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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물 5395t, 달걀 4000만개 할인…정부가 풀면 물가 잡히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가 먹거리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비축·수입 물량을 시중에 공급한다. 사진은 지난달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종합시장에서 조기를 사는 시민. 뉴스1

정부가 먹거리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비축·수입 물량을 시중에 공급한다. 사진은 지난달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종합시장에서 조기를 사는 시민. 뉴스1

집에서 해 먹어도, 나가서 사 먹어도 비싸다. 최근 밥상 물가 이야기다. 특히 농산물 가격 상승이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는 ‘애그플레이션’(농업+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①정부, “공급 늘린다”

정부는 먹거리 ‘공급’을 늘리는 방법으로 물가 대응에 나섰다. 해양수산부는 17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명태ㆍ고등어ㆍ오징어ㆍ갈치ㆍ참조기ㆍ마른멸치 등 정부 비축 수산물 6종 5395t을 시장에 공급한다고 16일 발표했다. 정부가 푸는 수산물 물량은 전통시장ㆍ대형마트ㆍ홈쇼핑에서 바로 살 수 있고, 남는 물량은 도매시장 등을 통해 유통할 예정이다.

가격 고공비행을 이어가는 농축산물도 공급을 더 늘린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달걀값이 치솟자 정부는 올해만 1억개가 넘는 달걀을 수입했다. 이번 달에는 4000만개 이상을 더 들여와 부족한 국내 공급량을 채울 예정이다.

②“가격도 낮춘다”

세계식량가격지수 11개월 연속 상승.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세계식량가격지수 11개월 연속 상승.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정부가 직접 나서서 공급량을 늘리고는 있지만, 세계적으로 식재료 가격 자체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걱정거리다. 식음료 제품 주원료인 옥수수는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 기준 부셸(곡물 등의 무게 단위ㆍ약 25.4㎏)당 6.85달러로, 1년 전보다 114% 올랐다. 이밖에 대두ㆍ밀ㆍ귀리 등 주요 곡물값도 올랐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집계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달 전월 대비 1.7% 올라 1년 가까이 상승 행진을 이어갔다. 국제 식량 가격은 앞으로의 국내 식품 생산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농림수산품 생산자물가지수는 3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16.5% 올랐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내 소비자가 먹거리를 구매하는 ‘가격’도 직접 낮추고 있다. 해수부는 이번에 공급하는 비축 수산물을 시중 가격보다 약 10~30% 낮은 단가로 공급하기로 했다. 또 해당 품목이 정부의 권장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는지도 점검할 계획이다.

달걀도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축산물 할인쿠폰을 적용해 20% 할인 판매한다. 정부 관계자는 “달걀 한판의 경우 4대 대형마트 판매가격은 6000원대 수준”이라며 “쿠폰을 적용하면 실제 소비자 체감가격은 약 5000원대 중반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③외식 물가까지 심상찮아

정부가 직접 손을 대기 어려운 외식 물가도 고공비행이다. 외식 분야는 농축수산물 등 식자재 공급가격이 오르면 비용 부담을 소비자에 전가할 수 있고, 경제 전반적인 회복 흐름에 따라 소비자 수요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식자재 가격이 외식이나 가공식품 가격에 본격적으로 반영된다면 애그플레이션 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

4월 외식 물가 상승률은 1.9%로 2019년 6월 이후 2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외식 물가는 2~3% 수준으로 올라 아직 높은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난해 11월(0.9%) 이후 12월(1.0%), 올해 1월(1.1%)ㆍ2월(1.3%)ㆍ3월(1.5%)ㆍ4월(1.9%)까지 상승 속도를 높이며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햄버거(6.1%)ㆍ생선회(외식·6%)·김밥(4.4%) 등이 전년 대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가 먹거리 수급을 직접 관리하면서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하반기에는 애그플레이션 압력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동환 안양대 무역유통학과 교수(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는 “기업이나 식당이 식자재 가격 이상을 이유로 식품 가격을 과도하게 올리거나, 달걀 등 일부 품목의 경우 독과점 사업자가 물량을 매점매석하는 등 불공정행위를 벌일 가능성이 있어 애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남아있다”며 “산지와 소비자 간의 원활한 유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의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식품 가격 상승은 저소득층에 타격이 더 크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 서민의 가계 지출에서 식품에 대한 지출 비중도 커지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며 “소득 하위 가계에 식품 관련 소비쿠폰 등을 지원하는 식으로 밥상 물가 상승에 따른 피해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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