진 상태에서 임신 및 출산을 하는 경우가 많다. 염증성 장 질환의 자녀가 같은 질환에 걸릴 가능성은 일반인보다 조금 더 높긴 하다. 하지만 그 빈도는 1% 이내이므로 이를 이유로 임신을 굳이 기피할 필요는 없다. 비정상적인 면역 반응이 염증성 장 질환의 주된 기전의 하나인 만큼 대다수의 환자는 오랫동안 약물치료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염증성 장 질환에 사용되는 약물 중 대다수는 임신 및 수유 중에도 투약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원칙이며 특정 제제를 제외하면 면역조절제나 생물학적 제제 역시 계속 유지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일부 환자의 경우 약물이 태아에 미치는 영향 등을 걱정해 자의로 약물을 중단하는 경우가 있지만 오히려 건강한 임신 유지와 출산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서울성모병원 및 성빈센트병원에서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를 이용해 최근 10년 동안 임신을 경험한 국내 2000여 명의 환자를 분석한 결과, 경증 환자의 임신 결과는 건강인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중등증이나 중증 환자의 경우 태아 성장 지연, 자연유산율, 제왕절개율 등이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염증성 장 질환 환우의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위해서는 질환 자체를 잘 조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염증성 장 질환자가 임신을 계획하는 경우에는 임신 전부터 질환이 잘 조절되는 ‘관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임신 계획이 있다면 미리 주치의와 상의해야 한다. 약물치료를 중단하면 재발률이 현저히 증가하므로 임신 중에도 치료를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

단, 일부 약제는 신생아에게 미량의 약물이 전달될 수 있으므로 출산 후 예방접종 스케줄 조절이 필요하다. 최근 여러 연구결과의 축적, 새로운 약물의 개발로 염증성 장 질환은 점점 극복이 가능한 질환으로 바뀌고 있다. 올바른 치료를 꾸준히 유지함으로써 2세를 원하는 모든 염증성 장 질환자들이 건강하게 출산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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